010707.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0107.



오늘 아침 출근 길에 차선 변경을 위해 깜빡이를 켜고 옆차로로 진입하던 중 멀리서 뒤따르는 것처럼 보이던 차가 실제론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에서 따라오고 있어 가슴을 쓸어내린 사건이 있었다.

"사물이 보이는 것 보다 가까이 있음"
(Objects in mirror are closer than they appear)

자동차 사이드미러 하단에 인쇄되어 있는 익숙한 문구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우리는 운전 중 백미러를 통해 후방 상황을 살피곤 한다.



새해를 맞이하고 연초라 그럴까?

주변을 둘러보니 올해 트렌드 분석, 다음 분기의 성과 예상, 새로운 시즌에 판매할 상품 기획, 아직 오지 않은 프로젝트 결과 선점을 위한 준비 등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계획들로 분주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 하다.

기획이란 단어의 영어표현이 ‘Planning’이란 것만 봐도 그 중심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어느 지점'을 향해 있다는 사실은 명진하다.

열정만 넘치던 기획 초년병 시절의 일이다.

일은 여전히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업무에 재미도 붙고, 내가 만들어가는 기획들이 하나씩 성과로 이어지며 자신감 또한 쌓여가고 있다고 생각할 무렵. 새로운 상품기획안을 열심히 준비해가면 ‘지난 프로젝트 결과’를 들먹이며 매번 딴지를 걸던 팀장님이 계셨다.

‘이번 상품을 검토할 때 참고한 기존 기획안이 있었나요?’

‘왜 지난 번 프로젝트에 대한 리뷰는 빠져있죠?’

보고때마다 매번 이런식의 피드백이 돌아왔다.

보고를 받는 사람이라면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야 왜 없겠냐마는,

매번 올린 기획안과는 별개의 ‘지난 것’들을 끄집어내어 딴지를 거니 당시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와, 정말이지 ‘상사 노이로제’라는게 이렇게 오는 거구나 싶더랬다.

‘잘 되었건, 실패했건 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뭘 그렇게까지 신경써야하지?'

'차라리 그 시간에 다음 기획안 한 줄이라도 더 다듬는게 낫지 않을까? 중요한 건 앞으로 뭘 할지 아냐?’

뒤돌아서며 씩씩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나는 잘 몰랐다.

‘지나간 것’이라 치부하며 백미러 너머로 밀어냈던 지나간 기획들, 수 많은 데이터들, 그리고 실패의 경험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바짝 뒤따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기획이라는 일도 운전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기획자로 다양한 프로젝트라는 도로 위을 달리다보면 나 처럼 어딘가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수 많은 다른 차들을 만나게 된다.

초보운전자일수록 긴장한 자세로 운전대에 바짝 붙어 앞만 보며 나아가는가 하면, 소위 ‘베스트 드라이버’라 불리는 이들은 힐끗힐끗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번갈아 훔쳐 보며 어느 상황이든 여유롭게 대처한다.

하지만 아무리 '베테랑 드라이버'라 하더라도 백미러를 통해 뒤를 돌아보는 것은 앞을 보는 것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획이라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을 보고 나아가는 일이 기획(Plannnig)의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수시로 뒤를 살피는 센스도 요구된다.

너무 지나온 것에 매몰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앞만 보고 달려가서는 제대로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다.


나와 너무도 가깝게, 나란히 옆을 달리고 있을 땐 백미러로도 확인되지 않는 ‘사각지대’ 또한 존재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 선인들의 속담이 괜히 나왔겠는가!

좋은 기획이란 뭘까?

이런 질문을 하면 '삐까번쩍 기깔나는 새끈한 기획'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때문일까? 요즘 상품기획을 한다는 사람들은 보면 너나 할것 없이 '요즘 뜨는 것', '트렌드', '시의성 있는 소재'를 쫒는다. 하지만 모두가 해당 이슈를 똑같이 다루는 순간 더 이상 이슈가 아니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개인적으로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냉장고 안에 처박혀 잊고 있던 보잘 것 없는 재료들이 일류셰프들의 손을 거치면서 감탄을 자아내는 훌륭한 요리로 재탄생 된다.
보잘 것 없는 재료들로도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일류셰프들'처럼, 주변의 평범한 소재로도 공감을 이끌어낼 수 실력을 갈고 닦아야만 '일류기획자'가 될 수 있다.


사실 기획은 어렵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때론 답이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물이 보이는 것 보다 가까이 있음"

"사물이 보이는 것 보다 가까이 있음"


"가끔은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봐야 한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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