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940. 다이소 'DAISO'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0209.


단돈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 3조를 넘게 파는 회사가 있다. 심지어 상당 수준의 이익까지 확보하면서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오늘은 상품기획자의 시선에서 국민 가게라 불리는 다이소에 대해 논해볼까 한다.


다음 중 돈을 더 잘 버는 회사는 어디일까?

1.스타벅스, 2.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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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2번 다이소다.

2023년 기준 스타벅스의 매출액은 2조 9,395억, 다이소의 매출액은 3조 2,539억이다. 그렇다면 둘 중 영업이익은 어디가 더 많이 남길까?

다이소 최고 인기 상품인 물티슈의 판매가는 단돈 1,000원, 스타벅스 카페라떼 톨사이즈의 판매가는 5,000원으로 다섯 배 차이가 난다.

프리미엄 제품에 심지어 마진율도 높은 소위 '물장사'를 하는 스타벅스가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남길 것 같지만 놀랍게도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다. 같은 기간 스타벅스 코리아의 영업이익은 1,398억, 다이소는 2,815억으로 매출액은 10% 차이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다이소에 가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
대체 어떻게 이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 거지?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 대부분이 1,000원 혹은 2,000원짜리 제품이다. 심지어 아무리 비싸도 5,000원을 넘지 않는다. 더 놀라온 점은 이러한 가격 정책이 다이소 1호점을 열었던 1997년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변치 않고 지속 중이란 사실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1997년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약 2,000원. 2025년 현재는 약 8,000원으로 4백 가량 올랐다. 이렇게 팔아서 뭐가 남나 싶지만 놀랍게도 이익을 낼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더 성장하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무슨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을까?

1.가격에 제품을 맞춘다

사실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격의 제품을 맞추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상품은 컨셉에 맞춰 제품을 만들고 제품 원가를 따져본 뒤 거기에 각종 수수료를 더해 가격을 책정한다. 좀 더 디테일하게 따져보면 경쟁 제품의 가격대를 고려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이런 방식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고 가격이 책정된다. 하지만 다이소의 상품 기획 방식은 이와는 정반대로 진행된다. 일단 가격이 정해지고 거기에 맞춰 상품이 기획되고 만들어진다. 실제로 다이소의 가격 정책은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이렇게 총 여섯 가지가 전부다. 다시 말해 어떤 상품이든 무조건 이 가격에 맞춰야 한다는 거다. 가격이 애초에 고정 값이기 때문에 이제 남은 건 무조건 가격에 제품을 맞추는 방법밖에는 없다.

얼마 전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화장품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올리브영에서 32,000원에 판매가 되었던 제품이 다이소에서 3,000원에 출시가 되며 품절대란이 났던 '니들샷'이란 제품이 있다. 어떻게 3만 원짜리 상품을 3,000원에 팔지 싶지만 이들의 상품 기획 방식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해가 간다. 가장 먼저 용기를 바꾼다. 고급스런 용기를 과감히 빼버리고, 내용 물에만 집중하도록 1회용 비닐 포장지에 넣어서 출시하기로 결정한다. 사실 화장품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용기다. 실제로 최고급 화장품의 경우 용기 가격만 내용물 원가에 두 배가 넘는 제품들도 많다. 다음으로 용량을 줄인다.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동일 제품은 50mm 제품이다. 반면 다이소 제품은 2mm 파우치 6개가 들어 있어 있는 패키지로 총 12mm다. 용량에서 4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제거하며 원가를 낮춘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 핵심 성분은 놔두고 배합을 미세하게 달리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낮춘다. 제품 본질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낮추는 게 이들의 방식이다.

2.쓸데 없는 프로모션이나 광고는 일절 하지 않는다

다이소의 뼈를 깎는 원가 절감 원칙은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다이소는 애초에 광고 판촉을 하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다. 일전에 공동 상품기획 프로젝트로 함께 협업을 할 일이 있었는데, 당시 다이소 내부에 '외부 제휴광고비'로 지급할 명목의 비용 계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되었던 일도 있었다.

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유통사에 판매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다이소는 그 돈조차도 애초에 납품가에서 빼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온갖 방법들을 다 사용해서 어떻게든 정해진 가격에 맞추는 것이다.

사실 이런 방식은 다이소만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이러한 상품 소싱 방식은 다이소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의 '100엔 샵'에서 벤치마크한 것이다. '100엔 샵'들 또한 미국의 '달러샵'을 벤치마크 한 것이다. 최고의 창조는 '훔치는 것'이라는 마케팅 법칙이 통하는 순간이다.

납품가 인하 방식의 상품 기획은 이미 월마트가 수십 년 전부터 성공적으로 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이른바 유통업계에선 아주 고전적인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란 얘기다. 고전적이라 해도 꽤나 확실한 성공 방정식이긴 하다. 저렴한 가격은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어디서나 통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니까.

3.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는 소품종 다량 판매 전략

현재 다이소의 점포 수는 1,500여 개가 넘는다. 소매 점포 업계에서 가장 크다는 올리브영을 앞선 규모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상품을 다이소의 가격 정책에 맞게 내놓기만 하면 시장에서 통하는 것이다. 인기 있는 상품은 품절되기 일쑤고 광고를 따로 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파격적인 가격과 상품성만 갖춰 출시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이소 제품이 저절로 바이럴 되기 때문이다.

상품 전략에도 흥미로운 비밀이 숨어 있다. 다이소는 엄청나게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여기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숨어 있다. 자세히 보면 커버하는 카테고리가 워낙 많아 제품이 다양한 것처럼 보일 뿐 세부 카테고리별로 보면 상품 가짓수는 많지 않다. 박리다매 판매방식으로 원가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선 소품종 다량 판매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이소의 창업자 박정부 회장의 자서전 '천 원을 경영하라'에 등장하는 다이소의 기본 원칙을 3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상품의 가치는 항상 가격보다 커야 한다. 이를 위해 가격에 상품을 맞춘다

2.비싸다고 많이 남는 건 아니다. 극도의 원가 절감을 통해 이윤을 남길 수 있다.

3.한 가지 원칙을 정하고 꾸준히 정진한다면 단순하고 고전적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압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뭔가 화려하고 그럴듯한 기획, 그리고 홍보를 통해 브랜딩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샤넬, 루이비통 같은 고가의 럭셔리 제품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저것이야말로 돈을 버는 진짜 방식이라며..

하지만 최소한의 방식으로 1등이 되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 최소한이란 불완전함을 뜻하는 게 아니라 군더더기 없음을 말한다.
그래서 더 완벽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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