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최근 미국 내에서 펩시(Pepsi)의 도발적 마케팅이 큰 화제다.
미국 TV광고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슈퍼볼 광고에서 펩시가 던진 파격적인 광고 때문이다. 영원한 라이벌 코카콜라의 상징 ‘북극곰’을 광고 전면에 내세우는 도발적 마케팅을 통해 수십 년간 고착된 콜라 시장의 질서에 강력한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광고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광고 속 주인공은 두 눈을 가린 채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하고, 결국 펩시 제품을 선택한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마케팅 역사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자 지금의 펩시를 있게 만든 전설의 마케팅 '펩시챌린지(Pepsi Challenge)'를 오마주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광고 속 주인공이 다름 아닌 북극곰이라는 것이다. 북극곰은 경쟁사인 코카콜라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이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이건 선 넘은 거 아냐'라는 우려와 동시에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니가 왜 여기서 나와~'인 상황인 거다.
다소 도발적이긴 하지만, 경쟁사의 상징적 자산까지 자사의 팬으로 돌리는 대담한 서사에 대해 대체적인 소비자 반응은 호의적인 분위기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장면은 펩시의 상징 '펩시챌린지'를 오마주 한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마케팅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가 많다.
1975년. 영원한 2등이었던 펩시는 상표를 가린 두 잔의 콜라 중 소비자가 더 맛있는 음료를 직접 선택하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캠페인을 시도한다. 결과는 펩시의 승리! '펩시챌린지'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무의식 속 뿌리 깊이 자리 잡은 '브랜드 충성도'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순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브랜드 라벨을 떼어냈을 때 일어나는 '불편한 진실'을 상황적으로 비꼬는 것은 물론이요. '진짜 취향의 발견'을 시각화한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펩시는 이 같은 전설적인 프로모션을 50년 만에 다시 부활시켰다. '펩시챌린지'의 부활은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최근 유행하는 '체험형 마케팅'을 활용하여 소비자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하다. 뉴올리언스에서의 데뷔 이후, 펩시 챌린지는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휴스턴, 댈러스, 탬파, 마이애미, 올랜도, 인디애나폴리스, 볼티모어, 뉴욕과 같은 도시를 방문하며 미국 전역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순회공연 같은 컨셉은 방문 그 자체가 해당 지역의 Big 이슈가 됨은 물론이요,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SNS라는 공간에 올리는 후기들 또한 추가적인 브랜딩 효과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이번 챌린지를 통해 테스트 참가자의 66%가 '펩시 제로 슈거' 제품을 선택했다는 유의미한 결과값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이번 슈퍼볼 광고에 활용한 것이니, 이건 '일타쌍피'를 넘어 '일타삼피' 효과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50년 전과 달라진 점이 또 하나 있다. 테스트 대상이 일반 펩시 제품에서 '제로 슈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전설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50년 만에 다시 부활시킨 배경에는 제품 본질에 대한 자신감과 2025년 캠페인에서 얻은 12만 건 이상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라는 입증된 데이터가 한몫했을 것이다.(실제로 테스트에 참여한 소비자의 66%가 '펩시 제로 슈거'를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50년 만에 새롭게 펼쳐질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 전쟁의 서막이 숨겨져 있다. '제로 슈거'중심의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오리지널 펩시가 아닌, 젊은 층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찾는 '제로 슈거'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미국 음료 산업 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1인당 탄산음료 소비량이 20년 넘게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연 200리터가 넘었던 1인당 소비량이 2025년 기준 130리터 아래로 떨어졌다. 35% 이상 줄어든 수치다. 반면, 동기간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제로 콜라'의 판매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 매년 두 자리 숫자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탄산음료 시장의 대세가 된 제로 콜라(펩시 제로 슈거 vs 코카콜라 제로) 분야에서 "진정한 맛의 승자"라며 도전장을 신청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자 절박함의 표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캠페인은 습관적인 브랜드 선택이라는 장벽을 허물고 소비자의 ‘진짜 취향’을 일깨우는 데 집중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높은 평가를 받은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1. 도발적인 캠페인과 화제성 (Trolling Strategy)
오랜 기간 코카콜라의 마스코트라 여겨졌던 북극곰이 등장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펩시 제로 슈거를 선택하는 내용으로, 코카콜라의 아이콘을 펩시의 맛으로 굴복시키는 신선한 설정.
콜드플레이 콘서트의 '키스캠 불륜' 장면을 패러디하고, 퀸(Queen)의 "I Want to Break Free"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등 요즘 세대의 문화적 코드를 적절히 잘 녹여냈다는 점.
소비자들은 2년 연속 AI 크리스마스 광고를 제작한 코카콜라를 조롱하는 밈이 유행하는 등 트롤링(상대를 도발하는) 방식을 통해 화제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2. 레트로와 현대의 조화
1975년 시작된 펩시 챌린지의 전통을 50주년을 맞아 제로 슈거 버전으로 재부활시켜, "No logos, No assumptions, No bias(로고도, 편견도 없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레트로 마케팅을 고민하는 기획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캠페인이 아닐까 싶다.
3. 펩시 제로 슈거(Pepsi Zero Sugar) 판매량 증가
실제로 해당 캠페인이 진행되던 2025년 펩시 제로 슈거 제품의 판매량은 31%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50주년 펩시 챌린지 광고는 경쟁사를 향한 직접적인 도발(북극곰 이용)을 통해 슈퍼볼 광고 중 가장 회자되는 광고 중 하나가 되었으며, '맛'이라는 본질적 요소를 내세워 제로 슈거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라는 실질적인 마케팅 목적을 달성한 보기 드문 사례다.
특히 라이벌의 자산까지 팬으로 돌려세운 이 대담한 서사에 같은 기획자로서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세상은 넓고 훌륭한 기획은 너무나 많다'
- 관련글 보기 : 제로슈거 (無설탕, Zero-Sug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