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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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상 속 작은 변화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는 '트렌드 인사이트' 그 두 번재 키워드는 '저당'이다.
최근 눈에 띄게 달라진 식습관 변화를 하나 꼽으라면 세대를 막론한 '저당(低糖)' 선호 현상이다. 과거엔 당뇨, 성인병 노출 위험이 큰 고연령을 중심으로 이른바 '당관리'가 들어갔다면, 최근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거와 달리 콜라와 고칼로리 음식보다는 제로콜라와 저당 식품을 즐겨 먹는 소위 '제로(Zero)' 열풍은 쉽게 꺼지지 않을 듯 보인다.
저당(Low-Sugar) 혹은 제로(Zero-Sugar) 식품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주류 식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1.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변화
당관리는 성인 당뇨질환 환자들이나 하는 거라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자'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당류 과잉 섭취로 인한 혈당 스파이크,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저속노화(Slow Aging)'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며 선제적 당관리에 대한 니즈가 상승하고 있다.
2.푸드테크의 발전에 따른 '맛'의 진화
과도한 당 섭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일상 속 당을 줄이려는 니즈가 커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달콤한 유혹을 뿌리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찾은 대안이 바로 대체감미료 시장이다.
알룰로스, 스테비아, 에리스리톨 등 설탕과 유사한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가 거의 없는 대체당 기술이 발전한 것도 저당 트렌드를 가속화시킨 원인 중 하나다. 설탕은 포기해도 달콤함은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인 것이다.
3.소비자 인식의 변화
'가치소비'와 성분 표기: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식품 구매 시 성분표와 라벨 표기 정보를 꼼꼼히 확인한다. 이른바 '스마트컨슈머'의 등장이다. 한쪽에선 '도파민 중독'이란 키워드가 핫(Hot)하다. '도파민 푸드'라고 해서 마라탕, 불닭볶음면 등 자극적인 음식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과의 반작용으로, 평소(평일)엔 설탕 등의 자극을 줄여 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힐링푸드' 움직임도 생겨났다. 이른바 '반(反)도파민'이다.
4.주요 플레이어들의 선제적인 제품 출시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주요 식품회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웰푸드, 대상 등 대형 식품사들은 '저당' 전용 브랜드를 런칭할 정도로 관련 마케팅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CU는 NPB상품인 저당 아이스크림 라라스윗을 출시해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넘겼다고 한다. 그 외에도 비락식혜 제로, 게토레이 제로, 초록매실 제로, 제로 슈거 아이스크림과 떡볶이 등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제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유로모니터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로 음료 시장 규모는 2018년 1,630억원에서 2023년 1조2,780억원으로 7.8배 성장했다. 코트라(KOTRA)는 얼라이드마켓리서치 논문을 인용해 전 세계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매년 7.3%씩 커져 2030년에는 2,435억달러(약 36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제로슈거 트렌드는 아직은 음료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주류, 디저트, 심지어 인스턴트 식품 시장까지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1.주류 시장
하이트 진로의 '참이슬 제로', 롯데칠성의 '새로'는 시장 출시 이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참이슬 제로’의 판매량은 전체 소주 시장의 8.2%를 차지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새로’ 또한 22개월 만인 지난 7월 누적 판매량 4억 병을 돌파했다고 밝힌바 있다.
2.스낵류 시장
롯데웰푸드는 무설탕·무당류 전용브랜드 ‘제로(ZERO)’를 출시했다. 2022년 론칭한 제로는 젤리, 캔디, 제과, 빙과, 유가공 등 제품군을 빠르게 확장하며 누적 매출액 1,000억원 달성이라는 호성적을 기록중이다.
3.소스류 시장
CJ제일제당은 저당 모듈레이션 기술을 적용하여 당 함량을 대폭 줄인 소스 및 장류브랜드 '슈가라이트 (Sugar Light)'를 출시했다. 이 시장의 전통강자 오뚜기 역시 저당·저칼로리·저지방 컨셉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 'LIGHT&JOY (라이트앤조이)'를 론칭했다.
제로슈거 열풍의 이면에는 '대체당'이라는 신소재가 자리잡고 있다.
대체당이란 단맛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식품 소재를 말하며 설탕, 꿀, 시럽 등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체당의 수는 꽤 많다. 1879년 사카린 등장 이후부터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그리고 최근 뜨고 있는 알룰로스까지 그 종류는 많지만 역할은 명확하다. 설탕의 달콤함을 대체하는 것. 칼로리는 낮추면서 설탕의 복잡미묘한 맛을 구현해내는 것이 그들이 맡은 역할이지만, 문제는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 많은 대체당 소재들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소비자의 외면속에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설탕은 묵직한 느낌의 단맛을 낸다. 단맛뿐 아니라 다른 재료와 섞였을 땐 신맛, 쓴맛, 감칠맛을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복합적인 역할도 한다. 설탕을 가열하면 캐러멜화되고 이때 버터향, 밀크향, 과일향, 단내 등 다양한 향들이 올라온다. 단백질이나 아미노산을 함께 가열하면 풍미를 더 좋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산화를 막아주기 때문에 보존재로서의 활용성도 매우 높다. 이렇듯 일일히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장점이 많은 가진 재료다.
여전히 파인다이닝 같은 고급요리에서는 대체당이 비선호되는 이유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건강 때문에 먹긴 하지만 설탕에 비해 묘하게 감칠맛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소재별로 소화기 문제, 장내 미생물 변화, 인슐린 분비 촉진, 강한 단맛 중독 문제 등 자잘한 부작용들도 보고 되고 있어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체당의 존재는 제로슈거 열풍을 가속화하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할 것임이 분명하다. 설탕을 포기하는 대가로 달콤함마저 포기해야 했다면 제로슈거 열풍이 지금과 같진 않았을 테니.
'무(無)설탕(Sugar-free)'과 '제로슈거(Zero Sugar)'가 시장에서 혼용해서 사용되고 있지만, 법적 기준을 명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무설탕(Sugar-Free)'
단순히 제조시 설탕을 넣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원재료 자체에 당분(예: 과일 추출물)이 포함되어 있다면 칼로리는 0Kcal가 아닐 수 있다.
'제로 슈거 / 제로 칼로리'
식품표시기준법에 따르면 100ml당 5kcal 미만일 때 '제로 칼로리'라고 표기할 수 있다. 100g당 당류 함량이 0.5g 이하면 마찬가지로 '제로 슈거'로 표기할 수 있다.
제로슈거는 더 이상 틈새가 아니다. 이미 거대한 흐름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설탕이 적은 제품'을 대안상품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이제 기본값(Default)이 되어가고 있다.
단맛에 대한 갈구는 인류의 생존 본능이다. 뇌는 단맛을 에너지가 유입되는 신호로 인지하고 도파민을 분출한다. ‘무설탕’ 트렌드는 이 강력한 '인간의 본능(단맛의 즐거움)'과 '현대적 이성(건강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기술(FoodTech)이 찾아낸 가장 영리한 타협점이다.
트렌드는 늘 역설 속에서 성장하기 마련이다.
'달콤함을 원하면서 단 것은 피하려는 사람들'
제로슈거 트렌드가 말해주는 것은 식품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