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최근 몇 년 사이 무알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양성의 시대, 취향의 시대다. 최근 등장한 신조어 중에 나노커뮤니티(Nano Community)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대중적인 트렌드보다는 취향이 극도로 세분화되며, 픽셀처럼 작은 규모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따로 또 같이' 소비한다. 브랜드들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마이크로/나노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며 정밀한 타깃 마케팅을 진행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 주류시장은 더 이상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다양한 주류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메이저 주류사들과 경쟁하고 있으며, 나름 선전하고 있다.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여 '브랜드 인사이트' 3번째 주제로 오늘은 조금은 특별한 브랜드를 선정해 보았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최근 급부상하는 브랜드가 하나 있다.
'BERO'
‘베로(BERO)’는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톰 홀랜드가 출시한 무알콜 맥주로 알려진 브랜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금주를 하는 과정에서 고품질의 무알콜 음료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느꼈고 이를 계기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이 브랜드가 미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는데, 브랜드 출시 1년 만에 식음료 분야 전문 투자기업으로부터 3억 달러(한화로 약 4,50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기사전문 보기 : Actor Tom Holland’s Nonalcoholic Beer BERO Gets Private-Equity Backing - WSJ
기사의 내용 또한 흥미로운데, 신생 브랜드에 대한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무알콜 맥주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즉, '베로(BERO)'라는 브랜드를 '그들의 상품이나 브랜드가 인기가 있다'의 이슈를 넘어 무알콜이 얼마나 빠르게 커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본 것이다.
'베로(BERO)'는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톰 홀랜드(Tom Holland)'가 공동투자자로 참여한 무(無)알콜 맥주 브랜드다. 이 브랜드가 왜 이리 핫(Hot)한 지 상품기획자의 눈높이에서 한 번 살펴볼까 한다.
1.진정성에 기반한 탄생스토리
애주가였던 그는 2022년 금주에 도전하게 되는데, 금주를 통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맥주 매니아였던 그는 금주를 하는 동안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프리미엄 무알콜 맥주 제품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늘 있었고, 이것이 자신이 고품질의 무알콜 맥주를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강력한 자극제가 되었다고 말한다.
2.전문가와 협업을 통한 제품 신뢰성 확보
아무리 공감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이유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상품에 대한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세계적인 브루마스터인 그랜트 우드와 협업하게 되는데, 그렇게 탄생한 맥주가 바로 베로다.
3.잘 짜여진 컨셉과 톤 앤 매너
베로의 제품 라인업을 살펴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네이밍이다. 대표 제품인 'Kingston Golden Pils'는 팀 홀랜드가 자란 마을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고, 'Edge Hill Hazy IPA'는 그의 초등학교 이름에서, 'Noon Wheat'는 그의 애완견 이름이라고 한다. 철저히 팀 홀랜드를 브랜드의 중심에 두고 '펀(Fun)'개념을 적절히 섞은 기발함이 돋보인다. BERO라는 브랜드 역시 'Beer'라는 글자와 'Hero'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합친 단어라고 하니 톤 앤 매너의 정수를 보는 듯하다.
4.인스타그래머블한 디자인
다음으로 눈이 가는 것은 패키징 디자인이다. 반짝이는 금색에 전통적인 인상의 서체로 필스너, IPA, 밀 3가지 맛에 따라 녹색, 적색, 흰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고급스러움과 맥주의 색을 상징하는 금색과 돋보이는 배색으로 사진빨이 잘 받는 구성이다. 소위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하다는 표현이 적절한 구성이다. SNS까지 겨냥한 치밀한 디자인 컨셉을 엿볼 수 있다.
5.셀럽과 브랜드의 동기화
베로가 이토록 가장 짧은 시간에 성공할 수 있던 요인을 꼽으라면 역시 '팀 홀랜드'라는 셀럽을 빼고는 얘기가 안 된다. 실제로 금주를 실천하고 있는 그가 '술을 끊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브랜드스토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최근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는 광고모델. 즉, 단순메신저를 넘어 스스로가 브랜드정체성 자체가 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거리가 있다.
베로의 성공요인은 단순히 잘 만들어진 브랜드와 상품에만 있진 않다. 그러니까 이 브랜드가 단순히 유명한 셀럽이 만든 브랜드라서 소비되고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무알콜 음료 시장의 니즈가 커져가고 있다는 트렌드를 읽고, '스윗 스폿(Sweet Spot) 지점을 찾아 제대로 공략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나의 현재 직업은 상품기획자지만, 공교롭게도 내 첫 잡(Job)은 금융맨이었다. 때문에 투자회사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편이다. 그들은 과연 어떤 이유로 이 작은 회사에 그토록 거금을 투자할 수 있었을까? 그냥 팀 홀랜드라는 배우가 매력적이어서? 절대 그럴 리 없다. 조지 클루니의 데킬라, 라이언 레이놀즈의 진 등 유명인이 만든 주류브랜드는 이 브랜드 말고도 얼마든지 많다. 투자사 'Paine Schwartz' 역시 식음료 산업 전반의 구조적 성장성을 보고 베로(BERO)에 투자보고서에 밝힌 바 있다. 베로라는 회사의 브랜드가치도 맘에 들었지만 산업의 성장 잠재력 속에서 미래가치를 본 투자결정이란 얘기다.
요즘 소비자들은 술을 완전히 끊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줄이거나 소량만 마시는 패턴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취하지 않는 음주를 부담 없는 선택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술자리의 분위기는 즐기되 몸의 부담은 줄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안 마시면 될 것을 굳이 무알콜 맥주야? 할 수도 있지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이 술을 마시는 경험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런 흐름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소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 변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기술 발전도 한 몫하고 있다. 양조 기술이 이전보다 개선되면서이 무알콜 제품의 맛과 완성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100년 전 금주법 시대에 무알콜 맥주가 처음 등장했지만, 당시의 무알콜 맥주는 단순한 대체제의 개념일 뿐 맛과 품질은 진짜 맥주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맥주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제품에 가까웠다. 금주법 폐지와 동시에 자취를 감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무알콜 음료 시장의 분위기는 과거의 그것과 사뭇 달라 보인다.
투자자들 역시도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이토록 공격적 투자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셀럽이 내놓은 무알콜 맥주 브랜드 하나가 스타트업 투자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앞서 '트렌드 인사이트'편에서 언급했던 무알콜 음료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 술을 덜 마시는 시대. 취향의 시대. 다양성의 시대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과거 전통 주류기업들에게 위기이자 도전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의 시선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줄어드는 음주량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또 누군가는 '무(無)알콜'이라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결국 승자는 시대를 부정하는 기업이 아니라,
그 변화에 발맞춰서 업의 정의를 다시 설계하는 기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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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환점의 한가운데서,
맥주 산업의 다음 성장 스토리는 어떻게 쓰여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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