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727. 블루보틀 'Blue bottle'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0127.


오늘은 스핀 오프 시리즈인 '브랜드 인사이트'의 두 번째 주제로

미국을 대표하는 커피브랜드인 '블루보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최근 수십 년 간 미국을 대표하는 커피브랜드라고 하면 대다수가 스타벅스를 꼽는다. 이렇다 할 대항마가 없던 미국 커피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아성을 위협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브랜드가 바로 블루보틀이다.

블루보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미국의 커피 역사에 대해 간략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란 나라의 탄생배경을 살펴보면 그 시초는 대영제국의 식민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 이후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1783년. 드디어 미국은 독립을 이루게 된다.

이 시기 영국과의 전쟁은 미국이 '커피의 나라'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결정적 트리거가 된다. 영국과의 오랜 전쟁은 '영국산 차(Tea)'의 불매운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는데, 이 시기 대체제로 들여왔던 것이 네덜란드인들의 즐겨 마셨던 커피였다. 심지어 지리적으로 가까운 브라질이 커피의 주생산지임이 알려지게 되면서 미국은 싼 값에 커피를 대량으로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이 시기 미국은 서부개척시대를 맞이한다. 당시 커피는 피로회복과 각성 효과가 있는 소위 '기능성 음료'로 맹위를 떨치게 된다. 당시 미국식 커피의 키워드는 '간편함'과 '속도'였다. 당시 서부개척은 인디언이라 불리는 원주민과의 전쟁을 통해 영토를 빼앗는 이른바 침략전쟁의 형태였다. 때문에 당시 커피는 졸음을 떨치기 위해 마셨던 기능성 음료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카우보이커피’라 불렸던 당시 미국의 커피는 냄비에 물과 커피카루를 붓고 라면을 끓이듯 만들었다. 맛이나 향보다는 간편함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커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커피 소비 성향은 20세기 초. 인스턴트커피의 개발로 이어지게 된다.

1910년 G워싱턴이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한 이후, 1938년 네슬레가 상품성을 개선한 커피를 대량생산하며 대중화를 이끌게 된다. 참고로 네슬레는 현재도 세계 인스턴트커피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인스턴트커피는 간편하고 빠르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커피의 맛과 향. 이른바 품질보다는 각성효과라는 커피의 기능적인 효능에 초점을 맞춰 커피를 소비하던 시대.

우리는 이 시기를 일컬어 커피의 제1의 물결이라고 부른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커피 소비에도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른바 유럽인들처럼 갓 로스팅한 원두로 추출한 커피를 마시는 수요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1971년 미국 서부 시애틀에 원두를 볶아 판매하는 매장이 생기게 되는데, 이 가게의 이름이 바로 스타벅스였다. 가게의 이름은 모비딕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피쿼드호의 일등항해사의 이름에서 빌려왔고, 가게 로고 역시 매혹적인 목소리로 항해사들을 유혹해 죽이는 요물 ‘사이렌’의 모습을 빌려와 사용한 것이 지금의 스타벅스의 심벌이 되었다.

참고로 지금도 시애틀 파크플레이스 앞에 가면 최초의 스타벅스 매장이 남아 있다. 예전 시애틀 출장 때 들렀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카페라기보다는 관광명소가 되어 기념사진을 찍고 굿즈를 사는 공간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탈리아의 커피바를 미국식으로 재해석하며 스타벅스는 미국의 카페문화를 선도하는 상징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커피의 고급화, 카페화, 그리고 프랜차이즈화.

이 시기를 '커피의 제2의 물결'이라고 부른다. 물론 그 중심에는 스타벅스가 있었다.


국민소득이 더욱더 증가하게 되면서 일관된 맛의 커피보다는 각자의 취향을 찾는 소비 또한 생겨나게 된다. 이른바 제3의 물결의 시작이다. 사실 커피는 어떤 원두를 사용하느냐, 어떤 강도로 로스팅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추출하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천차만별 달라지게 되는 특징이 있다. 커피매니아의 취향을 반영한 스페셜티 커피의 등장이다.

이 시기를 '커피의 제3의 물결'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오늘 소개할 블루보틀이 있다.

블루보틀 이야기를 하려면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첫 직업은 바리스타가 아닌 교향악단의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그는 해외 공연을 갈 때도 자신이 직접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챙겨가서 비행기 안에서 직접 내려 마셨을 정도로 커피에 푹 빠져 살았던 커피애호가였다. 어느 날 그는 일본 공연을 갔다가 우연히 들른 도코 시부야의 뒷골목의 한 카페에서 정성스럽게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에 매료된다.

이 카페의 이름이 바로 ‘차를 만끽하는 가게’라는 의미의 일본어 ‘킷사텐’의 대명사라 불리는 ‘차테이 하토우(茶亭 羽當)'’다.

블루보틀하면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수많은 오디션에 낙방했다는 그의 인터뷰를 살펴보았을 때 클라리넷 연주자로서 그의 삶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결국 연주자의 길을 그만두고 인터넷닷컴 열풍이 불던 당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발하던 스타트업 회사의 음악 큐레이터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그가 실리콘밸리 열풍이 불던 당시 캘리포니아에 터를 잡은 것도 이 무렵이다.

얼마 안 가 퇴사를 한 그는 1만 5천 달러 남짓의 퇴직금으로 취미였던 커피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른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가 직업이 되는 '덕업일체'를 실천한 것이다.

2002년 오클랜드 한 식당 창고 한켠을 빌린 다음. 직접 로스팅한 커피원두를 주변 카페에 납품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당시 그는 형편이 좋지 않았음에도 ‘고급 원두. 즉, 스페셜티 커피 원두만을 사용하며, 한 번에 오직 6파운드 양만을 볶아내며, 48시간 안에 로스팅한 원두만 판매한다.’라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의 원두 판매 사업은 신통치 않았다. 당시 그는 가게 월세를 벌기 위해 주말이면 인근 파머스마켓에 손수레를 직접 끌고 나가 커피를 직접 내려 팔기 시작하는데, 이게 입소문을 타고 소위 '대박 가게'가 되며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번 돈으로 그는 2005년 샌프란시스코 헤이즈 밸리에 첫 매장을 오픈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현재 블루보틀 1호점이 있는 곳이다.


가게 이름에 대한 비화도 흥미롭다.

1683년 동유럽과 중부 유럽을 장악한 오스만튀르크 군대는 오스트리아 빈까지 쳐들어 오게 된다. 얼마 안 가 전쟁은 오스트리아의 승리로 끝이 났고, 그들이 허둥지둥 떠나면서 놔두고 간 전리품 중에는 커피원두가 담긴 자루들도 있었다. 당시 아랍권에서 생활하며 커피를 접해봤던 쿨치츠키라는 인물이 이 원두를 싼값에 사들여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를 차리게 되는데 이 가게의 이름이 ‘푸른병 아래의 집(Hof zur Blauen Flasche)’ 이었다. 프리먼은 이 이야기에 매료되어 자신의 카페명을 ‘블루보틀’이라 지었는데, 이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블루보틀이 대중들에게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1.본질에 집중한다

오클랜드 블루보틀 본사 옥상에 가면 양봉장이 있다고 한다. 커피에 테스트할 꿀을 직접 양봉해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자신들의 커피에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컵사이즈는 330ml 딱 한 가지만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사이즈가 최적의 사이즈로 최고의 커피맛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블루보틀에서 사용하는 드리퍼도 엄청난 개발비를 들여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이 드리퍼는 바리스타가 아니라 MIT물리학자가 개발했다고 하며, 커피를 내릴 때 쓰는 필터 또한 일본의 유명 종이접기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주름을 연구했다고도 한다. 블루보틀 본사에는 일명 ‘커피 테크놀로지스’라는 커피맛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R&D부서까지 있다고 하니 '얘네들 정말 커피 맛 하나엔 진심이구나' 싶다.

2.단숨함과 비움의 미학

혹자들은 스타벅스를 삼성. 블루보틀을 애플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구글에 이 둘을 비교해 놓은 짤들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스타벅스는 공간을 빌려주고 다양한 메뉴들로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반해 블루보틀은 편한 의자도 없고, 심지어 와이파이와 콘센트도 제공하지 않는다. 커피 본질에 집중하겠단 의지의 표현이다.

매장 인테리어나 디자인에도 차이가 있다. 스타벅스는 가장 중심 상권에 거대한 매장.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데 반해 블루보틀은 특색 있지만 핵심 상권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매장을 열고 심플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도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3.일하는 방식

얘네들이 정말 커피를 파는 기업이 맞나 싶은 정도로 일하는 방식 또한 독특하다. 마치 실리콘밸리의 IT기업처럼 앱과 홈페이지 개선을 위해 구글벤쳐스의 투자를 받아 파트너로서 노하우를 제공받는가 하면, 원두 구독 서비스의 배송 인프라 개선을 위해 이 분야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퉁스커피를 인수하고, 분쇄 원두 품질 보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분야에 특허가 있던 퍼펙트커피를 인수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확장해 나가는 데 있어 이른바 공격적 M&A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놀랍다.

반대로 실리콘밸리의 여타 IT기업들처럼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분을 매각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실제로 2017년 네슬레가 블루보틀의 지분 68%를 4억 2500만 달러. 한화로 약 5500억 원에 사들인 일화는 업계의 전설로 지금도 화자 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블루보틀의 경우 커피 판매 외 수익이 60%에 달한다고 한다. 이른바 커피에 진심이라면서 원두와 굿즈가 더 잘 팔리는 회사인 셈이다.


‘블루보틀(Blue Bottle)’

세 번째 일기에서 언급했던 ‘차테이 하토우’의 장인정신이 태평양을 건너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결과물이다. 상품기획자의 관점에서 블루보틀은 ‘덜어냄의 미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된 종착역처럼 보여진다.

많은 브랜드들이 고객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더 화려한 로고, 더 자극적인 색상, 더 긴 설명을 덧붙일 때 블루보틀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이름조차 지워버린 그 간판은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자기소개가 되었다.

‘본질(本質)에 집중하는 힘’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는 이 본질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함'을 과감히 쳐내는 과정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애플(Apple)과 닮아 있다. 그들은 고객이 커피의 맛과 향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매장 내 와이파이를 없앴고, 콘센트를 치웠으며, 메뉴의 가짓수를 최소화했다. 상품기획자로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더 풍성한 구성을 만드는 일보다 ‘빼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와 확신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안다. 모두가 '애플처럼 심플한 기획'을 꿈꾸지만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품기획이라는 것이 때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에서 완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때로는 정교하게 설계된 ‘불편함’이 오히려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치환될 때, 브랜드는 비로소 팬들의 마음속에 각인되기도 하니까.

덜어낼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기획의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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