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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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편의점에 들러 음료가판대를 살피다 보면 달라진 풍경이 있다. 탄산음료와 커피가 점령하던 골드존에 자리 잡은 알록달록한 디자인의 '프로틴(단백질)' 음료들이다. 과거 '단백질 쉐이크'라고 하면 근육질의 보디빌더들이나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문화의 표준’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상품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람의 시선으로 보아도 현재 '프로틴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우리 시대가 갈구하는 ‘본질과 기초’에 대한 갈망이 포착된다.
식품 시장에서 트렌드가 가장 민감한 분야가 음료 시장이다. 아무리 트렌드가 변한다고 해도 주식의 식습관을 변화한다는 건 쉽지 않다.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 '결국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가장 많이 먹던 음식이다'라는 말이 있듯 오랜 세월 거쳐 자리 잡힌 식습관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음료 시장은 쌀, 밀가루, 장류 등 식생활의 기본이 되는 일반식품에 비해 트렌드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또 민감하다. 이는 음료가 '생존을 위한 필수재'라기 보단 '기호품' 또는 '기능성 제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음료 시장 중에서도 '카페 시장'이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편이다. 이는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제품화에는 많은 시간과 개발비용이 드는데 반해, 카페에 신메뉴 하나 추가하는 건 바리스타의 아이디어와 실천 의지만 있으면 즉각적으로 반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식품 트렌드가 궁금하면 '성수동 카페 투어를 가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26년 카페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프로틴'이다. 미국 카페 시장에서 트렌드 반영에 다소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스타벅스가 작년 '프로틴 메뉴'를 론칭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1월에는 ‘단백질 강화우유(Protein-boosted milk)’를 전면에 내세운 캐러멜 프로틴 말차(Caramel Protein Matcha)와 캐러멜 프로틴 라떼(Caramel Protein Latte)를 시즌 대표메뉴로 출시하기도 했다. 이제 구색 갖추기용 후보선수가 아니라 대표선수로 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출근길, 한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단백질 바를 챙기던 풍경이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도 목격된다. 이름하여 '프로피(Proffee)'다. 프로피는 단백질(Protein)과 커피(Coffee)의 합성어로 프로틴을 첨가한 커피 메뉴를 말한다.
프로틴 트렌드가 가장 빠르다는 미국 시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편리성을 극대화 한 마시는 프로틴'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른바 물처럼 마시는 프로틴 워터, 커피에 단백질을 섞은 '프로피'(Proffee), 각종 단백질 쉐이크 레시피 등 음료와 간편식이 결합한 형태가 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프로틴 워터(Protein Water)란 기존 스포츠 음료보다 당은 낮추고, 단백질은 높여 물처럼 가볍게 마시는 제품을 말한다. 텁텁한 쉐이크 보단 물처럼 가볍고 상큼하게 마실 수 있고, 단백질은 물론 수분까지 충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백질 음료를 꺼려하는 요소 중 하나로 높은 칼로리를 꼽는다. 하지만 프로틴 워터의 경우 제로 슈거, 저칼로리 제품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마케팅적 요소가 많다.
유럽의 프로틴 시장은 미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아직도 단순한 근육 증강(벌크업) 목적이란 인식이 강하고, 에너지 증진, 식사 대용을 위한 고단백·기능성 제품 중심이다. 프로틴이라는 소재 자체보다는 동물성 단백질의 대체제로서 식물성 단백질(콩, 비건밀크 등) 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프로틴 시장이 핫(Hot)하다. 여성과 고령층을 타깃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일본의 식습관을 반영한 간편한 식사 대용식(단백질바, 요거트, 음료 등)과 이너뷰티(이미용) 중심의 기능성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프로틴 시장의 최근 성장세도 눈부시다. 과거에는 주로 운동하면서 먹는 ‘근육 보충용’으로 단백질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았지만 최근 소비층과 섭취 목적이 다변화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1.초고단백(High-Protein) 음료가 대세
20g 이상 단백질을 함유한 RTD(Ready To Drink) 음료가 시장을 주도하며, 일부 제품은 40g 이상의 초고단백 제품들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오리온의 '닥터유 PRO', 빙그레의 '더:단백', 매일유업의 '셀렉스', 일동 '하이뮨' 등 별도의 단백질 강화 라인업이 대표적이다. 핵심 키워드로는 WPI(분리유청), 식물성 프로틴, 제로슈거 등을 꼽을 수 있다.
2.단백질도 맛있어야 한다
프로틴(단백질) 식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맛이 제품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과거의 단백질 제품이 운동선수들의 전유물로 '영양소 섭취'에만 목적을 두었기에 맛 따위는 그리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일상 식단으로 자리 잡아갈수록 맛이 구매와 재구매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점점 부각될 것이다.
3.기능성을 강화한 제품
기존의 단점을 개선하거나, 장점을 극대화한 고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유 소화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분리유청단백질(WPI)을 사용하거나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기능성 강화 제품군들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상식으로의 확장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역시나 일상식 영역으로의 확장이다. 그래야 폭발적인 시장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스낵(Snack)'이다. '스낵키피케이션(Snackification)'이란 신조어가 있다. 식사와 간식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을 빗대어 표현한 단어다. 스낵과 건강이란 단어는 사실 매칭이 잘 안 되는 조합이다. '밥은 줄일 수 있지만, 디저트는 포기할 수 없어', '스낵은 끊을 수 없지만, 건강은 챙겨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체제가 바로 기능성 스낵 시장이다.
5.5060 세대로의 확장
국내 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5060 시장이다. 이 시장을 놓친다면 대세로 자리 잡긴 불가능하다. 5060 세대를 잡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근감소증 예방'과 영양 밸런스를 고려한 '기능성 대용식'이다.
프로틴(단백질)은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이 되어 가고 있다.
예전엔 초콜릿과 탄산음료가 있던 자리에, 이제는 단백질 바와 고단백 음료가 줄지어 서 있다.
도대체 왜일까?
얼핏 보면 ‘건강 트렌드’의 확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것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바쁜 현대 사회가 만든 하나의 현상이자 자화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프로틴의 유행은 '결핍의 시대'가 만든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늘 바쁘고, 끼니는 불규칙하며, 즐길거리는 너무 많은, 그래서 늘 수면이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건강은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은 늘 우리를 옥죄어 온다.
그 사이 우리의 몸은 점점 '관리해야 할 것'이 되어 가고 있다.
프로틴은 그 틈을 메워주는 압축된 안전장치다.
프로틴은 근육을 키우는 '물질'이 아니라 내일을 버틸 힘을 쌓는 '태도'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