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041. 러닝 'Running'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0210.



기승을 부리던 동장군의 기세가 한 풀 꺾인 듯하여, 오랜만에 집 근처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직 춥다고 느껴지는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뛰는 사람들이 보인다.

25년 한 해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한 대표트렌드 중 하나를 꼽으라면 '러닝(Running)'이 아닐까 싶다.


요즘 한강은 물론이고 동네 산책로만 나가도 곳곳에서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한번 뛰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마련이다. 작년 한 해 러닝 인구는 급격하게 늘어 '1,000만 러너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기사도 본 기억이 난다. 정말 1,000만 명이나 뛰고 있다고? 그래서 관련 통계를 한 번 찾아봤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주로 참여하는 체육활동 중 ‘달리기’를 선택한 비율이

24년 4.8%에서 25년 7.7%로 2.9%p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9%p라고 하니 미비한 숫자 같지만 상승률로 환산하면 60%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자전거, 등산, 수영 시장 모두 부진한 것과 대비하면 러닝이 '대세운동'이라 할 만하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헬시플레져 트렌드 만으로 러닝의 인기를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다. 걷기, 자전거, 등산, 수영 등 대체할만한 운동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걷기, 자전거, 등산, 수영 등 다양한 운동들이 있는데 왜 하필 러닝일까?

1.접근성과 낮은 진입장벽

러닝은 러닝화 한 켤레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 없이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다. 피트니스 센터에 갈 필요도 없고 집 근처나 공원에만 나가도 자유롭게 달릴 수 있어 접근성면에서는 최고의 운동이다.

2.스트레스 해소 및 멘탈 케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말이 있다. 격렬한 유산소 운동 중(보통 30분 이상, 심박수 120회 이상) 고통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뇌에서 엔돌핀과 엔도카나비노이드가 분비되어 쾌감, 도취감,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달리는 동안 발생한다고 알려진 '베타엔돌핀'은 기분 전환과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기안84는 건강 문제와 공황장애 극복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고 삶을 지탱하는 요소였다고 인터뷰하기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3.런스타그램과 크루 문화

달린 거리와 코스를 앱으로 기록하고 이를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유하는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함께 달리는 러닝크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네이버 커뮤니티 플랫폼 밴드의 발표에 따르면 러닝을 주제로 한 모임의 비율이 최근 3년 새 80%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러닝 인구의 증가와 늘어난 관심만큼 성장한 것이 또 있다. 바로 러닝 관련 시장이다.

1.오픈런은 필수! 대세가 된 마라톤 대회

20년 1만 명 수준이던 마라톤 대회 참가 인원은 25년 100만 명을 돌파하며 100배 성장을 기록했다. 인기 대회들은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마감된다고 해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지방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의 경우 러닝 + 투어가 결합된 '런투어(Run-Tour)' 트렌드까지 생겨나고 있다.

2.메가 트렌드가 된 러닝화 및 패션 시장

국내 러닝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이하며, 러닝화 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국내 전체 운동화 시장이 규모를 4조 원 정도로 보는데, 이 중 러닝화 시장만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기 러닝화 시장이 가벼운 조깅화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철저히 '기능성(Perfomance)'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러닝붐 초기 헬스장 등록비나 골프 장비 비용에 대한 부담감에 대한 대안으로 '가성비 운동'의 대명사로 불리었지만, 러닝화 한 켤레에 20~30만 원을 호가하는 요즘은 '가성비'는 옛말이 되었다.

3.러닝앱과 첨단 기술의 결합

고급 러너 인구가 늘어나면서 '가민(Gamin)'과 같은 첨단 장비와 전문 러닝앱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했다. 러닝 초보시절엔 조깅화 하나면 충분했지만, 이제 좀 뛴다 싶으면 관련 용품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웨어러블 기기다. 가민의 전문가용 러닝 스마트워치는 100만 원이 넘는 가격임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러너들은 가민 워치를 차고 '스트라바(Strava)'나 '나이키 런 클럽(NRC)'같은 앱을 통해 자신의 달리기를 기록하고 측정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4.태동하는 러닝 푸드 시장

단순 조깅을 넘어 장거리 러닝으로 넘어가면 먹는 것도 중요해진다. 에너지 젤, 단백질 보충제, 전해질 음료 등의 매출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동아오스카나 롯데칠성음료 등은 마라톤대회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등 러너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닝 스포츠 브랜드의 지형도 변화 또한 눈에 띄는 포인트다.

지난 수십 년 제왕의 자리를 차지했던 건 단연코 '나이키(Nike)'와 '아디다스(Adidas)'다. 물론 현재도 시장점유율면에선 압도적인 강자로 굴림하고 있지만 전문 러너 시장을 중심으로 신생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호카(Hoka)'와 '온러닝(OnRunning)'이다. 호카는 요즘은 대세가 된 두툼한 미드솔을 가진 일명 '쿠셔닝화'의 대표주자다. 스위스 브랜드인 온러닝은 '클라우드 텍'이라는 독자적 쿠셔닝 기술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기능성과 패션을 동시에 추구하는 2030 여성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구가 중이다.

전통의 강자였던 '아식스(Asics)'와 '뉴발란스(NewBalance)' 또한 러닝 시장에서 강세다. 아식스는 러닝화의 근본이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고, 뉴발란스 역시 '퓨어셀' 라인업을 강화하며 퍼포먼스 브랜드로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글로벌로 시야를 넓혀보아도 러닝은 대세 트렌드로 자리 잡은 듯 보인다. 그렇다고 대세가 된 러닝 트렌드를 모두가 달가워하는 건 아니다. 러닝인구 천만명 시대인만큼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일 테다.

산책로를 점령한 러닝크루들, SNS 인증샷 열풍과 함께 등장한 '시티런(도심 한복판을 뛰는 행위' 이슈 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 외에도 운동화 하나에 40만 원, 스마트워치 100만 원, 러닝복 한 벌에 30만 원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닝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닝은 정직한 운동이다. 내가 흘린 땀방울만큼 거리가 늘고, 내가 내뱉은 숨만큼 심폐 기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고가의 장비나 고가의 레슨이 필요한 다른 운동과 차별화된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러닝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통찰이 아닐까 싶다.

추위도 한 풀 꺾이고 이제 곧 러닝의 계절이 돌아온다.

오늘 퇴근길엔 구두 대신 가벼운 러닝화로 갈아 신고 한 번 달려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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