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0217.
오늘은 음력 1월 1일. 설날이다.
달력에는 이미 한 번의 ‘1월 1일’이 지나갔음에도 또 한 번의 새해를 맞는 ‘설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메시지가 울려댄다. 새해를 맞이하고 한참을 달려온 듯 한 이 시점에 '새해에는'이란 단어가 왠지 낯설게만 느껴진다.
묘하게도 ‘설’이라는 단어의 여러 어원을 찾아보니 '낯설다'의 어근 '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설날' 자체가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하니 이 것도 우연의 일치일까 싶다.
익숙했던 시간이 물러가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시간이 들어서는 날.
그래서 설날은 어쩌면 ‘낯섦을 받아들이는 날’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문화권에 ‘두 번의 새해’가 있다. 이러한 사실이 어색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기획자로 살다 보니 '두 번의 새해'가 있어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1월 초 세웠던 거창한 계획들이 작심삼일의 파편으로 흩어질 무렵, 설날은 마치 '괜찮아, 이제 진짜 시작이야”'라고 말해주는 일종의 ‘새로고침’ 버튼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었다.
1.'낯설음'에서 오는 경계와 설렘
‘설’이라는 단어의 유래에는 여러 설(說)이 있지만, 기획자인 나의 마음을 가장 흔든 것은 ‘낯설다’에서 왔다는 어원이다. 새해라는 새로운 시간의 문턱에 발을 들이는 것이 아직은 익숙지 않고 ‘낯설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삼가며 조심해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설날을 ‘신일(愼日, 삼가는 날)’이라 부르기도 했단다.
기획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익숙함’에 매몰될 때다. 전년도 데이터와 결과들을 그대로 복붙 하고, '작년에 이렇게 했는데 결과가 좋았었어'라며 늘 하던 방식의 기획을 답습하는 경우가 그렇다. 기획자가 항상 경계해야 하는 태도다.
그렇다면 기획자가 항상 갖으려 노력해야 하는 태도는 무엇일까? 그건 타성에서 벗어나 다시금 시장을 ‘낯설게’ 바라보는 태도다.
2.선물 세트의 전쟁이 끝난 뒤의 ‘여백’
사실 MD들에게 설날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날이다. MD들의 치열한 전장은 사실 ‘준비 기간’이다. 수개월 전부터 아이템을 소싱하고, 설을 타겟으로 한 상품 구성을 짜고, 물류 전쟁을 치른다.
오히려 설 연휴가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MD들은 모처럼의 여백을 마주한다. 그렇다고 오롯이 쉬는 시간은 될 수 없다. 명절 전 치열했던 수치들을 복기하고 명절 이후(Post-Seollal)의 소비 심리를 예측하는 ‘전략적 휴식’이다.
1월 1일의 새해가 '선언'이라면, 설날의 새해는 '점검'에 가까운 느낌이다. 한 달 넘게 지난 지금, 처음의 목표들은 여전히 유효한지. 머릿속 기획안들이 현장에 반영되며 수정이 필요한 것은 없는지 가늠해 보는 시간이다. 그래서 두 번째 새해는 첫 번째 새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3.‘다시 시작’한다는 안도감
기획이 늘 완벽할 수만은 없다. 처음 세웠던 가설들이 시장에서 어긋나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프로젝트의 궤도가 틀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설날은 마치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느낌이다.
'그래 새해에는 잘해 보자'라고..
설날 아침.
정갈하게 차려진 떡국 한 그릇을 대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또 한 살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그래!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또 그만큼 세상을 보는 눈이 한 뼘 더 깊어졌겠구나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