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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ug 11. 2018

다르게 질문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디파지토리 강연 후기 _ 질문술사 이야기

  얼마전에 독특한 강연 요청을 하나 받았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자기소개를 30분 이상해달라고 하더군요. 어떤 경험을 하면서 살아왔길래 현재 질문술사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개인의 스토리를 더 많이 이야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있고, 저도 말로 풀었던 이야기를 글로 다시 정리해보려고 이 글을 끄적여보고 있습니다.

실물과 사진은 많이 달라서 죄송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강연회가 열린 배경과 대략적인 내용은 강연 자리를 열어주신 디파지트의 정리 글 참고해주세요.
 https://m.blog.naver.com/adidaj/221336323097


[1] 질문술사는 누구?


Q1. '질문술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질문술사로 불리우며 살아가고 있지만, 공부하고, 코칭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리더들과 함께 학습조직을 촉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로 하는 일은 코칭(Coaching)입니다. 스포츠 선수를 코칭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조직의 리더나 경영자들을 코칭하는 일로 밥을 먹고 삽니다. 코칭을 하다보면 클라이언트(저는 Player라고 부르는 걸 더 좋아합니다만)의 자각과 책임을 돕는 강력한 질문을 하는 훈련을 받지요. 2006년 정도부터 코치로 살아왔으니 12년 정도 경력이 쌓였네요.

오늘쪽 빨간색 포스트잇이 제가 주로 돕는 일이지요. 왼쪽은 Player가 해결할 과제.




Q2. 내가 하는 일의'본질'은 무엇인가?

  코치로서 저는 개인일 도울 때도 있고, 조직을 도울 때도 있습니다.

  조직을 도우며 하는 일은 ABC에 초점을 두려고 하지요. 자율적인 리더들이 탄생하도록 돕고, 안전지대를 넘어서서 뿌듯함을 선사해주는 도전적인 목표를 성취하게 돕고, 더 좋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원칙들을 세우고 지키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질문디자인연구소 소장이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종종 제게 와서 ‘질문을 잘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는 없다고 느낍니다. ‘질문 잘 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저의 일은 아닙니다. 가끔 강의나 워크숍으로 이 주제를 다루게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의 본질과는 조금 멀다고 느낍니다. 저와 만나는 리더(Player)들이 자신과 자신의 조직에 더 좋은 질문을 선택하거나, 자신의 질문을 만들어 보도록 돕고, 온전히 그 질문에 머무르는 것을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질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 일, 그게 제 일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설프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저와 관계 맺고 계신 분들이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왔는지,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갈지에 더 큰 관심과 호기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은 어떨까요?'라고 말하며, 제가 생각하는 조금 더 좋은 질문을 제안해보곤 합니다.


  제 일의 본질을 한 문장으로 줄여보자면, '질문이 선물이 되게하는 것'입니다.

  질문을 선물받은 분들이 더 좋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곤합니다.





[2] 다르게 질문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질문술사의 질문력 : 5가지 원천)


  아무튼 이번 강연에서는 제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풀어서 하는 것 보다는, 다르게 질문하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질문술사 이야기 : 미스터리 > 거인 > 선택 > 도구 > 사이

첫번째 키워드는 삶의 미스터리로 잡았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납니다.


Q3. 살아가면서 마주하게된 미스터리는 무엇인가?

초중고대학,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궁금했습니다. 많은 교육자들이 왜 잘 가르치는데 쓰는 정성만큼, 학습자들이 무엇을 배우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지. 저는 그게 제 삶의 중요한 미스터리였습니다.

 더불어 회사에서 인사/교육 담당자 역할을 하면서 어떤 사람은 배우고 성장하는데, 어떤 사람은 성장을 멈추는지 궁금했습니다. 코칭과 액션러닝, 퍼실리테이션 등을 공부한 것은 저 스스로 인간의 성장을 조력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였지요. 교육학과에 다니면서 배울 수 없었던, 진정한 학습자 중심,  참가자 중심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충격도 많이 받고, 또 배우기 위해 돈도 꽤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오래 품어온 질문은 '무엇이 배움을 촉진하는가?'입니다. 거의 20년 가까이 매달리고 있는 질문입니다. 답은 물론 계속 바뀌곤 하지만. 첫번째 미스터리는 제가 학습하는 인간들에게 더 좋은 질문을 선물하려는 코치로 살아가게 한 힘을 제공했습니다.


두번째 삶의 미스터리 중에 하나는, 코칭을 훈련하던 과정에서 받았던 동료 코치의 질문이였습니다.

 라이프코치든, 비즈니스코치든 코치들은 고객이 열망하는 바를 묻는 질문을 많이합니다. 저 역시도 꿈의 가치를 중요시여기다보니, 자주 "어떤 꿈을 꾸고 계신지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동료 코치분의 질문은 저를 온통 흔들어놓더군요. "꿈을 꿔야 할까요? 꿈에서 깨어나야할까요?" 굉장히 불편한 질문이였습니다. 제가 잠들어있다는 주장으로 들렸으니깐요. 꿈을 꾸어야 할 것인지,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지...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였지요. 제가 꿈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일상의 소중함 보다는 "꿈"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20대에 세워둔 인생 목표와 꿈리스트들을 다시 쳐다보게되더군요. 학위, 전문가 자격 취득 등등... 수많은 꿈들이 부끄럽게 여겨졌습니다. 본질적이지 않는 것들을 추구하면서, 꿈속에 빠져있는 저를 다시금 돌아보았습니다. 꿈을 꿔야 할 때와, 꿈에서 깨야할 때를 분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에도 하게 됩니다. 두번째 미스터리가 제게 본질적이지 않은 것들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저는 불필요한 것, 제거해야 할 것을 직면할 수 있는 불편한 질문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미스터리는 주역점을 재미로 봐 주셨던 교수님이 지나가는 말로, "올해 박코치는 '일이관지'하겠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갖게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꿰뚫는 하나... 그게 뭘까 궁금해졌습니다. 회사로부터 독립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한참 올라왔던 시기라, 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해왔던 일들은 꽤 많았고, 제가 가진 역량과 기술들도 너무 많아, 그 중에 일이관지에 해당하는 하나를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먼저 그 모든 것들을 노트에 끄적이며 대략 100~200개 사이의 리스트를 만들어봤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꽤뚫는 하나는 뭘까를 생각하면서, 지우로 또 지워보았습니다. 한동안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찾아낸 단 하나의 키워드가 '질문'이였습니다. 이 질문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지, 10년동안 연구하고, 이 주제로 일을 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남들이 해도 되는데, 꼭 내가 해야할 일인지를 검토하면서 나름 확신을 얻고, 질문 디자인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세번째 미스터리를 풀면서 저는 비로소 제가 해야할 사업을 알게되었습니다.

일단 질문디자인연구소로 시작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이 많아지면, 질문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학교하나 만들어볼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 꿈은 깨어야 할 꿈일까요? 아니면 함께 꿔야할 꿈일까요? 제 삶의 미스터리들은 여전히 제 질문의 원천입니다.

당장 답할 수 없는, '인생의 미스터리' 이것이야말로 더 좋은 질문의 원천이라고 믿습니다.




Q4. 누가 나에게 어깨를 빌려줄 거인인가?

두번째로 소개한 키워드는 '거인'입니다.

제가 더 좋은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거인들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만나봤었지요. 개인의 경험, 개인적인 삶 속의 미스터리만으로는 질문이 향상되기 어렵더군요. 저는 늘 스승을 찾아해매곤 합니다.


 피터 드러커는 제가 처음으로 만난 질문의 고수였습니다. 드러커의 책들엔 경영자들과 지식근로자들이 탐구할 질문이 가득하지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경영소설이라는 '더 골'의 저자 엘리 골드렛도 제게 질문하는 법을 안내한 스승 중의 한 분이십니다.

  아쉽게도 제가 제약이론을 본격적으로 공부한지 얼마되지 않아 타개하셨습니다만...

인본주의 상담의 아버지인 칼 로저스도 제게는 귀한 질문스승입니다.

요즘엔 어른다운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데이비드 리코가 좋은 스승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책 제목부터가 훌륭한 질문입니다.


학습하는 조직을 어떻게 구축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피터 센게는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는 스승입니다.

싸부들의 글에서 음미할 만한 문장들과 질문들을 찾아서 벗들과 나누다보면, 어느덧 저의 질문하는 힘도 함께 성장하곤 하더군요.

가끔 저와 함께 질문공부한 선생님들이 자신의 경험들을 나눠주곤 하는데, 동료도, 혹은 친구의 친구들도 좋은 질문에 대한 저의 관심과 깊이를 크게 높여줍니다. '액괴 질문'은 모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질문이라는데, 이 질문에서도 저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제가 올라타야할 거인의 어깨가 어디있는지를 알고, 그들이 어떤 질문에 매달려 탐구했는지, 어떻게 질문했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다르게 질문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소개하지 못한 거인들이 더 많습니다.

저는 종종 이렇게 제가 만나서 배움을 청할 거인들 리스트를 정리하곤 합니다. 직접 만나지 못할 분들은 책으로라도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Q5. 삶을 변화시킨 결정적 순간, 내 선택의 기준이 된 원칙은 무엇인가?

저는 종종 제 삶의 결정적 순간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을 했는지 돌아보곤합니다.

골드렛의 딸이 아빠에게 던졌던 질문을 받아보는게 소원이기도 합니다. 이런 질문을 딸이 아버지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부녀간의 관계에 대한 많은 함의를 품고 있지요. 언제고 저의 딸들이 이런 질문을 하면 뭐라 답해야 할지 고민해보곤 합니다.

제 삶의 결정적 순간 순간을 돌아보면서, 제가 어떤 질문을 주로 품고 탐구해왔는지를 정리해보곤 합니다.

더 좋은 질문을 디자인하고, 선물하기 위해서 필요한 원칙들도 정리해보곤 합니다.

좋은 것(Good)보다 위대한 것(Great)이 무엇인지를 계속 물어보는 것이 제 질문을 조금 더 다르게 만드는 동력이 되곤합니다.

요즘 만나는 전문가들에게도 종종 원칙을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선택의 순간,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가져야 할지를 먼저 고민해보는 일은 중요하고, 뜻깊은 일이 되곤 합니다.


저는 물론 '내가 다 알아'라는 것을 강요하는 오만한 느낌표보다 '내가 아는 것이 착각일 수도 있다'는 겸손한 물음표를 사랑하자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요. 앞으로도 함께 지켜가야 할 원칙을 디자인해보는 일은 멈추지 않을 듯 합니다.


Q6. 질문을 어떤 '도구'에 담아 선물할 것인가?

저는 '도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도구는 무엇인가를 쉽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질문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저금통 말고 질문통이라는 것도 만들어보았습니다. 종이상자에 제가 가진 통합적으로 질문하는 방법을 담아보려고 시도해본적이 있지요. 처음 만든 인생질문 디자인하기 워크숍에서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좋은 질문을 담은 질문카드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이미 많은 질문카드가 있더군요. 제가 아니더라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는 그냥 가끔 자문요청이 오면, 자문해드리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언젠간 저도 질문카드를 만들어볼 수도 있겠지만. 꼭 제가 해야할 일이 아니라면 뒤로 미뤄두는 습성이 있어서 당분간은 직접 질문카드는 만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가장 관심이 많은 도구는 빈칸이 가득한 질문노트들입니다. 노트회사 창업을 하거나, 혹은 인수를 해야할까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은 좋은 질문을 선물하기에 정말 좋은 도구이긴한데, 직접 쓰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군요. 직접 쓴 책이든, 남들이 쓴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것이든, 질문이 가득 담긴 책들을 지속적으로 출판해보고 싶습니다. 출판사 창업까지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은 여력이 되지 않아 이 작업도 뒤로 미뤄두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하면, 출판사 대표님들께서 따로 하지 말고, 그냥 동업하자고 말씀하시긴 합니다만.

아무튼 좋은 도구는 저의 질문하는 힘을 강화시켜주었고, 저 역시 적합한 도구에 질문하는 힘을 담아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Q7. 더 좋은 질문을 발견하기 위한 '사이'에 머물고 있는가?

'틈'이라는 말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사이 간(間)자가 물을 문(問)자와 많이 닮아있기도 합니다. 시간, 공간, 인간을 모아서 저는 삼간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좋은 질문을 품으려면 이 사이에 틈을 만들어 둘 수 있어야 하지요.

아직 제 실력이 부족하여 이 삼간에 대해서는 글로 설명하긴 참 쉽지 않은 요소이긴합니다.


빈 공간, 빈 시간, 새로운 만남 속에서 저는 이런 활동들을 합니다. 비워있음을 허락하지 않으면, 사이에 머무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으면 다르게 질문하긴 어렵더군요.


[3] 두서없는 후기를 마무리하며....

  디파지토리 강연회에 참석하셨던 한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노트를 남겨주셨더군요. 다르게 질문하는 힘은 이렇게 잘 들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으로 끄적여봤습니다.

두서없이 끄적인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생에는 해결책이 없어. 다만 추진력이 있는거야.  그런 힘을 창출해야 하고, 그러면 해결책이 뒤따라 오는거야.'  _ 생텍쥐페리 [야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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