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시작한 지 1685일 만에 300번째 글을 올립니다
브런치에 올린 글이 이제 300편이 되었습니다. 삼백이라는 숫자는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강렬한 액션 영화였던 300 때문은 아닙니다. 제 인생 목표가 ‘어른다운 어른 친구 300명 사귀기’라서 그렇습니다. 죽기 전까지 잘 살다 보면 저의 죽음을 슬퍼해줄 벗이 그 정도 숫자가 되었으면 한다는 소박한(혹은 야심찬) 목표입니다.
친구 300명은 아직도 요원한 목표로 보이지만, 브런치에 올린 글은 이제 그 숫자에 도달했습니다. 300편째 글이니, 그동안 브런치 글쓰기를 돌아보며, 뭔가 기록과 소회를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날은 오늘로부터 1685일 전인 2015년 10월 12일입니다. 저는 꽤 일찍 브런치에 글을 쓴 편에 속합니다. 4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브런치는 제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공간이었습니다.
( 브런치를 쓰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에 쓴 글도 링크 걸어둡니다. https://brunch.co.kr/@ilwoncoach/65 )
다르게 질문하는 법에 관해 쓴 30편의 글을 묶어 <혁신가의 질문>이라는 첫 책을 냈고, 어른다운 어른됨을 묻다가 끄적인 시 80편을 엮어 <다시, 묻다>라는 시집도 낼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에 올린 모든 글이 책으로 재탄생한 것은 아니지만,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제가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브런치는 글 쓰는 사람이 독자를 만날 수 있게 해 주고, 더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플랫폼입니다.
현재는 11,550명이나 되는 분들이 제 브런치를 구독해주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누적 조회수가 397,614회입니다. 1685일로 나누면 하루에 235명 정도 방문해주고 계시고, 글 300편으로 나누면 한 편의 글에 평균 1325명이 클릭해주셨다는 이야기지요. 1년 차 무렵엔 글 한편당 평균 조회수가 3,300건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꽤 많이 줄어들긴 했습니다. 좋은 작가들의 훌륭한 글도 많아지기도 했고, 제 스스로는 실용적인 글보다는 시시한 시를 끄적여 올리다 보니 줄어든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브런치 글쓰기 초기에는 많은 독자들이 제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는데, 책도 내고, 그런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되어서인지, 지금은 그냥 꾸준히 글을 쓰고 쌓아둘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곤 합니다. 1685일에 300편의 글을 쌓아둔 것이니, 5~6일에 한 편의 글을 꾸준히 써서 브런치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유수가 ‘0’인 글을 볼 때면, ‘내가 쓸모없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돌아보게 되곤 합니다.
그동안 써온 300편의 글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글은 제가 집중하고 있는 ‘질문’에 관한 글이 아니라, 제 자신을 토닥이며 끄적인 시시한 ‘시(詩)’입니다. 300편 중 190편 정도(63%)를 시로 채워두고 있습니다. 물론 등단하지도 않았고 문학성도 높지 않은 저의 ‘시(詩)’는 공유수나 조회수가 높지 않습니다. 브런치는 문학적인 글보다는 실용적인 글들이 더 많이 쓰여지는 공간이기도 하고, 브런치 독자들도 그런 글들을 더 많이 공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인기 없는 시인의 글에도 반응을 해 주시는 소수의 친구들 덕분에 여전히 ‘시(詩)’를 쓸 힘을 얻곤 합니다.
글을 쓰는 작가는 독자를 만나야 온전해집니다.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읽어주는 독자가 있을 때, 글 쓰는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브런치에 소소한 글도 올리고, 실용적인 글도 올리면서 세 번째 책을 완성해 나가는 지난한 길을 걸어보려 합니다.
브런치는 제가 작가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도와준 공간입니다. 시집 <다시, 묻다>에도 실어둔 글이지만, 예전에 써 둔 글 하나 링크 걸어둡니다. 300편의 글을 쓸 수 있도록 지켜봐 준, 그동안 한 번이라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앞으로도 읽어주실 특별한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친구 됨 : https://brunch.co.kr/@ilwoncoach/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