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시 시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봄 Nov 12. 2018

서로를 비난하는 벗 사이에서

그렇게 벗들은 서로 멀어진다


“진정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면 절대 비난하지 마라. 실수는 넘어가 주고 끝까지 좋은 일을 하고자 애쓰면 된다. 중요한 것은,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순수한 기쁨을 기억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 |




그렇게 벗들은 서로 멀어진다


서로를 비난하는 벗 사이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함부로 화해를 권하거나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차마 못할 짓이다

그저 슬퍼할 뿐이고

상처받은 벗의 비명을

들어줄 수 밖에 없음은

우리 삶의 슬픈 일면이다


오해가 이해가 되도록 돕는 일도

때를 놓치면 개입하기 어렵다

그저 서로의 상처가 아무는 시간을

함께 견뎌야 하지만

어딘가 그 흉터가 남아서

나쁜 기억을 - 한때는 소중하다 여겼던 기억을

왜곡되고 일그러진 기억으로 

계속 환기시킬 것이다


그렇게 벗들은 서로 멀어진다


그렇게 벗들은 서로 멀어진다 (초고)



2018. 11. 12 질문술사

슬픔에 머물러 끄적이다


시족(詩足)  : 서로를 비난하는 벗 사이에서

  벗과 벗 사이의 일에 섣부르게 개입하는 것은 꼰대짓이다. 다만 서로 상처를 주고 거리를 두며 서로에게 들리지 않는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울 뿐이다. 비난은 상대를 변화시키지도, 자기 자신을 위로해주지도 못한다. 서툰 벗들의 개입과 한 쪽 편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는 위로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값싼 위로로 치유될 수 없는 상처임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먼저 거리를 두게 된 친구는, 상대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견디기 어려운 상처를 받고 아파했으리라. 상대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조차도 어려웠을 수도 있다. 이렇게 쓰면 아마도, 다른 쪽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끼어들지 말라고 말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너무도 쉽게 상처받는 존재라는 것을 환기시주고 싶었을 뿐이다. 별다른 설명없이 떠남이라는 서툰 방식을 취하는 이들 중에는,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하는 내면아이가 자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역시 그저 추측할 뿐이다. 예고 없이 떠난 친구로 인해 홀로 남겨지고, 단절당한 벗의 마음에는 커다란 상처가 남겨졌을 것이다. 헤어지는 과정이 더 큰 상처를 주고 받았을 수도 있다. 

  우리의 서투름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으니, 그저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무력감에 빠진 또 다른 벗은, 진한 슬픔에 머물 뿐이다. 벗 사이에 시시비비를 가려달라 암묵적으로 요청하는 일은 슬프고 잔인한 일이다. 아니다. 그런 잔인한 요청을 한 것이 아닌데, 그저 서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일 터인데, 그 사이에 서 있는 못난 벗은 그 비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비겁하게 서 있는 것 밖에 못하고 있다. 


2018. 11. 12. 질문술사
서로를 비난하는 벗 사이에서 이런 글조차 오해를 낳을 수 있음을 안다. 그저 끄적이지 않을 수 없어서, 몇 달동안 담아두다가 참지 못해 토해낸다.


시족(詩足) 초고  : 서로를 비난하는 벗 사이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질문이란 작고 초라한 바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