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하루을 시작하다, 문득 부끄러워지다
오늘 하루는 누군가에겐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애쓰기도 벅찬 날
이 악물고 버티고 버텨야 하는 힘든 날
왜 해야 하는지 물어볼 시간도 없이 바쁜 날
오늘 하루,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홀로남아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는 날
권태롭고 지루하고 참을 수 없이 재미없는 날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사이의 날
오늘 하루의 삶의 무게를
섣부른 조언이나 인생에 대한 찬가로 치장하기엔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
부끄러움을 마주하는 날
오늘 아침 기도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애쓰는 날보다
오늘 내가 살아있음을 무엇으로 표현하면 좋을지
상상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그저 주어진 일들을 바쁘게 처리하는 날보다
내가 행하는 이 일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이 일에 나다움을 담아본다면
어떻게 다르게 해 볼 수 있는지
질문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그저 이 악물고 버티는 날보다
아프면 아프다 하고
힘들면 힘들다 하며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기 보다는
함께 하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 내미는 날 되게 하소서
2019. 11. 28 질문술사
아침 기도를 끄적이다.....
시족(詩足) : 부끄러움이 밀려오는 날이다
아침부터 커피숍에서 차 한잔 마실 여유를 가진 반백수의 삶을 살다보니, 타인의 고통과 삶의 힘겨움에 대해 무지해지곤 한다. 그저 끄적여본 글들이 배부른 꼰대의 잔소리처럼 보여서 화들짝 놀란다.
오늘도 기도하고 시를 쓰기엔 부끄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