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시 시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봄 Aug 28. 2019

나무가 되겠다는 벗에게

누구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나무가 될 것인가?


다른 사람도 네가 얘기한다는거 알아?


아니, 오직 너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J. M. 바스콘셀로스 / 그림:최수연





누구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나무가 될 것인가?



나무 같은 벗이여,

그대 나무가 되고 싶다 내게 말했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같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무가.

루까는 제제에게 그런 나무였네.

모두의 라임오렌지나무가 아니라.

제제에게만 특별히

그 그늘을 온전히 허락해 준 밍기뉴였다네.



루까 같은 벗이여,

그대의 그늘은 모두를 품어주기엔

아직 그만큼 풍성하지 않다네.

온 지구를 덮어주려고,

만나는 모든 인간에게 그늘을 주려고,

그만큼 크게 빨리 자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네.

그대의 제제가 누구인지 알고,

그대의 제제가 그늘이 필요할 때,

단 한 명의 제제를 위해 그늘이 되어준다고 해도

충분하다네.



나무 같은 벗이여,

그대가 맺은 열매를 모든 이들이

맛볼 수 없다고 너무 섭섭히 여기진 말게나.

그저 오고 가는 이들이 맛볼 수 있음 족하고,

제제를 위해 특별한 열매 하나 정도를

숨겨둘 수 있어도 좋다네.



루까 같은 벗이여,

내 질문은 이렇다네.

그대의 그늘에서 쉬고 놀도록 허락할

제제는 누구인가?



그대의 제제에게 그늘을 내어 주고도

한 뼘만큼의 여유가 남는다면,

내가 지쳤을 때 조금 쉬어갈 수 있게

허락해 줄 수 있으면 더 좋겠네.


나무 같은 벗이여.




2019. 8. 28.

나무가 되고자 하는 벗에게

질문술사 시인박씨는 주제넘은 질문을 했다.


누구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가 될 것인가?’


살아가는 동안 모두에게

그늘이 되어줄 순 없다.

우린 늘 한계 속에서 선택에 직면해야 한다.


박동원님의 번역본이 좋더군요 / 동녘출판사


PS. 나의 벗 루까에게,


그리고 자넨 이미 내게

그런 그늘을 제공해 준 적이 있다네.

잊어버렸는지 몰라도,

내게 그늘이 필요할 때

옆에 서서 곁을 내어 준 적이 있었다네.

내겐 자네가 그런 밍기뉴 나무였어.


그대의 친구, 카뻬친냐가


who & why
매거진의 이전글 꼰대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