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래 줄 수 있겠니?
다만,
그래 줄 수 있겠니?
어둠 속에 있기에
빛을 향해 걸을 수 있다
밝은 세상에서 걸으나
늘상 그림자가 따른다
낯에 사는 모든 아이도
밤에 사는 모든 어른도
서로 손가락질하건만
어른스런 아이도
덜 자란 어른도
밝음과 어둠 사이에 태어나
빛을 잃어 가거나
길을 잃고 걷는다
그럴 수 있지
그래도 괜찮다
우리 모두 그렇다
쉬어가도 괜찮다
다들 그렇단다
다만,
살아야 한단다
삶으로 나아가야 한단다
그래 줄 수 있겠니?
2019.8.27 밤과 새벽 사이에
PS.
다만, 괜찮다면
아침밥 먹으러
나 혼자 가야 하는데
오늘은 네가
함께 가줄 수 있겠니?
밥 값은 내가 내마.
#질문술사 #시인박씨
#빛을잃고길을잃고지친이들에게 #다시묻다
‘어둠 속에 있기에 빛을 향해 걸을 수 있다’는 문장 하나에 걸려넘어져, 꼰대질 같은 시 하나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다만, 나도 어둠 속에 있거나, 그림자에 사로 잡혀 있다는 것을 고백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답하지 못한 질문을 마주하고 아직도 마음은 너덜너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