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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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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Sep 27. 2019

나는 발을 보는 게 좋다

나의 발, 너의 발, 그리고 우리의 발


足見



나는 나의 발을 보는 게 좋다
내 발을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내 오만함이 조금은 줄어드는 듯하다



나는 너의 발을 보는 게 좋다
너의 발 옆에 서서

너의 발끝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면
너에 대한 내 무지함이 조금은 깨어지는 듯하다



나는 우리의 발을 보는 게 좋다
어떤 발이 앞서고, 어떤 발이 뒤따르는지
서로의 발 사이의 거리와 방향을 보다 보면
우리 관계 사이가 조금은 분명해지는 듯하다





2019. 9. 26

질문술사 시인박씨

나와 너의 발을 보다가 다시 묻다

나는 발을 보는게 좋다 (초고)
  마흔이 지난 후로는 말을 듣는 것 보다 발을 보는게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질문을 잘 하고 싶은 이들에게 농담삼아, ‘발을 보라’고 말하곤 한다. 말에 담긴 질문은 가끔 너무 가볍다. 말없는 발이 질문의 깊이를 더하곤 한다.  발가락 질문카드도 슬슬 만들어보고 싶다.
요즘엔 워크숍이 끝난 후에 발로 인증샷을 남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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