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 너의 발, 그리고 우리의 발
足見
나는 나의 발을 보는 게 좋다
내 발을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내 오만함이 조금은 줄어드는 듯하다
나는 너의 발을 보는 게 좋다
너의 발 옆에 서서
너의 발끝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면
너에 대한 내 무지함이 조금은 깨어지는 듯하다
나는 우리의 발을 보는 게 좋다
어떤 발이 앞서고, 어떤 발이 뒤따르는지
서로의 발 사이의 거리와 방향을 보다 보면
우리 관계 사이가 조금은 분명해지는 듯하다
2019. 9. 26
질문술사 시인박씨
나와 너의 발을 보다가 다시 묻다
마흔이 지난 후로는 말을 듣는 것 보다 발을 보는게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질문을 잘 하고 싶은 이들에게 농담삼아, ‘발을 보라’고 말하곤 한다. 말에 담긴 질문은 가끔 너무 가볍다. 말없는 발이 질문의 깊이를 더하곤 한다. 발가락 질문카드도 슬슬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