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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May 04. 2020

이끄는 질문

<리더를 위한 질문 수업>을 시작하며

이 글은 부끄럽고 수치스런 제 실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세 번째 책 저술 시작, 그리고….

   <혁신가의 질문>을 출간한 이후 몇 년간 저를 위한 소소한 글들만 써 왔습니다. 주로 시를 많이 썼고, 틈틈이 질문 노트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써왔던 시 중에서 80편을 엮은 시집 <다시, 묻다>도 세상에 나왔습니다. 첫 책을 꽤나 힘들게 써서인지, 두 번째 책은 제 자신을 토닥이며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독자를 위한 글을 본격적으로 써야 할 시점입니다. 사실 올해 초부터 <가르치지 말고, 질문에 머물자>라는 책의 원고를 쓰고 있었습니다. HRD 담당자, 러닝 퍼실리테이터, 학교 교사, 기업 강사 등 교수자들을 위한 질문 수업을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2] 코로나19, 그리고 <가르치지 말고, 질문에 머물자> 저술 중단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가 왔어도 글쓰기에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칩거하고 글쓰기 좋은 환경이라고 할 만한데, 저는 오히려 글이 잘 써지질 않더군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남은 줄어들었고, 기업들과 계획하고 새롭게 진행하기로 예정이었던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취소되었습니다. 집과 카페만 오고 가며 칩거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잡아둔 저술 기획을 몇 번이나 갈아엎고, 목차를 고치고 허물고 다시 세우며, 쓰고 지우고를 비우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서 외로웠고, 글은 써지질 않아서 괴로웠습니다.  

  이미 원고를 제출하기로 약속했던 마감일은 지났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제 자신에게도 화가 나더군요. 점점 더 말 수가 줄어들었고, 글은 더 엉망이 되어갔습니다. 출판사 대표님과 이야기해서 <가르치지 말고, 질문에 머물자> 집필 작업은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책이 나오길 기다려주신 예비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송구한 마음 전합니다. 그동안 질문 수업을 들었던 분들을 중심으로 다음 책을 기다려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3] 왜 하필 <리더를 위한 질문 수업>인가?


  중단하기로 한 책 대신 <이끄는 질문 : 리더를 위한 질문 수업>이라는 주제로 변경해 집필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끄는 질문]이라는 제목의 책은 제가 집필하려고 했던 네 번째 책입니다.


  제 본업은 경영자와 리더들을 코칭하는 일입니다. 모든 다른 활동을 멈춘 지금 시기에도 다행스럽게 코칭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퍼실리테이터들은 제 고객이라기보다는 동료에 가깝습니다. 동료들을 위한 책을 먼저 쓰느냐, 아니면 고객을 위한 책을 먼저 쓰느냐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제 업의 본질을 놓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결국 제 마음을 충실히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책을, 리더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먼저 쓰고 싶다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주신 플랜비디자인 대표님께 고마운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합니다.



  리더들을 코칭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아온 지 15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제가 더 훌륭한 리더로서의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어서 그런 일을 수행해 온 것은 아닙니다. 리더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 과정에서, 리더가 해결하고 싶은 질문들에 머물며 함께 고민해드렸고, 리더에게 필요하다 싶은 질문들을 가져가서 또 함께 고민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코칭받으시는 대표님들이 중간 관리자들의 코칭까지 의뢰해주신 적도 있고, 리더들로 이루어진 학습조직을 만들고 운영해보기도 했고, 개인 및 그룹 등 다양한 방식의 실험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제게 코칭이라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그 기회를 주신 리더분들 덕분에 오히려 제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좋은 결실을 맺어가는 파트너가 되었고, 때론 의도했던 결과에 못 미치는 실패들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초창기엔 초보 리더와 초보 코치가 만나 좌충우돌하며 코칭 관계가 깨지는 경험들도 자주 하였습니다. 제가 리더들에게 받은 것들 중 일부를 다시 또 다른 리더들에게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최근까지 수년간 코칭 관계를 이어온 리더들이 종종 제게 격려하는 피드백을 보내주시곤 합니다. 박코치의 코칭으로 리더로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깨닫게 된 점이 좋았다는 감사한 이야기에 힘을 얻기도 합니다. 실질적인 회사와 팀의 성과가 향상되어 함께 기뻐하는 경험들도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고 전해주시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 리더분들의 조직과 팀에서 훌륭한 성장을 보이는 멤버들이 늘고 있음을, 더 좋은 팀으로 함께 발전하고 성숙되고 있음을 서로 확인할 때마다 이 일의 보람을 더 크게 느끼게 됩니다. 제가 하는 일은 리더의 성장과 성공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4] 리더에겐 답이 없다.  

‘복잡한 모든 문제에는 명쾌하고, 단순하고, 잘못된 답이 있다.’ _ H. L Menchen


  리더를 코칭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서 살아오면서 리더의 아픔과 힘겨움에 대해 알게 되는 바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리더에게는 답이 없는 경우가 매우 자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리더에겐 답이 없습니다. 요즘 시기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발생되는 예측이 극히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면, 리더에게도 구성원에게서도 답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해결할 만한 탁월한 해법은 어디 있는 것일까요? 일단 현재 시점에서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답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끌어야 할 책임을 외면할 수 없는 자가 리더입니다.


리더에게 답이 없는 상황에서,
리더는 무엇으로 팀을 이끌어야 할까요?

  앞으로 풀어갈 <리더를 위한 질문 수업>에서도 답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리더라는 역할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질문들을 엄선해보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하루하루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처리해나가며, 동시에 리더가 해야 하는 본질적으로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질문은 무엇일까요? 함께 하는 팀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가기 위해, 상사와 팀원들과는 어떤 질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면 좋을까요?


  영화 매트릭스 1편, 트리니티와 네오가 만난 장면에 이런 대사가 있더군요. “우리를 이끄는 것은 질문이야.” 리더를 이끄는 질문, 팀을 이끄는 질문, 성장과 성공을 이끄는 질문을 앞으로 함께 탐구해 나갔으면 합니다.


‘리더를 위한 질문’은 어디에 있습니까?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이끌어낸다고들 합니다. 좋은 질문을 품은 리더가, 더 좋은 영향력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끄는 질문>을 주제로 삼아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브런치에 어설픈 초고를 올리고, 다시 다듬어서 책으로 나오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여정을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2020. 5. 4.

질문디자인연구소 질문술사 박영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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