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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시작

오! 보람

보람을 느낄만한 시는 끄적이지 못했지만....

by 삼봄
1. 아침에 문득 ‘보람’이라는 한 단어에 사로 잡혔다.
2. 사람들이 무엇에 보람을 느끼는지 궁금해졌다
3. 리더들에겐 보람있는 일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묻고,
4. 친구들과는 보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5. 보람을 주제로 다섯편의 시를 끄적였는데, 시인으로서 보람을 느낄 정도의 글은 아니었다. 충분한 보람을 못 느낀다 해도 기록은 남겨두고 싶었다.





'첫 번째 보람'


가난한 시인의 보람



시시한 詩 한편 끄적이곤

여기저기 詩를 올려둔다


시를 읽어주는 사람,

댓글 남기는 사람,

반응해 주는 사람,

한 명도 없다고 침울해한다


누구 하나 읽고 감동받지 못할 글이라면

詩 쓰는 보람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쓰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성숙한 어른 시인이라면 좋겠지만

아직 덜 여문 아해 시인은

타인의 인정 속에서 보람을 찾는다


나의 보람은 너를 만나야 찾아온다

네게 주고 싶은 것을

나눌 수 있어야 하기에 그렇다


아직 가난한 시인이라 그렇다



시 쓰는 보람이 끄적이는 것에서 느끼지 못하는 시인은 슬프다. 시인의 보람이 너에게서 온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나의 한계다. 그러니 나의 보람은 늘 너에게서 온다.
나태주 시인은 거창한 보람이 아니어도 좋다고 한다

'두 번째 보람'


일터에서 사라진 보람



예전 직장 동료와 상사를 만났다

늘 그렇듯 바쁘게 살고 있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안부를 나눈다


다들 젊은 시절의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흰머리와 주름만이 슬피 보인다


일하는 보람보다 일의 보상이 적다고

투덜거리는 옛 동료의 투덜거림에

시인 친구의 슬픔이 머문다


복지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불평보다

일의 보람을 더 이상 이야기하지 못하는

우리네 가난한 일터가 아픔의 근원이다


누가 우리의 보람을 팔아치우고

사라지도록 방치했는가!


옛 인연들과 짧은 만남 뒤로하고

일터에서 사라졌던 시인의 마음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를 분노가 올라와

이렇게 시를 끄적이는 보람이라도 느껴야만 했다



친구들에게 [ 일의 보람 ]을 물었다.

1. 무엇을 할 때 당신은 보람을 느끼나요?

2.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3. 다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당신에게 진정한 일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일의 보람이란 무엇인가요?
보람있는 경험을 하는 직장인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마음 아팠다



'세 번째 보람'


그 잘난 보람된 일



그래, 알겠소. 그대의 보람은

늘 일하는 그곳에 가 있구려

대단한 일하는 잘난 사람이지


가족과 함께 하는 이 곳에선

집안에 쌓여가는 대단찮은 일들

청소하기,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밥하기, 빨래하기, 정리 정돈하기,

장보기,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

그런 소소한 일들엔

보람을 못 느끼는 그런 인간이지


그래서 그런 인간과 마주하고

살아가는 나의 일이 가치가 있을까

당신과 함께하는 것이 보람된 일일까

자꾸 내게 묻게 된다오


앞으로도 그 잘난

보람된 일 많이 하시오!



[아내의 보람?] 아니 [가장의 보람?]
제목을 어찌 달아야 할지 모르겠다
시를 쓰다보면, 내 삶의 그림자들이
자기 목소리 들어달라 비명을 지르곤 한다
그 비명을, 내 삶의 그림자를 시에 담는게
과연 좋은 시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내게 보람된 일이, 내게만 보람된 일이라면 더욱 슬픈 삶이다.

'네 번째 보람'


공부하는 보람?



엄마, 아빠, 선생님

이런 질문 싫어하시겠지만

배워서 뭐해요?

시험치곤 바로 잊어버릴 거

왜 공부하라 그래요?



배우는 것의 보람이 사라지고

가르치는 일의 보람도 사라진

학교는 슬프고 아프고 힘겹다


아니 보람이 없으니

지겹고 지겹고 또 지겹다

보람은 어디로 사라지고,

숫자로 된 종이에만

기뻐하고 슬퍼하는가?


배우는 보람은,

가르치는 보람은

어디에서 다시 만나

함께 춤출 수 있을까?



학생의 보람, 교사의 보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학교를 안 다닌지 20년도 넘었을 터인데
이런 시를 쓸 자격이 내겐 없을지도 모른다.

보람 시리즈를 계속 끄적이다가
문득 나는 사라진 [보람]만 보고
있단 걸 깨닫게 된다.

이미 가지고 있는 보람을 시로 쓰지 못하니,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보람있는 배움은 뭘지 늘 궁금하긴 하다

'다섯 번째 보람'


인간으로 사는 보람



출근길 인간의 음악을 듣는다

마스크 쓴 인간 잠든 전철에서

두 개의 심장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 별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인간으로 사는 보람을 느끼게 한다


목소리 큰 인간의 지시에 따라

정신없이 바쁘게 일 하다가

잠깐 쉬어가며 일 하라고

눈밑거믄 작은인간이 건네준

이상한 빛깔의 음료 한 병이

인간을 따라 사는 스트레스 모두를

인간으로 사는 보람으로 바꿔준다


밤길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요 근래 들어선 잘 보지 못했던

반짝이는 별 하나가 말을 걸기에

인간으로 사는 경험 별말로 끄적여

밤길 걷던 고양이에게 부탁해 답한다


인*간*으*로*사*는*보*람*

인*간*들*은*잊*었*지*만*

인*간*으*로*사*는*보*람*

일*상*속*에*스*며*있*다*



다양한 입장에서 같은 주제로 끄적이다보니, 괴랄한 시도 튀어나왔다. 버리지는 못하고
일단 담아는 두었다. 내가 지구인인지 가끔
의심하긴 한다......
이런 외계인 같은 상사도 만나시길 기원한다

2020. 5. 14.

질문술사 시인박씨

[보람]을 다시 묻다


질문하는 일의 보람을 다시 묻다가...
일하는 보람이 어디에서 올지도 물어봤다. 그냥 1F~5F 모두를 소유한 건물주가 되고 싶.......
Q. 보람은 어디서 오는가?

5F로 중요한 보람의 원천을 정리해보려다가 계단 프레임으로 정리했는데, 문제는 프레임이 별로.... 계단 모형은 뭔가 직선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느낌이 풀풀 풍긴다. 암튼 개인적으로 보람을 북돋는 일에 있어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도 중요하고, 그 보람을 나눌 수 있는 만남 역시 중요하다고.... 믿는다. 혼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보람을 덜 느끼는 외향적 인간1의 끄적끄적.... 뭔가 마무리해야 3층까진 갈 터인데 2층에서 멈춰서 노는 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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