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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시작

너무 쉽고, 너무 어려운

남이 하는 건 언제나 쉬워 보이고, 직접 해보려니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by 삼봄
너무 쉽고 너무 어려운
삶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
인간이라는 것

_ <박노해의 걷는 독서> 중에서...
사진출처 : 박노해의 걷는 독서



너무 쉽고, 너무 어려운



시를 좋아한다고 말하긴 너무나 쉽지

시인의 삶에 다가서긴 너무도 어렵더군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하긴 쉽네

일상의 소소한 경험에서, 특히나

부끄러운 실수에서 배우긴 어렵더라


좋은 질문을 마주하면서 겸손하게

겸허하게 성찰하자고 주장하긴 쉬워

바쁜 일상에 휘둘리지 않고

잠시 멈춰서 질문에 충분히 머물러 보고

홀로 진솔하게 답해보긴 너무나 어렵고


쉽게 생각하고 지나치는 모든 것들이

가까이 들여다보고 온몸으로 함께 부딪혀가며

삶으로 온전히 살아낸다는 건

더없이 어려운 일이야


그러니 남이 하는 건 언제나 쉬워 보이고

직접 해보려 하면 너무 어려운 일이 된다네


간단하고 쉬운 일도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삶인데

무겁고 어려운 일들도 쉬운 것부터 가볍게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





2020. 5. 13.

질문술사 시인박씨

너무 쉽고, 너무 어려운 것

사이에 머물며 다시 묻다

초고를 끄적이긴 쉽지. 퇴고를 거듭해 읽을 만한 시로 만드는게 어렵고.
詩足 : 너무 쉽고, 너무 어려운 빈칸 질문 놀이

예전에 대학 교양과목으로 ‘시’를 주제로 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답니다. 아주 인상 깊은 수업이었어요. 젊은 교수님께선 시에 대한 이론적인 형식의 강의는 거의 안 하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이름 모를 시를 가져와서, 학생들에게 빈칸 넣기, 한 줄 덧붙이기, 문장 바꿔보기, 제목 다시 붙여보기 등을 즉석 수행 과제로 주시곤 하셨습니다. 마치 시인처럼 우리를 대해주셨습니다. 아마 그때의 수업 경험이 각인되어, 시와 질문이 제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침에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글에 빈칸을 만들어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어를 넣어보게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함께 시를 나누는 ‘시담쓰담’과 질문 공부를 하는 ‘이끄는 질문’ 단톡 방에 모인 분들과도 이런 시인 놀이, 빈칸 질문 놀이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에게 ‘너무 쉽지만 너무 어려운 단어’를 찾는 것... 어쩌면 그게 시인처럼 생각하는 첫걸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제게 떠오른 세 단어는 [질문], [글], [만남]이었습니다. 단톡 방에서도 벗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다양한 단어가 튀어나왔습니다.


너무 쉽고 너무 어려운 (단톡 방에 벗들이 남겨준 다양한 단어들....)

가족, 부모, 자식
나, 너, 우리
사랑, 믿음, 함께
내 맘과 다르게 표현되는 것에서 오는 오해
리더로 해야 하는 일들
말, 글, 표정
나이먹음, 죽음, 살아감
앎, 배움, 가족
리더, 관계, 말
자녀 키우는 것, 도움을 구하는 것, 질문하는 것
수학 공부하는 것, 공학 공부하는 것, 영어 공부하는 것
말, 사람, 디지털
마음 따라 살아가는 것
꿈을 품고 산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나를 아다는 것, 너와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함께 성장한다는 것
…..
[글] 한글자 쓰긴 쉽지만, [내 못난 글] 사랑하긴 더없이 어렵지요.
우리 일상에는 너무도 쉽지만, 가까이 다가서기엔 너무도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있더군요. 위에 쓴 시시한 시는 이런 소소한 경험을 돌아보면서 탄생한 시입니다. 여러분이 떠올릴 ‘너무 쉽고 어려운 단어’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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