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다가온 이후 쉬어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한숨 쉬듯 쓰는 시
숨 쉬듯 시를 쓴다
그저 한숨 쉬듯 시를 쓴다
2020. 5. 17.
숨 쉬는 게 제일 쉽다지만
시 쓰는 일이 여전히 어려운
질문술사 시인박씨
詩足 : 쉬어가는 나날
코로나 19가 다가온 이후 쉬어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빼곡하던 일정표에 텅 빈 기록이 있으면, 일중독자인 저의 마음엔 조바심이 일어나더군요. 늘 바쁘게 사람 만나고, 사람 만날 준비하고, 사람 만난 후 성찰 허던 것이 일이었던 사람인데, 일상이 비틀리고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참에 쓰기로 한 책 저술활동에 집중하면 좋을 텐데, 써야 할 글은 뒤로 미루고 틈만 나면 시를 끄적이고 놀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해주시는 시인도 있지만, 평생 노예처럼 일하는 것에 길들여져서인지, 쉼 없이 살아오다 보니 쉬어가는 나날이 낯설기만 합니다. 당분간은 이 ‘쉼’이란 친구와 더 친해져야 할 듯한데, 좀처럼 이 친구와 지내는 시간이 익숙해지지 않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쉬는 날이지만 질문하며 노는 게 또 다른 일이다 보니 친구들에게 쉴 때는 뭐하냐며 귀찮을법한 빈칸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아봅니다. 쉴 때 계획을 세운다는 부지런한 친구도 있고, 방해 없이 쉬다 보면 기가 막히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 알고 싶었던 것들이 떠오른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쉴 때면, 뭘 먹을지 생각하고, 산책하며 생각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고, 뭘 쓸지 생각한다던 생각 많은 친구도 있습니다. 쉴 때 아내의 눈치를 본다는 훌륭한 남편도 있습니다. 그렇지요. 혼자만 쉬면 큰일 납니다.
예전에 잠깐 명상 공부를 할 때 들어오는 숨과 나가는 숨에 의식을 집중해 보라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들어오고 나감이 있다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속성 중에 하나이지요. 세상과 나라는 존재가 교류할 수 없으면 그건 곧 죽음이지요. 살아있는 존재는 밖의 세상과 교류하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지금의 쉼은 밖으로 뭔가 내보내는 일에만 지나치게 집중해온 제가, 밖의 세상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하루하루 숨 쉬듯 시를 쓰는 일이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쓴 시가 그렇게 좋은 시로 읽히는 수준이 되진 못했습니다. 다만 제게 시를 쓰는 일이, 제 자신에게 쉼이 되어준 것만은 사실입니다. 저에게만 쉼을 주는 시 말고, 타인에게도 쉼이 되어줄 시를 쓰려고 하다 보니, 시 쓰는 것도 일이 되는 것 같아 조금 더 깊게 깊게 들어간 이후 글을 쓰는 것은 망설여지곤 합니다. 절제된 글을 쓰는 건, 숨을 참는 것처럼 아직 어렵습니다. 그리 조바심 낼 일은 아니지만,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갈망이 조금씩 더 커져서 그런 듯합니다.
바쁘게 살 땐 그렇게 쉬는 순간이 그립더니, 쉬어가는 나날이 길어지니 바쁜 나날이 그리워지나 봅니다. 코로나 19 덕분이든, 제 게으름 때문이든, 쉬는 시간이 늘고 있는데, 이 시기가 너무 오래가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희망만 품는 것은 덧없으니, 일단은 ‘쉼’과도 조금 더 친해지는 법을 배워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