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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May 07. 2016

마침표를 위한 변명

삶을 위한 문장부호 (2) 마침표

모든 새로운 시작은
다른 시작이 끝나는 데서 비롯된다.
_ 세네카



1. 끝낼 수 없는 미완의 쉼표, 새로운 출발을 가능케 하는 마침표


1) 2014년 개정안 전의 쉼표(, )와 마침표(. )의 공식 용어는 반점과 온점이였다.

쉼표 (반점)

2) 쉼표는 같은 자격의 어구를 연결할 때 그 사이에 쓴다. 문장에 쉼표(반점)를 찍는 것은 아직 온전한 문장이 아니라는 표시이며,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뜻이다. 쉼표(반점)는 할말을 다 끝내지 않은 상태이므로, 새로운 문장을 시작할 수 없다. 온전히 끝내야 새로운 문장이 시작될 수 있다.

마침표 (온점)

3) 마침표(온점)는 온전한 점이다. 문장은 마침표를 찍어야 비로서 완성된다.마침표는 문장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전하고자 하는 뜻을 온전하게 문장에 담았기에 '온점'이다. 다음 문장을 이어 쓸 수도 있고, 줄을 바꾸어 새로운 문단을 시작할 수도 있다. 문장이 끝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발언을 허락하기 힘들지만, 마침표를 찍고 나면 다른 사람의 문장이 시작되는 것도 허용할 수 있다.


생각 뒤에 오는 마침표의 위력 때문에 생각이 생명력을 얻어 삶에서 살아숨쉬게 된다. 긍정적인 생각이든 부정적인 생각이든 생각이 힘을 얻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생각 뒤에 오는 마침표 때문이다. 생각 뒤에 찍은 마침표가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
_ 김재진 [물음표 혁명]



쉼표와 마침표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비교



4) 쉼표로는 문장을 끝낼 수 없지만, 물음표나 느낌표, 그리고 온점으로는 문장을 마무리 할 수 있다.

물음표와 느낌표도 예전엔 마침표의 하나로 불렸다.

5) 맞춤법 개정안 전에는 현재 마침표라 불리는 온점(.) 뿐만 아니라 물음표(?)와 느낌표(!) 등 문장 마지막에 오는 문장부호를 모두 마침표라 불렀다. 온점(.)이 온전히 마친 것이라면, 물음표(?)는 대답을 기다리며 끝마친 것이고, 느낌표는 문장은 끝났지만 아직 마음에 정서적 여운이 남은 상태를 나타낸다. 어찌 되었건 당신이 무엇인가를 끝마쳐야 스스로 다시 시작하든, 다른 사람이 다시 이어서 시작할 수 있다. 일단 마침표를 찍고난 후 자신의 감정을 머물러 더 음미하고 싶다면 '마침표를 느낌표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마침표를 물음표로' 변형시키면 된다.


6) 세로쓰기에서는 마침표로 온점(. ) 대신 고리점(。)을 사용한다. 중국과 일본은 마침표로 고리점(。)을 사용한다.

자료 출처 : 안그라픽스 타이포그라피연구소 https://twitter.com/agTypographyLab




2.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천덕꾸러기, 마침표


7) 많은 이들이 마침표(.)를 거부하고 쉼표(,)나 물음표(?)를 가지라고 한다. 끊없이 경쟁하고 성취하느라 바쁘게 지내지 말고, 쉬어가면서 질문을 품으라는 비유다. 좋다. 그러나 마침표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무엇일까? 쉼표나 물음표보다 가치없는 것일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마침표에게 측은지심이 일어난다.


8) 글쓰기의 고수들은 '문장을 짧게 쓰라'고 권한다. 단순한 문장이 잘 읽히고, 뜻을 명확하게 전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장을 짧게 짧게 쓰다보면 마침표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긴 문장에는 어쩔 수 없이 쉼표가 필요하다. 반대로 쉼표가 들어간 문장은 길어지기 마련이다.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_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중에서




3.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사람들


9) 얼마전 대통령의 발언을 담은 기사를 읽어보다가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오찬모임 박대통령 발언 모음 중 :  집 문제 해결을 묻자 박 대통령 답변

부족하면서 월세로 옮겨가고 이렇게 해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물론 대증요법으로 그것이 너무 국민들한테 고통을 주니까, 그때마다 대증요법식으로 정책을 펴기는 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임대형 주거에 대한 개념도 바꿔서, 임대형 주택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임대형 주택을 많이 만드는 것이 근본적으로 국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해서, 저렴하면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면서 오래 살 수 있는 행복주택, 또 뉴스테이 이런 것을 고안을 해 냈습니다.

(출처 : 위키트리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57762)

  글이 아닌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문장의 논리는 제외하더라도, 저 긴 문장에 마침표가 하나밖에 없어 읽기 힘들더라. 현 대통령은 마침표보다는 쉼표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또한 물음표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시고, 강한 의지를 담은 느낌표를 즐겨 사용하신다고 한다.)


10) 마쳐야 할 땐 끝마치는 것이 순리다. 끝을 맺어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반민족 친일 매국 세력에게 마침표를 선물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출발점일까? 쉼표로 계속 생명을 연장하는 것들 중에 추한 것들이 있다. 문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삶에도 마침표가 필요하고, 함께 하는 공동체에도 마침표는 필요하다.

반점과 온점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4. 내 인생의 마침표를 어떻게 찍을 것인가?


11) 당신이 죽고나서 묘비에 한 문장을 남기고 마침표를 찍는다면, 어떤 문장을 남길 것인가?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유명한 묘비명인 "내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처럼 위트있게 끝마칠 것인가?

  스스로 문장을 남기지 못해 절친한 친구가 당신을 대신해 비문을 남긴다면 뭐라고 남길 것 같은가? "내면을 사랑한 이 사람에게 있어 고뇌는 그의 일상이었고 글쓰기는 구원을 향한 간절한 기도의 한 형식이였다." 프란츠 카프카를 위해 친구 막스 브로트가 남긴 묘비명이다. 우리 삶의 마침표를 미리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12) 만약 질문술사인 내게 인생의 마침표를 허락한다면,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고 싶다.

"물음표(?)를 사랑한 질문술사. 벗들과 느낌표(!)를 나누고, 이제는 마침표(.)로 돌아가다."

  그렇다. 종국에는 우리 모두 마침표로 돌아가야 한다. 마침표 없이 끝낸다면 얼마나 찜찜할 것인가?



5. 마침표를 위한 변명


마침표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
나는 숨을 쉬는 한, 그리고 지적 능력을 잃지 않는 한, 철학을 가르치고, 사람들을 훈계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진실을 명료하게 밝히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을 거요. 그러니 여러분. 그대들이 나를 사면하든 말든, 나는 나 자신의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그대들은 알게 될 것이오. 일백 번을 더 고쳐 죽는다 해도 말이오. _ [소크라테스의 변명]
The Death of Socrates (소크라테스의 죽음)

13) '물음표의 성인'인 소크라테스를 되살린 것은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철학을 부정하고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피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그가 아테네를 위해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마쳤다. 그리고 그의 비타협적인 마침표가 플라톤의 삶을 온통 흔들어놓았고, 이는 다시 아리스토텔레스와 현재의 수많은 철학자들에게 이어졌다.


14) 대게의 마침표는 다음 문장이나 새로운 문단으로 이어진다. 완전한 끝인 경우는 거의 없다. 한 문장을 끝내고 다음 문장을 시작하기 전에 한 칸을 비워두거나, 다음 줄로 넘어가면서 쉼을 가질 수도 있다. 쉼표를 사이에 두면 같은 자격의 어구를 열거해야 한다. 쉼표는 앞의 어구에 지나치게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비슷한 것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다면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가 필요하다.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다. 당신이 끝내도 다른 사람이 계속해서 새로운 문장으로 이어갈 수 있다.




6. 끝맺지 못한 삶의 문장들

15) 각자의 삶에서 끝맺지 못한 문장들이 많다. 아직 주어만 썼거나, 목적어를 찾고 수식어까지 기록했으나, 동사로 끝맸지 못해 마침표를 찍지 못한 문장이 있다.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삶의 문장은 완성되지 않는다.


16)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나는 질문에 관한 책을 썼다'라는 문장에 마침표를 찍어 저자가 되고 싶었다. 주어를 쓰고 나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매번 목적어나 수식어만 바꾸다가 시간을 흘려보냈다. 때로는 혼자 쓰지 못하니 함께라도 저술해 보고자 '나'를 '우리'로 바꾸어도 보았다. 회사 일로서는 여러권의 매뉴얼을 만들고 수천페이지의 기획서와 강의안을 만들어 왔지만, 마침표를 찍지 못해, 나는 여전히 책을 쓰지 못한 미생 작가다.


17) 마찬가지로 '금연을 한다'라는 문장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수도 없이 시도해 보았지만, 마침표를 찍고 나서, 스스로 핑게를 대며 마침표를 쉼표로 둔갑시켜 버렸다. 이제는 그만 이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 건강한 삶의 습관을 주제로 새로운 문장을 써보고 싶다.


18)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의 문장에 마침표를 아직 찍지 않아서가 아닐까? 애벌레의 삶을 마쳐야 뻔데기가 되고, 뻔데기를 마쳐야 나비가 될 수 있다. 다시 태어나기 전에 우리는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이 필요하다.




7. 당신의 '마침표(.)'를 위해 던지는 '물음표(?)'


Q1 : 마침표를 찍고 싶은 당신의 문장은 무엇인가?



Q2 : 그 문장에 마침표를 찍지 못해,
아직 시작되지 못하고 있는 삶의 문장은 무엇인가?




마침표(. )
(1) 서술, 명령, 청유 등을 나타내는 문장 끝에 쓴다.
(2) 아리비아숫자만으로 연월일을 표시할 때 쓴다. (예 : 2016. 5. 7)
(3) 특정한 의미가 있는 날을 표시할 때 월과 일을 나타내는 아라비아숫자 사이에 쓴다. (예 : 8.15 광복)
(4) 장, 절, 항 등을 표시하는 문자나 숫자 다음에 쓴다. (예 : 가. 머릿말)
[붙임] '마침표' 대신 '온점'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다.

_ 출처 : 문장부호해설(2016), 국립국어원



2016. 5. 7. 질문술사


[덧붙임]

문장부호들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문장부호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네요. 어깨에 힘을 빼고 문장부호를 살피며 든 '단상'들을 하나씩 정리해보고픈 생각이 일어났습니다. '인생을 만들어가는 문장부호' 시리즈를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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