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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끝낼까? 시작할까¿

삶을 위한 문장부호 (3) 물음표

by 삼봄


[1] 마침표에 대한 거부, 물음표


'할 말을 다 했다.' vs '할 말을 다 했다?'

마침표를 찍어 끝내기엔 의심스럽다. 확실하지 않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문장을 끝내야 하지만, 끝내기에 찜찜하다. 그래서 우리는 '마침표'를 거부하며 '물음표'를 남긴다. 물음표는 의심하는 표정을 담고 있다. 차마 끝낼 수 없는 마침표는 물음표로 다시 태어난다.


Q1. 마침표를 거부하고,
되살리고 싶은,
삶을 위한 당신의 문장은 무엇인가?





[2] 저항의 몸짓, 물음표


세상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이 말한 바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자는 물음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을 바꾸려는 불온한 자들은 항상 물음표를 들고 나타난다. 혁명이 늘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혁명을 시작하는 것은 물음표다.

'이것이 위대한 대한민국이다.' vs '이것이 위대한 대한민국이다?'

새로운 시작을 부르는 힘이 물음표에 담겨 있다. 일본어에는 물음표를 붙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한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그토록 순종적인 것일까?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일본친구들은 물음표를 사용한다. 다행이다. 핵발전소가 무너져서, 방사능에 고통받으면서도 물음표 하나 찍어보지 못하는 나라엔 희망이 없을테니. 물음표가 사라진 국민들이야말로 현 권력자들이 바라는 '국민(國民)'이리라. 나라의 백성이 아니라, 질문하는 백성 - 문민(問民)-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꽃피지 못한다.


Q2. 그대는 국민(國民)인가,
문민(問民)인가?





[4] 뒤집힌 물음표 (¿) (؟)


한글에서는 문장을 끝까지 따라가야, 그것이 물음인 줄 알게 된다. 그런데 문장의 첫 글자를 물음표로 시작하는 '불손한 자(?)'들이 있다. 더하여 감히 신성한 물음표를 뒤집어(¿) 사용한다. 이 역물음표(¿)에스파냐어에서 사용되며, 의문문의 시작에 붙인다고 한다.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오만을 떨며, 생달걀을 깨트려 세웠다는 콜럼버스를 후원한 나라답다.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등 문장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국가에서도 뒤집어진 물음표(؟)를 쓴다. 물음표가 뒤집혔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문장의 시작하면서 의문문임을 먼저 표기하는 방식은 매력적이다.


참고 : 달걀을 세운 것은 콜럼버스가 아닌 필리포 브루넬레스코라는 이탈리아의 건축가이다. 브루넬레스코가 피렌체 성당의 설계를 공개했던 당시 일어난 일이라는 것.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일인지는 명확치 않다. 그러나 콜럼버스의 달걀을 세운 일화가 와전에 의한 것임은 분명한 듯 하다. 더불어 콜럼버스는 에스파냐의 후원으로 신항로 개척길에 올랐지만, 원래 출신은 이탈리아다. _ 출처 : 나무위키


'물음표를 뒤집는다'는 표현은 매력적이다.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는가? 물음표가 달렸다고 모두 가치있는 질문은 아니다. '이번 시험에선 몇 점을 받았니? 취직은 했고? 결혼은 언제 할꺼니? 소득은 얼마냐?' 이런 질문들은 물음표만 달았을 뿐 사실 질문을 가장한 명령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불통질문'이다. 질문에 답하면 답할 수록 답답해지고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다. 물음표를 제거해 그 문장의 참 뜻을 살펴보라. '시험을 잘 봐라. 놀지말고 취직해라. 결혼은 해야지.' 물음표만 붙인다고 제대로 된 질문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가치없는 질문에 답하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그 질문에 다시 되물어야 하지 않을까? 뒤집어 물어보자.

¿ 왜 대학에 가야 하나요?
¿ 당신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나에게 일이란 무엇이어야 할까요?
¿ 언제 결혼할지 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어갈지가 아닐까요?

불통질문을 일삼는 이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지면 아마도 그들은 궁색한 답변만을 늘어놓을 것이다. '거짓 물음표'에 답하는 최선의 방법은 침묵 또는 '진실된 물음표'다.


Q3. 세상이 당신에게 묻는 질문 중 뒤집어 버리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


Q4. ¿뒤집어 세상에 다시 물어야 할 당신의 질문은 무엇인가?






[5] 물음표 시작하기


비즈니스는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예술이다. 고객이 일상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가치있는 물음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할 기회가 생긴다. 비즈니스의 혁신, 새로운 비즈니스의 탄생은 언제나 고객의 숨겨진 물음표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고객의 물음표를 만족스런 느낌표로 전환시켜 그의 마음을 얻는 것이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물음표를 가져오는 고객이 있는데, 도리어 쫓아내고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회사는 어떻게 될까? (보고 있나 옥시? 고객의 물음에 응답하지 못하는 회사에겐 마침표를 선물해 주는게 도리다.) 비즈니스의 탄생이 물음표에서 온다면, 새로운 삶의 출발 역시 물음표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삶에 물음표를 되살려보고 싶다면 어떻게 물어야 할까? 다음 질문 중 먼저 답해야 하는 질문은 무엇인가?

(1) 어떻게 물어야 할까? vs (2) 무엇을 물어야 할까?

어떻게 물어야 할지는 나중 문제다. 그대가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먼저 찾아야 하리라. 물음표는 의심, 불확실, 모름을 인정할 때 쓰인다. 그대가 확신하지 못하는 것, 의심하는 것, 잘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불확실성과 무지를 사랑하는 자, 물음표를 사랑하게 되리라. 지금은 모르지만 답을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참고할 글 (1) : 어떻게인가? 무엇인가? https://brunch.co.kr/@ilwoncoach/5 ]

[참고할 글 (2) :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https://brunch.co.kr/@ilwoncoach/35]


일단 당신 안에서 올라오는 질문을 모두 끄적거리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당신이 품고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가? 좋은 질문은 아름다운 문장을 이끌어낸다. 당신의 문장이 쓰여지지 않는 것은, 아직 당신의 질문을 찾지 못해서가 아닐까?


혼자 답을 찾기 어렵다면, 누구를 만나야 할지도 생각해보자. 물음표는 우리를 자연스럽게 새로운 만남으로 이끈다. 혼자 쓰는 삶의 문장도 좋지만, 때론 함께 쓰는 문장도 아름답지 않던가?


[참고할 글 (3) 자기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선? https://brunch.co.kr/@ilwoncoach/15]

[참고할 글 (4) 누구에게 묻고 있나요? :https://brunch.co.kr/@ilwoncoach/31]


Q5. 물음표를 품고 만나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Q6. 그 사람과 함께 대화한다면 어떤 질문으로 시작하고 싶은가?






[6] 물음표로 만나 꽃피우기


물음표와 느낌표가 만나게 해서 인테러뱅(Interrobang ,물음느낌표, ?!, !?, )이라는 기호를 만든 이들도 있다. 삶 속에 감탄과 의문을 함께 품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 그런데 나의 물음표와 너의 물음표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물음표와 물음표가 만나면 (؟?) 사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내가 너에게 소중한 것을 묻고, 또 네가 내게 무언가를 묻는 관계.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이겠는가? 사랑이 사라질 때 물음 또한 사라진다.

혼자만 품는 물음표는 반쪽이다. 물음표는 상대의 반응이나 대답을 기다린다는 초대이다. 둘이 만나면 사랑이 되고, 공동체에서 함께 물음표를 나누면, 피어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꾸물거리던 애벌레(!)가 물음표를 만나 나비로 성장하는 이야기[꽃들에게 희망을]도 있지 않은가? 우리의 삶을 꽃피울 물음표는 어디에 있을까?

물음표로 예술하기


Q7. 한 쪽의 물음만 존재하는
짝사랑은 얼마나 슬픈가?

그대가 사랑하는 이의
물음표는 무엇인가?







물음표 (?)

(1) 의문문이나 의문을 나타내는 어구의 끝에 쓴다.
(예 : 다섯 살짜리 꼬마가 이 멀고 험한 곳까지 혼자 왔다?)

(2) 특정한 어구의 내용에 대하여 의심, 빈정거림 등을 표시할 때, 또는 적절한 말을 쓰기 어려울 때 소괄호 안에 쓴다.
(예 : 우리 집 강아지가 가출(?)을 했어요.)

(3) 모르거나 불확실한 내용임을 나타낼 때 쓴다.
(예: 질문술사(197?~?)는 '다르게 질문하라'의 작가이다.)


_ 출처/참고 : 문장부호해설(2016), 국립국어원

2016. 5. 10. 질문술사


[덧붙임]

문장부호들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문장부호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네요. 어깨에 힘을 빼고 문장부호를 살피며 든 '단상'들을 하나씩 정리해보고픈 생각이 일어났습니다. '인생을 만들어가는 문장부호' 시리즈를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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