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4. 배고픈 삼봄이 봄벗을 찾아가 밥을 얻어먹었습니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존재가 친구다'
_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배가 고파서
아니 사람이 고파서
정말 바쁘고 힘겹게 사업하는 친구에게
염치없이 밥 좀 사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답신이 왔다.
오늘 저녁때 보잔다.
얼굴 보니 좋더라.
봄벗
_ 삼봄詩 _
친구가 좋더라.
이야길 들어주더라.
밥도 사 주더라.
그리고
솔직히
그냥 좋더라.
당신이 친구라서
나를 조금은 더 좋아할 수 있게 되더라.
당신의 친구라서
2020.11.24
태어난 지 열나흘째 날
배가고파서
친구에게 밥을 얻어먹은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과 밥 사주는 부자 친구 이야기를 팟빵에 담아봤습니다.
< 긍정적인 밥 > _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_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