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봄詩作 2024년 11월 _ 첫눈 내리던 새벽에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가
유독 당신과 나에게만 가혹하고
메마른 것처럼 느껴질 때 있더라도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사는 걸
내일로 미루지 맙시다.
삶의 무상함과
사랑의 무상함을
거리두며 바라보는
지혜가 있더라도
담대하게 사랑으로 뛰어들고
담담하게 사랑을 지켜가는 사람으로
매일매일 만났으면 합니다.
저녁 빛의 스러져가는 아름다움을
기다리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새벽 햇살의 고요함에 머물러
세포 하나 하나를 일깨워 봅시다.
사랑하는 당신의 안녕을 기원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이길 바랍니다.
도착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다가서는 오늘이길 바랍니다.
점 하나로 만족하지 말고
점과 점을, 나와 너를
하나로 온전하게 잇는 선을
대담하게 그어봅시다.
직선으로 긋기 힘들다면
곡선으로라도 그어 봅시다.
슬픔 속에서
아픔 속에서
무력함 속에서
그저 버티기만 하지 말고
두렵더라도
무섭더라도
서로에 대한 사랑만 믿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봅시다
손 내밀어주고
기꺼이 서로를
안아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한 걸음 더
한 걸음 더
내디뎌 봅시다.
다가서 봅시다.
그렇게 다가서는 삶을 살아요, 우리.
다가서고 다가서다가 문득
자신이 먼지처럼 초라하게 느껴질 때라도
잠시 쉬는 것은 괜찮지만 뒷걸음질 치지는 말아요, 우리.
이제는 홀로 도망치지 맙시다.
도망치더라도 함께 도망칩시다, 우리.
기적처럼 우리 만난 걸 기억하고 용기 내 봅시다.
별빛도 스며들지 못한
어둡기만 한 불면의 밤,
외롭고 높고 슬프고 괴로운
쓸쓸한 마음 다녀간다 하더라도
이미 꽃이 져버린 화초라도
메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고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움직여 봅시다, 우리
이렇게 오늘,
이른 새벽, 아침을 함께 맞이하며
사랑이 이끄는 길로 나아가요, 우리.
_ 삼봄詩作 < 새로운 사랑을 맞이해요, 오늘도 >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겠습니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겠습니다.
_ 나태주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