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봄 Oct 17. 2016

브런치, 계속 해야 할까?

브런치 글쓰기 1년, 물음표와 느낌표

1. '작가'라는 이름으로 유혹하는 브런치


 2015년 10월 12일


인생은 쓰고자 했던 이야기를 쓰거나 또 다른 이야기를 쓰기도 하는 일기와 같다. 인생에서 가장 겸허할 수 있는 시간은 이루겠다고 맹세했던 것과 자신이 쓴 일기를 비교할 때다. _ 제임스 M. 배리



  일년 전 오늘 기다리던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글쓰는 삶을 살고 싶었고, 책 한권 출간한 작가가 되고 싶었다. 누군가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깊은 갈망을 품은지도 십여년이 넘게 지났다. 바쁘다는 핑게로 글쓰기는 늘 뒤로 미뤘다. 종종 책쓰기 관련 책들도 사서 보고 혼자서 잡스러운 글들도 끄적거려보았다. 혼자 쓰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에 공동저술을 해보자는 제안도 했으나, 함께 글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교훈만 얻었다. 책쓰기 교실도 기웃거려보기도 했지만,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글을 쓴다는 지적만 수차례 받았다. 글쓰기 코치의 지도를 따라가지 못해 중단했다.


  글을 쓰려면,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펜을 들어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 가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손은 여전히 게을렀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유혹하는 브런치의 제안은 거부하기 힘들었다. 작가 신청을 하고 9일 정도 기다렸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2015. 10. 12

 아직 글 한편 올리지 않았는데, '작가'라고 불러주었다. 달콤한 말에 취해 미친듯이 첫 글을 올렸다. [다르게 질문하라]라는 제목의 이 글은 4600명 이상이 조회하고, 1000명 이상이 공유해주셨다. 공유수 증가와 구독자 증가를 알리는 신호, 그리고 응원해 주는 독자들의 댓글 하나에 힘을 얻고 글을 쓰고 공유하는 재미에 한 동안 흠뻑 빠져지냈다.

  일하며 정리한 글 [서툰 멘토들에게 드리는 질문들]을 발행한 뒤에는 몇몇 기관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와 관련된 강의 해 줄 수 있냐는 요청도 받아보았다. 종종 처음 보는 분들도 글 잘 읽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개인과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그렇게 믿고 있지만), 글을 통해서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브런치는 단순한 글쓰기 노트가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장을 제공해 주었다. 내게 있어 브런치는 글쓰기의 노트를 뛰어 넘어 새로운 만남과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첫 글을 쓴지 1년이 지났고, 내 인생의 첫 책이 출간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년간 브런치 글쓰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몇가지 질문을 끄적여 보았다.






내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사람 중에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_ 올리버 크롬웰


2. 숫자로 돌아보는 브런치 글쓰기  


[1] 매거진 : 7개

 브런치 글은 매거진 형태로 묶어 발행할 수 있다. 글의 성격에 따라 하나 둘 분류해서 쓰다보니 점차 늘어 7개의 매거진을 쓰게 되었다.


매거진 수는 개인당 10개로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많은 글을 쓰는 이들을 위해 매거진 글이 10편이 넘으면 매거진을 추가로 발행할 수 있도록 점차 제한을 풀어주었으면 좋겠다.


[2] 작성 글 : 59개  

1년간 59개의 글을 올렸다. 때론 한주에 세~네개의 글을 올린적도 있고, 몇주간 글을 쓰지 못한 적도 있다. 대략 일주일에 하나 정도 쓴 듯 하다.  

한달에 최소한 한편의 글은 썼고, 최대 월 11편의 글을 발행했다. 한주 세편 이상 글쓰기는 무리....

[3] 조회수 : 20만 - 4121

총 조회수가 195,879건이니 글 한편당 평균 3,300건의 조회가 일어난다.

물론 평균보다는 중간값이 더 의미있는 숫자이리라.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은 28,118건, 가장 낮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은 112건이였다. 59개의 글 중 대략 중간값이 될 수 있는 조회수 30위의 글은 1,500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여기도 80대 20 법칙이......

가장 많은 조회수(28,118)를 기록한 글은 성과평가가 아니라 성찰의 시간을 갖자는 제안을 한 글이다. 이 글이 가장 많이 공유된 이유는 많은 직장인들이 성과평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가장 적은 조회수(112)를 기록한 글은 '그림자'라는 글이다. 시집을 내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시작했으나, 아직은 미흡하기만 하다.

월 평균 조회수는 15,088건이며 게시글수 보다는 한두편의 인기글에 의해 조회수가 달라진다.

월별 게시글 수와 월별 조회수는 상관 관계가 거의 없다. 물론 글을 안 쓰는 달에는 조회수는 줄어든다.

[4] 구독자 7238명

페이스북 친구수가 3500명 정도인데 브런치 구독자는 그 두배나 된다.

실제 재방문해서 읽는 분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긴 하다. 산술적으로는 글 한편 쓸 때마다 122명이 늘어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알림창을 보니 지난 일주일간 신규 구독자가 70명 가량된다.

예전에 카카오에서 무료 카톡 이모티콘 이벤트를 진행할때 구독자 수가 수천명으로 급증했다.

브런치 작가 구독 무료 이모티콘 이벤트 - 30일은 너무 짧은.....

[5] 누적공유수 : 13,935

글 한편당 평균 236건 정도 공유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조회수의 경우 카카오에서 카카오 관련 사이트에 노출시켜주면 급증해서 크게 의미있는 숫자로 보지 않는다. 함께 읽기 위해서건,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서건 공유하는 것에는 수고가 들어간다.

여기도 80:20 법칙이...

공감되거나 쓸모있는 문장이 있어야 공유되는 듯. 어느 덧 공유수가 50이 넘지 않으면 내가 너무 성의 없이 글을 쓴 것인가 하며 반성하게 된다. 잘 쓴 글이 공유되기 보단 (내 글이 얼마나 횡설수설이며 기본이 안되어 있는지는 내가 더 잘 안다), 페친들이 필요를 느낀 글이나, 공감이 되는 글이 더 잘 공유되는 듯 하다.

가장 많은 공유수를 보인 글은 [질문노트 활용방법 안내]라는 글인데, 현재까지 2,140명이 공유해 가셨다. 질문노트 양식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노트작성법 등 실용적인 노하우가 담긴 글의 공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듯 하다.

공유수에 의해 조회수가 영향을 받는다.

글을 올린 후 조회수와 공유수를 비교해보곤 하는데,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글은 초반에 조회수의 20%이상이 공유되는 경향을 보인다. 100명이 조회할 때 20명 이상이 공유한다면, 그 글은 독자들이 유용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페이스북이나 SNS에 공유해두고 나중에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갈 수록 조회수가 높아지긴 해서, 평균 공유율을 8.46%가량 된다.

100건 조회에 8건 정도 공유가 일어난다.

가장 높은 공유율을 보인 글은 가장 최근에 올린 [선택을 돕는 열가지 질문]이였다. 통상 공유수가 높아지면 다음(DAUM)메인페이지나, 카카오의 다른 페이지에 노출되곤 하는데, 이 글은 책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와서인지, 다른 매체에 노출되지 않아 조회수는 2100건 정도이고, 공유수가 540건이 넘었다. '선택을 돕는 질문'이라는 주제와 'Visual Thinking을 하는 분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인해 공유가 많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6] 라이킷(like it) : 1329건

브런치 글 상단엔 하트 모양의 라이킷(like it) 버튼이 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과 유사하다. 브런치 자체적으로 공감을 표하거나, 브런치 앱 내에서 다시 읽기 위해 글을 모아두는 용도로 주로 활용한다. 내 주변의 브런치 이용자 중에 이 기능을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

조회수나 공유수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글마다 평균 22건 이상의 라이킷을 받았다. 브런치 내 추천글로 선정되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라이킷(like it)'을 받은 글은 가장 많은 공유수를 기록한 [질문노트 활용방법 안내]이며 138명이 라이크잇을 눌러주었다. 공유수에서는 5번째인 [고수의 질문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글이 두번째 많은 '라이킷(like it)'을 받았다.

브런치 글 랭킹 통계에서는 '조회, 공유, 댓글'로 정렬이 가능한데, 라이킷(like it) 통계는 따로 볼 수 있지 않고, 해당 글에만 직접 들어가야 확인이 가능하다. 댓글의 경우 작가가 댓글을 남겨도 카운팅이 되지만, SNS공유글에 남겨진 댓글은 포함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댓글보다는 라이킷 수가 더 의미있는 피드백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아직 반영되지는 않았다.

브런치 글 랭킹 통계에서는 라이킷(like it)을 볼 수 없다.

 


[7] 출간 관련 제의 : 3

아무런 인맥이 없는 세 곳의 출판사로부터 출간제의를 받았다. 세 곳 모두 글을 올린지 3~5개월 된 시점에서 연락이 왔다.

브런치 담당자를 통해 연결된 경우는 한 건이며, 다른 두분은 브런치 글을 읽고, 페이스북과 검색 등을 통해 연락을 주셨다. 그 중 두 곳은 직접 만나봤고, 한 곳은 이메일로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고심 끝에 한 출판사와 계약했다.

2016. 2. 29 처음으로 출간 계약을 한 날이다.

2016년 9월 22일.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긁어 모아 '질문의 연금술(가제)' 초고 작업을 일단 마무리 했다. 다시 읽고 살펴보기 위해 가제본하니 책처럼 보인다.

편집장님의 처분만 기다리는 중. 피드백 받고 고쳐쓰는 일도 아직 남았다. 부끄럽게도 책으로 나올 만한 글인가 스스로 자문해본다. 올해 안에 출간된 책을 만나보고 싶다. 아직도 초조하게 피드백을 기다리는 중이다.




3. 브런치 글쓰기를 돌아보기 위한 질문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왜"라고 묻는다.
나는 결코 이루어진 적이 없었던 그것을 꿈꾸고 "왜 안되는가"라고 묻는다.
_ 로버트 F. 케네디


개인적으로 노트에 브런치 1년을 돌아보며 몇가지 질문을 끄적여보았다.


브런치, 계속해야 할까?
[브런치 1년 돌아보기 질문]

1. 왜 나는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2. 누구를 위해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가?
3. 브런치 글쓰기를 통해 내가 얻은 가치는 무엇인가?
4. 브런치에서 주는 피드백 - 구독자 수, 조회수, 공유 수 등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5. 만약 브런치 글쓰기를 계속한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6. 브런치 글쓰기를 통해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7. 이후 누구를 위해, 어떤 글을 쓸 것인가?
8. 내게 있어 브런치는 무엇인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브런치를 통해 내게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플랫폼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글을 쓰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내 글이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인지,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다시 생각에 잠긴다.

   브런치는 내게 '물음표'다. 그리고 내 글은 그 물음표에 답하는 작은 '느낌표'다. 브런치는 끊임없이 내게 질문한다. 공유할 만한 가치있는 글을 쓰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며 한줄씩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결론 : 앞으로도 브런치 글쓰기는 계속할 예정이다.


기회를 잡는 것이 곧 필연의 시작이다. _ 마크 트웨인

2016. 10. 12. 질문술사  (작가로 한 걸음 성장할 수 있게 끊임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 브런치 팀과 글을 읽어주는 독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7. 브런치를 통해 집필한 첫 책
2019. 브런치에 끄적여둔 시를 모아 출간한 두 번째 책



매거진의 이전글 공자의 질문을 뒤집어 묻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