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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pr 26. 2020

공자의 질문을 뒤집어 묻기

Q. 무엇이 나라는 존재를 진실되게 기쁘게 하는가?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에 맞게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_ 논어 <學而>편


  공자의 어록인 논어 1장 학이(學而)편은 '배우고 때에 맞게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부정의문문으로 시작됩니다. 이 문장을 ‘배우고, 익혀서, 기쁘게 써먹자’는 주장으로 편협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다만 ‘배우고 익혀야 기쁘다’는 동사의 순서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처럼 제도화된 교육기관에서 우리는 배우고 난 이후에, 연습을 해서 활용해 보라고 배웁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배운 이후에 행동할 수 있게 되나요? 아니면 무언가를 행하면서 배우게 되나요? 배움이 먼저인가요, 행동이 먼저인가요?


  다음으로 ‘무언가를 행해 본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종종 듣습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행해서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떤 사람이 되기로 먼저 자신을 받아들였기에,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것들도 행해보게 되는 것일까요?


  저는 종종 ‘순서의 문제’를 민감하게 숙고해보곤 합니다. 순서가 어긋나면 부자연스럽고 잘 진행되지 않습니다. 순서가 바르면 바르고 쉽게 흘러갑니다. 배우고 익혀서 어떤 존재가 되는 성공률은 매우 낮습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순서는 효율을 떨어뜨리고 실패를 부릅니다.


  대다수의 제도화된 교육기관에서는 학습자들에게  ‘앎>함>됨’의 순서를 강요하나, 이것은 앎이라는 체계가 확고하게 정해진 세계에서나 통하는 방식입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배우고, 따라서 익혀보면, 경험이 쌓여 전문가가 된다고 합니다만, 실제로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는 그런 식으로 탄생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더군요. 질문 전문가가 없다면 누구에게서 배워야 할까요?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문가의 가르침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쌓아가야 합니다.


  앎의 체계가 이미 생성되고 검증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새로운 앎을 창조하는 순서에 따라 배움을 생성하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그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 해보면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길이 있습니다. 공자가 본래 추구하려고 했던 큰 배움(大學)의 길도 이와 같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자시대에도 관학이 있었지만, 공자학당은 사실 사설 학교에 가까웠고, 그저 출세하기 위해서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기출문제만 풀이하지 않았습니다. 군자 됨을 묻고, 군자답게 살기 위한 실질적인 삶의 기술로서 시서예악을 익히고, 그 가운데 깨달은 바를 스승과 동료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배움터였습니다.




Q. 무엇이 나라는 존재를
진실되게 기쁘게 하는가?



 

큰 배움의 길을 걷는 데 있어, 이 질문에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배울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는 그다음에 답해도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저도 질문에 머물며 몇가지 끄적여 보았습니다.



2020. 4. 26

질문술사

: 학습촉진자를 위한 질문수업 _ 서론을 다시 쓰다가 일부를 브런치에 옮겨둡니다...

앞으로 틈틈이 <학습촉진자를 위한 질문수업>을 통해 12가지 질문과 질문도구를 하나씩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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