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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Feb 25. 2020

이 책의 핵심 독자는 누구인가요?

책을 쓰기 전에 저자가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 [1]


  흔하지 않은 경우이겠지만 이번에 쓸 책은 출간 전부터 제목과 표지가 결정되었습니다. 플랜비디자인의 <가르치지 말고>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이미 출간된 네 권의 책의 연장선 사이에 있기에 어느 정도 독자층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제가 써야 할 책의 핵심 독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멈출 수는 없었답니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보다 ‘누구를 위해 쓰는지’가 제겐 저자가 답해야 할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 독자는 누구일까요?



누가 이 책을 읽어줄까요?

   <가르치지 말고> 시리즈 독자의 70~80%는(더 많을 수도...) 가르치는 것과 관련된 사람들일 것입니다. 코끼리 코를 생각하지 마라고 말한다고 해도, 코끼리가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출판사에서 어떻게 등록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책은 교수법에 관한 책으로 분류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이 책을 사서 볼 사람들의 대다수는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나 교수도 있을 것이고,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대다수가 교수자라고 불리는 분들이겠지요. 혹은 HRD(교육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연수 담당자나 HRM(인사관리) 관련 업무를 맡은 분들도 있을 듯합니다. 교수자와 학습자를 굳이 나누자면, 주로 교수자들이 이 책을 읽을 가능성이 큽니다.


(1) 이 책은 가르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핵심 독자 1 _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


  <질문에 머물자>라는 뒷 문장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론이겠지만, 이 책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기꺼이 질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될 것입니다.


Q. 그런데 제목이 왜 이럴까요?

  <가르치지 말고>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시리즈 책이 나왔을 때는, 독자로서 저도 큰 거부감 없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교수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에서 학습자의 입장이 간과되고 있음을 저도 공감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출판사로부터 <가르치지 말고, 질문에 머물자>라는 책을 제가 썼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제안을 수락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책을 쓰려고 하니, 제목을 볼 때마다 거부감과 부담감이 밀려왔습니다. 가르치는 이들이 읽을 책의 제목에 가르치지 말자는 말을 떡 하니 써 놓다니, 가르치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 입장에서 보자면, 오만하고 과격한 주장으로 비칠 수 있겠다는 (어쩌면 쓸데없는) 걱정이 올라왔습니다.



Q. 정말 가르치지 말아야 할까요?


  아니요. 가르쳐야지요. 가르치는 것은 가치 있는 행위이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교육자들이 좋아하고, 저 또한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파커 J. 파머의 책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는 제목처럼 가르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배우는 것이 더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지라도, 교수자와의 관계와 상호작용은 배움을 촉진하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학습자와 교수자와의 관계가 학습에 대한 태도와 학습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연구에서 증명되었지요.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교사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더라도, 훌륭한 가르침을 전해주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배우는 것을 좋아하던 저는 잘 가르쳐주는 훌륭한 스승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가르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서 수차례 좌절을 경험하곤 했습니다. 반대로 잘 가르쳐주는 이들을 만나, 혼자서 고민하고, 실천하고, 반복하면서 경험하는 한계를 깰 수 있는 무수한 성장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누구를 가르치고 있을까 / 무엇을 가르치고 있고, 가르치고 싶은가를 질문 노트에 정리해봤습니다.

  저는 교사가 아니라 코치라 불리지만, 저를 만나는 분들에게 무언가 소중한 것을 가르쳐야 할 때가 많습니다. 학습조직을 만들어 배움을 촉진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강연도 합니다. 경영자와 리더들을 코칭하면서, 때로는 제가 경험하고 공부했던 바를 나누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가르치지 말자는 극단적일 수 있는 주장의 이 책 제목에 끌렸을까요? 추측해보자면 가르치는 일을 더 잘하고자, 이 책을 펼쳤겠지요? 왜 우리는 가르치는 일을 멈출 수 없을까요? 저는 우리 각자가 가르침을 멈출 수 없는 이유부터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가르침을 멈춰야 할 때와 가르침을 포기하지 않아야 할 때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담고자 하는 내용들이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말 가르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내 안에 ‘가르치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뭘 배우고 싶어 하는지 묻지 않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만을 일방적으로 열심히 가르치는 분들에게 상처 받은 적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스승을 만나길 열망했고, 제도권 학교에서 만나기 어려워 학교 밖으로 뛰쳐나와 스승을 찾아 떠돌고 다닌 만큼 실망한 경험이 많았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을 존경하면서도 동시에 미워하는 양가감정이 제 안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더군요.  


가르치는 일을 하시는 분들과 질문 수업을 진행한다면, 어떤 질문에 함께 머물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질문스토밍을 해 보았습니다.


  미워하는 이들을 위해 좋은 글을 쓰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사랑이 제겐 더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다행히 이번 책을 쓰면서 가르치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2) 이 책은 질문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다만 이 책은 교수법에 대한 책은 아닙니다. 러닝 퍼실리테이션이나 게이미피케이션, 학습 경험 디자인을 공부하려고 독자는 이 책을 집어 들진 않았을 겁니다. 이미 이전 시리즈에서 충분히 다뤄주셨기도 했고요. 결국 질문하는 사람들을 더없이 사랑하는 작가인 제가  이 책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내용은 '질문'일 수밖에 없고, 질문 공부를 하는 사람이 독자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핵심 독자 2 _ 질문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Q. 질문을 배워서 어디에 활용하려는 걸까요?


   저를 찾아오거나, 저를 초대해 주는 분들은 주로 더 좋은 질문을, 더 효과적인 질문하는 방법을 배워서 활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중에는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가르치는 일과는 상관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코치들이나, 퍼실리테이터들도 질문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제가 여는 질문 수업에 참여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의외로 바쁜 사업가들이나 자신의 팀을 잘 이끌고 싶어 하는 리더들도 많습니다. 때로는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세일즈 맨들을 위해 질문 수업을 열어달라는 경우도 있고,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연구를 더 잘하려면 질문 공부가 필요하다며 초대해주시는 교수님도 있습니다.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묻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 소통을 위한 질문, 세일즈를 위한 질문, 참여를 촉진하는 질문, 성찰을 돕는 질문 등 질문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강연 요청을 받았고, 심지어는 포교를 위해 질문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종교인들도 만나보았습니다. (요즘 떠들썩한 신흥 사이비 종교 같은 곳은 아닙니다.)

   

그동안 질문 수업을 통해 가르쳐왔던 것들을 정리해보곤 합니다.



Q. 질문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하는 걸까요?


   질문을 더 잘하고 싶은 분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가르침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경험하고, 가르쳐왔던 많은 내용 중에 어떤 내용을 이번 책에 담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배우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를 제가 더 깊이 이해해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의 독자가 되고 싶다는 분들이, 품고 있는 질문이 무엇인지가 더 궁금합니다. 필요하다면 사전 설문과 인터뷰도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책 쓰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 시리즈의 다음 글에 가능하면 설문조사 문건도 첨부하려고 합니다)


이미 첫 책인 <혁신가의 질문>에는 이런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지루하게 반복할 필요는 없겠지요?


    더 좋은 질문을 위한 원칙, 마인드셋, 방법론 등 독자들의 수많은 기대 중 제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일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다른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반복해서 담을 필요도 없을 것이고, 이미 제가 이전 책을 통해 전했던 메시지도 반복적으로 전달할 필요는 없을 테니깐요. 기존 책을 이미 읽어보신 독자와 이 책이 질문 관련된 첫 책인 독자인 경우 저는 어디에다 초점을 두어야 할까요? 전반적으로는 조금 더 쉬운 책, 그리고 실질적인 질문 방법론을 담아 유용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만, 의외로 질문과 관련된 책과 프로그램을 이미 접해보신 학습자들이 많아서, 책의 난이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이 됩니다.


  어려운 질문을 쉽게, 쉬운 질문을 깊게, 깊은 질문을 유쾌하게 하면서도 원하는 결과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방법을 안내하고 싶습니다.





(2) 이 책은 질문을 북돋아주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핵심 독자 2 _ 질문하는 문화를 혁신하고 싶어하는 리더/조직



Q. 누구를 위한 질문이 필요한가요? 결국, 누가 질문해야 할까요?


  이 책은 자신의 질문뿐만 아니라 상대의 질문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저는 좋은 질문을 하는 것, 질문을 더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다시 짚어가겠지만 교수자와 학습자 관계에서도 질문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교수자들이 질 높은 탐구 질문을 고르고, 질문하는 기술을 높이는 것도 분명 학습효과성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줍니다. 제가 더 중요하게 나누고 싶은 것은 교수자의 질문이 아니라, 사실 학습자의 질문이 풍성해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학습자가 교수자들에게 기꺼이 질문을 할 수 있는지, 학습자들이 어떤 질문을 만들어가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건 학교가 아니라 회사에서도 중요한 문제인데, 팀장들이나 상급자들은 질문할 기회가 많고, 사실 또 자주 합니다. 팀장이 아닌 팀원들이, 상급자가 아니라 해당 조직에 가장 낮은 직위에 있는 사람도 기꺼이 질문할 수 있는 문화인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건 기술을 연마해서 해결할 훈련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조직 개발의 문제입니다.



Q. 답이 찾는 게 아니라, 질문에 더 머물자고요?

 

   처음 출판사에서 제안한 책 제목은 ‘가르치지 말고, 질문하라’였습니다. 명령형으로 읽혀서 거부감이 들더군요. 그래서 머물자라는 권유형으로 바꾸길 제안드렸습니다.  질문에 관한 동사를 다양하게 쓸 수 있습니다. 질문을 시작하자, 질문을 던지자, 질문을 촉진하자, 질문을 가르치자, 질문을 잘 하자, 질문을 배우자, 질문을 그만두자…. 등등 다양한 말을 질문 뒤에 붙일 수 있는데, 저는 의도적으로 ‘머무르다’는 동사를 선택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데,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좀 더 천천히 시간을 갖고 머무르자고 주장하니, 가르치고 배우는 현장에서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래도 저는 머물자라는 표현을 우리가 더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답하는 것보다, 답을 유보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질문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얻는 유익이 많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서둘러 답을 향해 나아가느라 바빴습니다. 너무 빠른 속도로 해답을 향해 전진하느라, 놓쳐버린 소중한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물론 모든 질문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나쁜 질문, 가치 없는 질문이 아니라, 머물만한 가치가 큰 질문에 머물러야 합니다. 머무는 경험이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즐겁고, 유쾌하고, 유익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이 책의 핵심 독자는 누구인가요?



이 책은 더 잘 가르치려는 사람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더 좋은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함께 하는 이들이 기꺼이 질문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고자 하는 개인과 조직이 구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책을 쓰기 전에 저자가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 중... 

Q1_Who) 독자 : 누구를 위한 위한 책인가?


1-1. 단 한 명의 독자만을 위해 책을 써야 한다면 그 독자는 어떤 사람인가?

1-2. 그 독자를 위한 책을 쓰는 것이 저자인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1-3. 이 책에는 누구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어야 하는가?

1-4. 독자에게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1-5. 실제로 읽을 독자 외에 이 책을 구입하거나, 구입에 영향을 줄 사람은 누구인가?


  이번 책을 쓰면서 저는 '누구를 위해 쓰고 있는지' 계속 묻고 답하려 합니다. 책을 구입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결국 책을 쓸 필요가 없을 테니깐요.




2020. 2. 25.

질문술사 _ <가르치지 말고, 질문에 머물자>를 집필하면서 이 책의 핵심 독자가 누구인지 다시, 묻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의 독자가 될 것 같다면, 응원의 댓글도 한 줄 남겨주세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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