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질문 005 - 단 하나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걸작인 다비드상을 어떻게 만들었냐는 질문에, 그저 대리석에서 다비드가 아닌 부분을 제거했을 따름이라고 답했다.
'내 일에서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린 후에도 버릴 수 없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다른 분들의 사업을 돕는 일을 잠시 멈추고 내 사업을 준비하던 시절에 마주한 질문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내 사업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어떤 일을 사업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사업의 본질, 사업의 중심에 놓을 키워드 하나를 찾고 싶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몇 가지 하였다. 그동안 회사에서, 회사 밖에서 다른 사람들의 성공과 성장을 돕는 일을 하면서 활용했던 나의 강점과 역량들을 기록했다. 짧은 경력에 비해 HRD, HRM, 조직관리, 연구소 운영,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했고, 코칭, 액션러닝, 퍼실리테이션 등의 활동을 통해 조직의 성장에 기여해 왔다. 각 업무 단위가 크기에 분야별로 했던 일들을 보다 세분화해서 기록해 보았다. 예를 들어 HRM로서 한 일들을 살펴보자면, 적합한 인재의 기준을 세우고, 면접에 들어온 이들에게 던질 인터뷰 질문을 만들고, 면접관 교육을 하고, 온라인 채용시스템을 설계하고, 회사 내 고성과자/저성과자를 평가하는 등등이 있고, HRD로서는 년간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새로운 과정을 발굴,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특강 강사를 섭외하고, 교육운영에 필요한 자원들을 살피고 배분하는 등등.. 이것보다 디테일하게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하니 수백 가지의 일들의 목록이 나왔다.
그 후 하나씩 지우고, 또 지우고, 또 지우는 일의 반복이었다.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에서 내 자아의 일부를 죽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일을 하지 않아도 정말 좋아? 그러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조직에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겠는지를 묻게 되었다. 망설이면서도 단 하나만 남겨두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지우고 또 지웠다. 그리고 남은 단 하나의 단어가 '질문'이었다.
다시 다르게 나 자신에게 물었다. 이 단어를 키워드 삼아서 개인과 조직을 돕는 일을 한다면? 충분히 오래 할 수 있겠는가? 잘할 수 있겠는가? 그 일이 나 자신과 상대방에게도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10년 이상, 아니 어쩌면 평생 전념할 수 있겠는가를 물었다. 물론 답은 'yes'였다. 몇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해보고, '질문디자인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공부와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가의 질문'이라는 부족한 책 한 권을 내놓기도 했다.
수년이 지났지만, 이 질문을 다시 마주하면 떨림이 전해온다. 다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내 일상 속에서 내가 집착하던 것들을 정리해보자. 그 리스트에 빨간 줄을 그으며, 버리고 또 버리고, 버린 후에도 남아있을 단 한 가지는 무엇일까? 그 한 가지를 충분히 소중히 다루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2017. 4. 4. #하루질문 #단하나 #OneThing
질문술사
덧붙임 1. '혁신가의 질문'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