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하지 않는 한류.keyword

나라를 팔아야 월급이 나온다는 자괴감

by Sam Bright

나무로 만든 한옥의 기둥과 창틀은 외벽의 구성 요소지만, 인위적으로 가리지 않고 재료를 그대로 노출한다. 한옥과 초면일지라도 그 빛깔의 자연스러움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기초를 이루는 주춧돌의 단단함, 지붕에 얹은 검은 기와의 장중함이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방에서 마루로, 채에서 마당으로 확장되는 공간은 풍경을 다각도로 중첩시킨다. 최첨단을 달리는 빌딩 틈에서도 한옥은 고고함을 잃는 법이 없다. 시간과 함께 낡기보다는 멋을 더해간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한옥 예찬의 최대치다. 한옥에 살지 않는 한국인, 한복을 입지 않는 한국인, 한식만 먹는 것은 아닌 한국인들이 외국에는 그렇게나 한류를 전하고 싶어 안달이다. 우리 고유의 전통이 우수하지 않다는 것은 절아니다. 얼마나 멋진지 모른다, 한국인의 기상이라는 게. 양반한테 부림 당하고, 일본놈(일제강점기 당시 침략한 일본군을 칭함)한테 수탈당하고, 같은 나라 군인한테 짓밟히면서도 어쨌든 전통이라는 건 살아 있다. 돈이 안 되어서 그만두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 누군가는 전통을 잇는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특히 한국을 홍보하는 글을 써야 하는 사람으로, 종종 존재하지 않는 것을 쓰기 싫을 뿐이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텐데도 전통이라면 무조건 좋다고 크게 써서 흔드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말이야.


한류라는 단어는 사실 K-pop으로 갓 싹 틔운 관심을 어떻게든 더 많은 상품으로 끌어당기고 싶은 욕망일 뿐이다. 한류를 더 세부적으로 나눈 한옥/한식/한복/한의학/한지/한글 ... 기타 등등까지 외국인들의 관심이 이어지면 좋긴 하겠지. 외국인들이 한복을 사 입는다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귀국해서 집에 모셔놓고 아름답다고 말하고, 대대손손 물려준다면, 한국은 저절로 유명해지는 것이다. 돈이 벌리는 건 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세상엔 재밌고 편리한 게 너무 많지 않은가.


한글이 아무리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라도, 글자가 없는 나라가 아니고서야 한글을 가져다 쓸 이유가 있는가? 한지가 아무리 예뻐도, 가져다 뭐에 쓴단 말인가. 한옥은 짓는데 돈이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좀 살만한 한옥집에 들어가려면 아파트 뺨 여러 번 친다.


생각이란 걸 조금만 해보면, 전통이라는 것은 아이돌 가수의 인기에 편승해서 알릴 수 없는 것이다. BTS가 탈춤이라도 춰주면 탈춤만큼은 해외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야 있겠지. BTS가 장구라도 쳐주면 장구만큼은 또 언론에 오르내릴 수 있겠지.


한국 사람들도 안 하는 것들을 외국인들한테 팔아먹으려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사탕발림이 필요한가. 달다 못해 쓴 사족은 다가오던 나비도 도망가게 만들 것이다. 아 물론 존재하지 않는 걸 파는 게 최고의 장사꾼이라는 생각은 한다. 신천지에서 자기네 교주를 믿으라고 자꾸 전도하는데 거긴 신앙을 팔아서 왕국을 짓는 셈이다. 성형외과에서는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환상을 팔고, 학원에서는 좋은 대학에 보내주겠다는 꿈을 판다. 공무원 시험 합격은 에듀... 아! 결혼시켜주겠다는 전화랑 문자도 받는다.


욕은 하지만 어쩌면 나도 비슷한가 싶다. 나도 잘 모르는 걸 가지고 글을 써야 하는, 나라를 팔아 월급을 받는 나는 언제쯤 정상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정답을 좀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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