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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Bright Jul 02. 2020

도시의 진화, 인천

원도심 vs 신도심 매력 대결.travel

인천국제공항 덕분에 한국을 향하는 여행객이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되는 곳, 바로 인천이다. 대한민국 영토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은 면적으로, 광역시 가운데 1위의 넓이를 자랑한다. 아름다운 섬과 해변가의 풍경도 물론 일품이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계속 진화하고 있는 도심의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배다리헌책방거리, 오래된 것들의 가치가 쌓여있는 곳

Baedari Secondhand Bookstore Alley


“책 삽니다”라는 팻말이 걸린 낡은 가게,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벽면 가득히 낡은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낡은 종이 냄새가 향긋하다. 어쩌면 이런 헌책방은 곧 현대의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때 이 배다리 골목에만 40여개에 육박하던 헌책방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고, 이제는 너댓개의 책방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Studio Kenn

학생들이 학업에 필요한 참고서를 구매했다가 학년이 바뀌자 헐값에 팔던 시절에 헌책방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요즘은 책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또 온라인으로 사고 팔고 읽는 이가 늘어나면서 헌책방의 입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아있는 책방들은 이제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를 낭송하는 모임이나 지역민들과 소규모의 수업이 책방에서 열리고 있다, 책에서 사람들에게로 공간을 열어나가는 것이다.


작고 오래된 서점의 책장은 거창하게 꾸미지 않은 골목길과 같다. 언젠가는 모두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인천 원도심의 상징, 배다리의 헌책방에서 한글로 된 오랜 책 한 권을 직접 집어들어 친구에게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송도센트럴파크, 빌딩 숲 사이의 언덕과 예술

Songdo Central Park


신도심에는 온통 새로운 것으로 가득하다. 잘 정돈된 도로를 따라 높은 건물들이 균일한 높이로 지평선을 이룬다. 자칫 무미건조해 보일지도 모를 빌딩숲 사이로 야트막한 언덕이 초록빛을 발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거나 호수를 따라 난 산책로를 걷고 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호수엔 카약과 보트에 매달린 전등 빛들이 형형색색 빛난다. 호수 변에 앉아 버스킹을 하는 음악인이나 바라보는 이들이나 해가 지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Studio Kenn

축구장 면적 56배에 달하는 큰 녹지공원 여기저기, 기하학적인 건물과 설치미술 작품들이 숨겨져 있다. 대표적인 건축물인 트라이볼(tri-bowl)은 조개 껍데기를 하늘로 열어둔 것 같기도 하고 산을 뒤집어 놓은 것 같기도 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숫자 3(triple)과 그릇(bowl)을 합쳐 이름을 지었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그 형태감이 계속해서 변하고, 건물 하단에 얕은 바닥에 깔린 물이 거울처럼 건물을 비춰 올려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 Studio Kenn

도시의 틈에 잘 계획인 공원의 가치는 다른 멋진 건물들 그 이상일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그 멋과 의미는 깊어갈 것이다.

 


소래습지생태공원, 폐염전에서 생명이 넘치는 공원으로

Sorae Ecology Park


도심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156만㎡의 넓은 대지 위에 생경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공원에는 갯벌과 염전, 초원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갯벌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데, 구멍마다 작은 게들이 들락날락 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데크에 올라서 내려다보는 것뿐만 아니라 체험장에서 직접 진흙을 밟아볼 수도 있는데, 주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Studio Kenn

좀 더 걸어 들어가 폐염전을 복구한 염전학습장에서는 실제로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생히 관찰할 수가 있다. 넓은 염전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오르면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가득 담긴 푸른 하늘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사진을 찍느라 커플들의 걸음이 느려지는 곳이기도 하다.


갈대숲 사이로 산책로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공원의 중심부로 사람들의 발길을 모은다. 풀벌레들의 노랫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와 종류를 헤아리기 어렵다. 바닥에는 작은 개미와 큰 개미가 뒤섞여 나뭇잎을 물고 가고 새들이 풀숲에서 날아 오른다. 초원의 한복판에 풍차가 천천히 바퀴를 돌리며 서있다. 인천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산책로는 이곳임에 틀림 없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가난했던 옛날의 추억을 열다

Sudoguksan Museum of Housing & Living


1960년대의 삶은 2018년인 지금 반세기가 훌쩍 지난 옛이야기가 되었다. 2001년 수도국산 일대의 달동네가 아파트단지로 재개발되면서 원래 그곳에 거주했던 주민들과 사회단체가 함께 건립한 박물관으로, 당시의 달동네 풍경을 박물관 내에 재현해두고 있다. 실제 달동네 주민들이 사용했던 물품들이 기증품으로 전시되어 있어 의미 또한 작지 않다.

상설전시관의 주요 테마는 ‘모여서 사는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비탈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달동네는 골목도 좁고 사는 집도 좁았다. 수도나 화장실도 집마다 딸려있지 않고 여러집이 공동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비록 가난하지만 그래서 더욱 같이 살아야 했던 마을에는 ‘정’이 오고가는 따듯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요즘의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좁은 골목과 낡은 풍경, 달동네 주민들의 생활상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한국의 과거를 매우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월미도와 인천차이나타운, 보고 즐기고 맛보다

Wolmido & Incheon Chinatown


월미도는 원래 섬으로, 그 이름은 반달의 꼬리 모양이라는 뜻에서 왔다. 섬과 육지 사이를 간척사업으로 메워 사실 더 이상 섬은 아니며, 월미도 내에 위치한 놀이동산들이 유명하다. 월미테마파크(Wolmi Theme Park)의 대관람차는 연인과 가족들이 애용하는 놀이기구로, 115미터까지 올라 인천 앞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밤에는 놀이공원이 밝게 빛나 관람차를 이용하기 더 좋다. 월미도의 면적은 그리 넓지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다. 곳곳에 놀이기구들을 즐기다보면 금방 시간이 가버려 아쉬울지도 모른다.


ⓒ Incheon Tourism Organization

월미도에서 단 몇 분 거리에는 인천차이나타운이 있어 하나의 코스처럼 이용할 수 있다. 차이나타운 입구의 정문은 붉고 화려한 장식으로 눈을 잡아끈다. 짜장면이나 만두 등을 전문으로 하는 중화요리점이 밀집해있을 뿐 아니라, 꿀딸기나 꿀타래 등 다양한 간식도 맛볼 수 있어 관광 후 배고픈 이들에게는 고마운 곳이 될 것이다.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조금 더 언덕을 걸어 내려가 인천아트플래폼과 신포시장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원도심의 명소들은 서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공간마다 특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연안부두, 배가 모여 잠드는 바다

Yeonanbudu Pier


바다 냄새가 잔뜩 나는 부두에 섰다.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Matryoshka)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 작은 물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좀 더 부둣가로 다가가니 수십척의 배가 서로 선체를 맞대고 정박해있는 모습이 보인다. 일반 어선이라기 보다는 주로 낚시를 즐기는 여행객들이나 작은 유람선들이었다.


ⓒ Incheon Tourism Organization

배마다 한글로 적혀있는 선박명 중에는 재치있는 이름도 있고 순한글의 예쁜 단어도 있어 이름을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7층의 무료전망대에 오르면 한 눈에 부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층 낮지만 6층의 야외 계단에서는 유리창 없이 바다냄새와 공기를 느낄 수 있어 훨씬 좋다.


부두 바로 옆에는 인천종합어시장(Incheon Fish Market)이 있다. 싱싱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한 수산물을 들고 가서 ‘상차림비’만 내면 요리해주는 식당도 내부에 있어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곳이다.

 


정서진, 광화문의 서극단에서 번지는 노을

Jeongseojin


정동진이 일출의 명소라면, 광화문을 기준으로 그 서쪽 끝의 정서진은 일몰의 노을을 구경하기 좋은 장소다. 먼 옛날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가 머물렀던 여관 주인의 딸과 사랑에 빠져, 서해의 노을을 보며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평생 함께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 Incheon Tourism Organization

서해안의 해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조약돌을 형상화해 만든 노을종은 가로 21미터에 세로 13.5미터로 멀리서 봐도 눈에 잘 띈다. 외면은 비대칭으로 굽어있고, 내부에는 구멍이 뚫어 종 모형을 매달아두었는데, 해가 질 때 흔들리는 종과 석양이 어우러져 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도 노을종 외부와 내부의 색이 천천히 바뀌 모습을 보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바로 옆에는 아라타워가 있으며, 23층 무료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다 경관을 더 높이서 감상할 수 있어 관광객들 대부분 필수로 방문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방문하면 더 좋은 정서진을 놓치지 마시길.



Illustrated by Hagogo ⓒ Hagogo




[월간 KOREA 2018-09 Travel 인천] 사진 STUDIO KENN 글 SAM B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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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KOREA 웹진 홍보를 위해 작성되었으며, 사진과 글(국문)은 원작자의 동의 없이 재사용할 수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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