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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Bright Jul 13. 2020

한국 드라마와 한류 열풍

스토리 오리지널리티.story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어난 요즘,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보물찾기하듯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새로운 이야기에 목마른 시청자들을 위해 2020 최고의 한국 드라마 10편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1위로 꼽힌 ‘사랑의 불시착’부터 10위의 ‘응답하라’ 시리즈까지 그 장르가 화끈한 로맨스부터 따듯한 드라마, 시대와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짜릿한 범죄 스릴러까지 다양하다. 1인치의 장벽으로 불리는 자막 정도는 기꺼이 감수하게 만들고, 세계 곳곳에서 리메이크작으로 팡파르를 울리고 있는 한국 드라마, 그 미래가 기대된다.



한류와 사랑에 빠지다


ⓒ KBS

드라마 한류의 물꼬를 튼 것은 ‘가을동화’(2000)와 ‘겨울연가’(2002)였다. 병원이 나오면 의사가, 법정에서는 변호사가, 학교에서는 학생이 연애하는 당시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 특징이 동아시아에서 홈런을 쳤다. ‘겨울연가’의 주연을 맡은 배용준은 한국 연예인 최초로 대만 교과서와 일본 교과서에도 수록될 정도로 화제에 올랐고, ‘욘사마’라는 극존칭 별명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히 남았다. 국내 방영 후 10년도 지난 ‘가을동화’가 중국에서 '일불소심애상니(一不小心爱上你)'(2011)로 리메이크 방영된 것만 봐도 한국 로맨스의 인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미안하다, 사랑하다’(2004)는 중국에서는 영화로,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리메이크됐다. ‘아내의 유혹’(2008)은 중국에서 ‘회가적 유혹’(2011)으로 재탄생했는데, 한국 배우 추자현 씨가 리메이크작의 주연을 맡아 현지 스타로 거듭났다. 당시 시청률은 중국 드라마 10년 내 기록 중 1위를 차지하며, 그 유명한 ‘대장금’을 뛰어넘는 위용을 자랑하기도.


수많은 고난을 감내하고 극의 최후에 이르러서야 운명적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사랑, 고구마를 100개는 먹은 것 같은 답답함과 시원한 사이다와 같은 통쾌한 복수가 뒤섞인 한국의 로맨스는 시청자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격정의 대서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


‘굿 닥터’(시즌 1, 2013)는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첫 한국 드라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거스트 러시’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프레디 하이모어가 주인공 역을 맡았다. 2017년 시즌 1 방영 당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지난 13년간 ABC 신작 드라마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2020년 현재 시즌 3까지 방영을 완료하고, 팬들의 성화에 시즌 4 제작도 확정된 상태다. 꺼져가는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구해내겠다는 소명감으로 뭉친 소아외과 의사의 세계는 들여다볼수록 고통스러운 동시에 숭고하다. 등장인물들의 인종이나 성별을 고르게 분배해 미국 사회의 실제 모습을 더 잘 담아냈으며, 더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굳 닥터] ⓒ KBS

직장생활의 애환이 담긴 ‘미생’(2014)은 일본에서 2016년 리메이크됐다. 현지 정서를 고려해 한국 원작과는 조금 다른 스토리와 엔딩을 선보였는데, 일본 시청자들은 "사회인이라면 꼭 봐야 하는 드라마," "이번 분기 최고의 드라마"라며 열광했고, 드라마 만족도 조사에서는 5점 만점에 4점으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회 초년생인 주인공의 시선에서 아직 낯설고 어설프지만 점차 성장해가는 직장인의 일상을, 때로는 치열하고 때로는 냉정한 회사 안팎의 인생사를 선보였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드라마 속에서 시청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었다.


ⓒ Studio Dragon


국산 스토리의

영토 확장기


드라마의 세계에서 국산 스토리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도깨비’(2016-2017)는 한국 전래동화(혹은 전설)에 나오는 신적인 존재들과 사후세계에 대한 철학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판타지다. 전통적으로 익살스럽거나 무시무시하게 그려졌던 도깨비에 완전히 새로운 서사를 부여했는데, 죽지 못하고 살아 벌을 받는 도깨비가 안식(죽음) 대신 진정한 사랑을 택하는 이야기로 해외 팬들을 펑펑 울렸다. ‘비밀의 숲’(2017)은 국내 방영과 동시에 'Stranger’라는 제목으로 세계에 190여 국에 방영(넷플릭스 독점)됐다. 당시 뉴욕타임스(NYT)에서 방영된 평론가 마이크 할이 선정한 '베스트 인터내셔널 쇼' 10편에 '비밀의 숲'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드라마 내내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범인을 밝혀내기 위한 치밀한 전개로 시청자를 단숨에 몰입시켰고, 최후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와 그 과정에는 묵직한 메시지까지 담았다. 두 작품 모두 현지 리메이크나 후속편이 나오길 기다리는 해외 팬들이 차고 넘친다.


[비밀의 숲] 내 인생 드라마... 시즌 2 나온다... 오예!

'시그널'(2016)은 추리물을 특히 선호하는 일본 시청자들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한국 원작을 그대로 방영하기도 했지만, 그걸로도 만족할 수 없었는지 2019년에 일본 리메이크작 ‘Signal: Long-Term Unsolved Case Investigation Team’을 선보였다. BTS가 주제곡을 부르며 해당 드라마가 한국 원작에서 왔음을 드러냈고, 치밀하게 구성된 각본과 영화와도 같은 연출로 “한국산 스토리라면 믿고 보겠다”는 팬들을 대거 양산했다.


최근 종영한 ‘호텔 델루나’(2019)는 죽은 이들만 묵을 수 있는 호텔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투숙객들과 호텔 운영진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회와 권선징악 등 한국적 정서를 담은 판타지물로 호평받았고, 한국의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미국 할리우드의 제작사 스카이댄스가 손을 잡고 미국판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리메이크되는 사례는 많이 있었지만, 한국의 원제작사가 직접 해외의 리메이크 제작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사례는 최초라 더욱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 Studio Dragon

한국색이 담긴 뼈대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살을 붙인 한국 드라마는 한류 열풍 20년사 속에서 매일같이 전성기를 갱신중이다. 출생의 비밀이나 순애보에 목을 매던 과거에서 벗어나 세계로 무대를 옮긴 한국 드라마의 성장기를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다.




[월간 KOREA 2020-08 Trends] SAM B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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