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다들 가봤겠지.travel
서울의 매력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다. 한 쪽에선 출퇴근으로 분주하고, 또 한 켠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오래된 궁궐의 담이 현대적 색채의 빌딩과 맞닿아 있고,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옷깃이 서로 스친다. 깊은 밤 골목길을 홀로 걸어도 안전하고, 상상하는 어떤 모험도 가능한 이 도시에서 우리의 여행은 좀 더 특별해도 괜찮다.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의 여신상처럼 세계적인 도시엔 랜드마크가 있다. 하늘에 가까이 가고 싶어하는 인류의 소망 탓인지, 더 높은 빌딩들이 새로운 랜드마크의 자리를 노리며 우뚝 솟아난다. 당대 최신기술이 집약된 초고층 빌딩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현대 도시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서울 3대 마천루에서 도심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일은 서울을 더욱 풍성하게 추억할 수 있게 이끌 것이다.
한강변의 공원, 북촌 한옥마을, 명동 거리 등 서울 어디에나 배경처럼 등장하는 탑이 있다. 바로 남산서울타워다. 서울 중심부 남산의 해발 243m 지점에 세워진 이 탑의 높이는 236.7m로 총 해발고도는 479.7m에 달한다. 그 높이와 원통 형태로 서울의 원조 랜드마크로 인정 받고 있으며, 덕분에 2018년 12월에는 서울 미래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간 1200만명이 방문하는 이 타워는 남산공원의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일방으로 순환하는 버스, 혹은 케이블카를 이용해 갈 수 있다. 2005년부터는 남산공원에 일반 승용차와 택시의 통행이 금지돼 도심에서도 청정한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테니스장, 궁도장, 배드민턴장 등 체육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고, 야외식물원과 안중근의사 기념관도 둘러볼 만 하다. 남산서울타워 앞 커다란 팔각정은 소풍 나온 학생들과 남산을 오른 등산객들이 헤쳐 모이는 곳이라 항상 북적인다. 그 옆 남산봉수대와 군졸들도 쉬이 지나칠 수 없다.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정오 전후로 봉수대에 불을 피우고 주변을 순찰하는 의식이 거행되는데, 조선시대에 전국으로부터 수도 한양으로 봉수 신호가 최종적으로 모였던 곳임을 감안하면 이 장소의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타워 외부의 전망대, 터널, 다리 등에는 사랑의 자물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데이트 명소이자 프러포즈의 장소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다는 증거다. 전망대로 오르며 마주하게 되는 미디어 아트 ‘인사이드 서울’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 타워 5층의 전망대에서는 바라보는 방향마다 어떤 해외 도시가 몇 km떨어져 있는지 표시해주는데, 마치 세계의 중심에 선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바로 아래층으로 이어지는 전망대 유리창엔 바라보는 방향에 현존하는 도심 문화재의 이름과 일러스트가 붙어 있는데, 이런 세심한 연출은 실로 서울을 대표하는 전망대 맏형답다고 할 수 있다. 참, 전망대에서 내려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러 손이라도 씻고 나오자. 탁 트인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용무를 해결할 수 있는 ‘Sky Restroom’은 이곳뿐이다.
1970년대 후반에 여의도에는 각종 금융·투자사가 모여 증권가를 이뤘다. 지금도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중 절반 가량은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1983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 최고층 빌딩이었던 여의도 63빌딩은 249m의 높이로 당시 북아메리카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았으며, 1987년 싱가포르에 OUB 센터가, 1990년 홍콩에 중국은행 타워가 건설되기 전까지는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었다.
과거 여의도는 한강을 따라 콘크리트로 만든 진지와 거대한 비밀 지하벙커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그 위에 새로 조성된 여의도 한강공원은 마치 빌딩 숲 속 오아시스와 같은 휴식처로 시민들을 반긴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이 뛰어다니기도 했던 이 공원은 계절 변화와 일조량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하는 63빌딩의 황금빛 유리 덕에 독특한 여운을 남긴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덜하지만, 봄에 벚꽃축제를 기점으로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다. 주말에는 치맥(치킨과 맥주) 배달의 성지가 된다. 지하철로 여의나루역에 내려서 2번출구 공원방면을 향하면 치킨 전단지를 수 십 장까지 받게 되는데 그 중에서 맛있어 보이는 걸 골라 전화하면 된다. 한국어가 서툴러 부담된다면 배달음식 어플로 주문해도 된다. 여름엔 무료 물놀이장 ‘물빛 광장’이 운영되는데, 한국의 뉴스에서 무더위 예보에 클리셰처럼 쓰는 장면이 바로 이곳의 분수와 수영장 풍경이다.
가을마다 연 1회 열리는 63빌딩 계단 오르기 대회는 매년 화제가 된다. 60층까지 총 1251개의 계단을 오르는데 역대 최단 기록은 남성 7분 15초, 여성 9분 14초로, 여기 도전하고 싶다면 내년을 노려야 한다. 올해는 탈을 쓰거나 영화 캐릭터로 분한 참가자들이 특히 큰 웃음과 관심을 모았다. 엘리베이터는 투명 유리를 통해 바깥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카메라를 가만 두기 어렵다. 60층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인 63아트(63 Art)가 전망대를 겸해 운영되고 있으며, 수준 높은 예술작품들을 너른 창 옆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한강철교와 노들섬, 한강대교 등 한강 풍경을 내려다보거나 선명한 남산타워와 눈 높이를 맞춰 셀피를 찍기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2019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555m에 달하는 높이로 세계 5위에 손꼽히고 있다. 위로 갈수록 부드럽게 좁아지는 곡선은 마치 한 필의 붓 혹은 잘 빚은 도자기를 닮았다. 꼭대기의 노치는 두 줄로 갈라져 있는데, 그 틈으로 한강과 남산, 옛 서울의 중심을 향해 빛을 발한다.
본격적으로 타워에 들어가기 전에 걸을 만한 석촌호수에서는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놀이공원인 롯데월드가 석촌호수와 바로 붙어 있기 때문이다.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가 많은 ‘매직 아일랜드’ 구역으로 입장할 수 있는 석촌호수 게이트는 남들보다 먼저 놀이기구를 타려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루트 중 하나다. 새벽부터 도심 속 산책을 즐기는 이들로 활력이 넘치는 이 호수는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의 조명이 수면에 반사되는 밤에는 더욱 운치를 더한다.
전망대로 갈 수 있는 입구는 타워의 지하 1층에 있다. 드넓은 지하 쇼핑몰은 롯데월드나 백화점, 영화관, 등 어디로나 통하는 길이 된다. 특히 아쿠아리움은 시간만 허락한다면 꼭 들러야 한다. 국내 도심 수족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축구장의 1.5배 면적에 650종 55,000마리의 해양생물이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메인수조 ‘the Ocean’은 가로 25m로 역시 국내 최고다. 아쿠아리움에서 서울스카이 입구까지는 5분도 안 걸린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망대까지 초고속으로 올라가는데,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사방의 벽과 천장을 빈틈없이 매운 스크린에는 잠실 일대의 낮 풍경이 한 편의 공연처럼 펼쳐진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가장 높은 유리바닥 전망대’로 이름을 올린 ‘스카이 데크’, 120층 야외테라스에서 바깥 공기를 마시며 서울을 전망을 같이 볼 수 있는 ‘스카이 테라스’는 한국에선 가장 높은 전망대의 명성에 걸맞은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밤이 깊을수록 찬란함을 더하는 도시의 야경은 누군가 바라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여기가 바로 서울 여행의 피날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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