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reread. 04
자기만의 도시가 있는 사람에겐 비밀이 있다.
제 선택으로 홀로 거닐고 떨며 눈떠본 도시가 있는 사람에겐 외로움이 있다.
내겐 뉴욕이 그런 곳이었다. 벽에서 스며 나오는 겨울의 공기와 창문 너머로 뿌연 아침의 움직임, 낡은 마룻바닥의 삐걱임과 고요한 아침 식사와 함께 만든 도시락, 종일 걸어도 새로운 거리와 모든 것이 혼자란 오롯함.
뉴욕을 떠올리는 퇴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다 너를 본 줄 알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헤어진 누구와도 아무렇지 않을 준비는 한 적이 없었다. 다시 찾아가고 싶은 도시는 있어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나는 뉴욕만큼 비밀스러운 사람일지도 몰라. 뉴욕만큼 외로운 사람일지도 몰라. 많은 것이 아직 뉴욕에 있다.
나는 뉴욕에 있었다.
project. reread
사진에세이 『도시 _ 뉴욕 접음 : 서울 폄』 Sam Bright,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