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평범한 것
미국에 대한 내 첫인상은 사치였다. 대학 마치기 전, 인턴십으로 워싱턴DC에서 일 년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내 돈으로 먹고 자는 조건이었다. 부모님은 다녀오라고 했지만 그 말의 무게는 실로 무거운 것이었다. 가족 모두의 생활비보다 많은 돈이 나 혼자만의 미국을 위해 쓰여야 했다. 미국을 잠시나마 여행할 돈도, 멈춰있을 시간도 없었다. 사치라고 할 만한 것은 가끔 모여서 시켜먹는 치킨이 전부였으니까, 일상에서 벗어날 여유가 나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가난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먼저 부유한 사람들에게 미안해진다. 내 삶의 초라함이 어째서 나보다 빛나는 이들 앞에서만 부끄러운지, 그래서 자칫 나보다 어려운 이들 앞에서는 오만해질지도 모르는 종류의 사람이 아닌가 돌아본다. 정말 여유로운 사람은 인색함과 거만함이, 그런 어설픈 판단이 없다. 어릴 적에 큰어머니가 옷을 사준다고 데려간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한 디자인의 옷 한 벌을 눈을 무척 많이 굴려 가며 모셔왔었다. 나는 좋게 말하면 섬세한 어린이였다. 우리 가족은 백화점에서 뭘 사는 법이 없다. 우리 부모님은 그 흔한 등산복도 없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식을 먹이고 입히는 부모의 수고가 어떤 의미인가 되새기게 된다. 말 그대로 자신만을 위해 필요한 것, 혼자서라면 갈 수 있었던 길, 좀 더 그럴싸한 포장을 포기하는 일이다. 그런 평범함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참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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