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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리 삼번지 Aug 07. 2023

근근이 살고 있습니다.

백수의 근황 소개(돌아온 직장인의 일상)



요즘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때로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혹은 해야만 하는 걸 하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찌 보면 무모할 수도 있는 퇴사였다.

평소의 나답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나는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백수를 택했다.



그 이후에는 어땠는가.

먼저, '나'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워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간 해보고 싶었던 걸 시도하고 즐기면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다음으로 해야 할 건 '머리를 비우는 일'이었다.

나는 본래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 어떠한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걱정을 하고, 일을 하다가도 혹여나 잘못될까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랬기에 회사를 다니면서 걱정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일을 물론이고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말이다.

그간 회사를 다니며 머릿속을 헤집었던 잡념이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울 필요가 있었다.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쓸데없는 걱정은 버리고, 불필요한 잡생각은 줄여야 했다. 꼭 그래야만 했다.


때문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방황을 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 멍하니 있거나 잠에 취해있거나, 혹은 일부러 시간을 바쁘게 보냈다. 집안 청소를 한다거나, 목적지 없이 외출을 하거나, 카페에 가서 아무런 의미 없는 글을 쓰기도 했다.

사실 거창하게 방황이라고 하기도 머쓱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보다는 단순히 머리를 비우는 일에 집중했다는 말이다.



그런 과정을 겪고 난 다음에 내린 결론은,

나는 인생에 있어 거창한 목표가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소한 것에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며, 감사한다. 사람이라고 무조건 성대한 꿈을 가져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꿈의 크기는 상대적인 거고 다양하니까.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다. 나는 그냥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 거다.


지극히 평범한 내가 내린 선택은,

<근근이 살아보자>였다. 나는 근근이 살아가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지금은 무얼 하며 사느냐고?

근근이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일은 구해야 했다. 마냥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서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돈을 벌고자 일을 시작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삶, 돈, 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 세 가지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했다.

나에게 있어 한 가지 기준은 명확했다. 워라밸!

고액 연봉, 사회적 명예보다는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 말이다.



혹자는 생각할 거다.

어차피 일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왕이면 더 많은 돈을 버는 곳이 낫지 않겠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 받은 만큼 일하는 거다.

나는 많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스트레스 덜 받고, 개인 시간이 보장된 곳. 그런 곳을 찾기로 결심했다. 개인별 맞춤 직장은 없는 법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나는 전 직장이라는 '절'이 싫어서 떠난 '중'이다. 새로운 절을 찾아야 했다. 여러 조건들 중에 우선순위를 따져, 내가 원하는 조건에 그나마 부합하는 곳. 그러한 곳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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