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의 뿌리를 찾아서

심술이 불러 낸 쓴 뿌리

by 투명물고기



잠자리 시간, 막내가 심하게 토라졌다. 대체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데, 어젯밤은 도무지 짚이는 게 없었다. 좋아하는 과자도 충분히 먹었고, 즐겨보는 유튜브도 봤다. 아쿠아리움에 당장 가지 못해 심통이 났을까 싶지만, 그 정도로는 설명이 안 됐다.


불 꺼진 방 안, 오리주둥이를 한 채 눈을 흘기며 누운 아이.

“엄마랑 말하고 싶을 때 다시 말하자.”

하고 혼자 두고 나왔는데,

예상과 달리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없었다.


잠시 후 들어가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일인지 말하지 않으면 엄마 다시 말 걸지 않을 거야.”

“… 영원히?”

“그렇지. 엄마는 이유 없는 심통이 너무 슬퍼.”

“근데… 모르겠어.”


그 대답에 푸하핫, 웃음이 터졌다. 아이를 꼭 끌어안으면서 오래된 내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우울의 근원 찾기


나는 늘 마음 한쪽이 접혀 있던 아이였다.

진창에 빠지지 않으려 턱을 괴고 앉아,

언제든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래서 늘 나 자신을 검사했다.

‘왜 마음이 무너지는가.’

‘무엇이 흰 종이 위의 오점인가.’

감정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믿었고, 여전히 그렇다.


기질 탓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왜 나는 젖은 마음으로만 사는가.

누가 나를 부평초처럼 묶어두었는가.

안락도 자유도 없는 채,

가려진 숲을 헤치고 가시밭에 베이고 진흙탕에 빠져도 나는 답을 찾고 싶었다.



그냥의 힘


어젯밤 우리 아이의 토라짐은 결코 ‘그냥’이 아니었다. 형과 엄마가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질투, 잠투정이 겹쳐져 나온 심통이었다. 겉으론 이유가 없어 보여도, 속에는 늘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지금도 믿는다. 세상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퀴벌레조차도 생명력에 대한 경외심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선언


그래서 이제 나 자신에게 선언한다.

나는 왜 병들었는지, 그 시작을 찾을 것이다.

‘그냥’이라고 치부된 내 우울에도 반드시 뿌리가 있다.

그 뿌리를 캐내고, 쓴맛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것.


기쁜 건, 이제 들여다볼 힘이 내게 생겼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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