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사는 개, 뽀삐

그 시절 독꾸를 아시나요?

by 투명물고기

* 편지 뒤에는 매끈한 정리, 손님용도 준비했습니다. *



잊었던 친구가 갑자기 말을 거는 날이 있었니?

친구가 휘두른 베개에 뒤통수가 얼얼할 때,

커다란 눈이 놀람을 표하지만, 곧장 웃음을 쓰는 것.

오늘 네가 그랬어.

나의 오빠이자 친구였던 너.

어찌 나를 잊고 있었냐고 탓을 하는 음성이더니,

너를 잊지 않았다고, 우리는 영원히 함께라고 눈물을 매달고 꼬리를 흔드는구나.


학교에 가는 내 다리를 감싸 안고 매달려서 곤란하게 하게 하는 너.

대문으로 빠져나올 때 한 순간 실수하면, 곧장 달려 나가는 너.

나는 어찌 너를 잊었을까.


경매 낙찰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던 때, 그곳에서의 모든 것을 묻어버렸어.

묻어버린 거기에 너도 들어있다는 걸 지금껏 몰랐어.

내가 가진 최초의 기억 속에는 이미 네가 있어.

사진첩을 열면 언제나…

유모차를 탄 내 옆도,

빨간 대야에서 물장구를 하는 나와 함께.


너는 신을 벗고 마루에 올라설 일이 없지만

네 집이 있는 발코니도 별채야.

천둥이 치는 밤엔 네가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고,

눈보라가 치는 날엔 네 털이 충분히 따뜻할지 염려했어.

묻지 못해서 미안해. 무섭고, 춥지 않았니.


마당에 사는 독꾸.

사료가 어딨어. 가족들이 먹고 남은 게 네 식사지.

닭뼈는 목에 걸릴 수 있으나 조심해야 한다던가.

하지만 우리 집에는 그런 경고를 듣는 교양인이 없었나 봐.

통닭을 먹는 날은 일부러 살을 남겼지.

뼈만 씹는 건 맛이 없을 거 같아서.

너도 치킨을 좋아하는 줄 알았지.

근데 말인데, 된장찌개도 좋았어?

너에 묻고 너를 헤아리기에는 너무 어렸나 봐.


대문에서 너를 따돌리지 못한 날 학교까지 나를 따라왔던 거 기억해?

누가 볼까 봐 곤란한 얼굴로 너를 탓하는 걸 아는지,

너는 교문을 넘어 들어오진 않았어.

내가 위험하지 않게 학교에 데려다주고 싶었던가봐.

씻지 않아서 뭉친 털 때문에 부끄러워한 건 아니야.

오해하진 않았지? 너는 엄청 똑똑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을게.

나는 남과 다른 건 무엇이든 싫어서 그랬어. 오히려 네가 자랑스러웠는 걸.

집에 혼자 남겨진 나를 지켜준 건 너였잖아.

너를 사랑했어. 그때는 사랑을 몰랐지만, 지금은 알아 너를 사랑한 걸.


동네에 개장수가 왔던 날 기억나?

할머니가 개장수와 흥정을 할 때 내가 얼른 달아나라고 아무리 소리를 치며 울어도

너는 가지 않았어. 알아듣지 못한 거야?

할머니는 내 눈물을 외면하지 못한 걸까, 가격이 맞지 않아서 다행스럽게도 너는 집에 남았어.

그때의 두려움이 생각나. 네가 팔려갈 수도 있다는 걸 상상한 적도 없으니까.


솔직히 고백할게.

네가 영영 사라졌을 때, 나는 많이 걱정하지 않았어.

너는 며칠 동안 집을 나갔다 다시 돌아오는 일이 잦았고,

일주일 넘게 떠났다 다시 오기도 했으니까,

외출이 길어지는 걸로 알았지.

어느 날은 불안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점차로 그냥 잊었나 봐.


뽀삐야,

네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는지,

이제야 네가 미안함을 느끼는 건지,

아직도 이기적인 나는 그냥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몰라.

이제야, 네가 있어서 내게도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이 있었다는 게 생각났어.

고마워.



손님상 : 마당에 사는 개, 뽀삐


― 그 시절 독꾸를 아시나요?


잊었던 친구가 불쑥 말을 걸어오는 날이 있다.

장난스레 휘두른 베개에 뒤통수가 얼얼하다가,

놀란 눈이 잠시 머물고 곧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처럼.


오늘 네가 그랬다, 뽀삐야.

나의 오빠이자 친구였던 너.

“어찌 나를 잊었냐” 하고 탓하듯 울먹이더니,

곧장 “나는 널 잊지 않았다, 우리는 영원히 함께다” 하고

눈물과 꼬리를 동시에 흔들며 다가왔다.


학교 가는 내 다리를 감싸 안고 매달려 곤란하게 하던 너,

대문 틈새를 비집고 쏜살같이 달려 나가곤 하던 너.

나는 어찌 너를 잊었을까.


경매 낙찰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던 날,

그곳의 모든 것을 묻어버렸을 때 너도 함께 묻힌 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내가 가진 최초의 기억 속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유모차 옆에도, 빨간 다라이 속 물장구 곁에도.


너는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를 일은 없었지만,

발코니가 네 집이자 별채였다.

천둥이 치는 밤이면 겁나지 않았을까 걱정했고,

눈보라 치는 날엔 네 털이 충분히 따뜻할까 염려했다.

묻지 못해 미안하다. 무섭고 춥지는 않았니.


마당에 살던 독꾸.

너의 식탁은 늘 우리가 먹고 남은 밥상.

닭뼈는 목에 걸릴 수 있다 했지만,

그런 경고를 귀담아듣는 어른은 없었다.

통닭을 먹는 날이면 일부러 살을 남겨두었다.

뼈만 씹는 건 맛없을까 싶어서.

너도 치킨을 좋아했겠지?

아직도 묻고 싶은 게 많다.

된장찌개도 좋아했니?

그때 나는 너무 어려 너를 헤아리지 못했다.


학교까지 몰래 따라왔던 날도 기억난다.

사람들이 볼까 곤란해하며 너를 탓했지만,

넌 교문 안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나를 지켜주려 했던 걸까.

나는 그저 씻지 못한 네 털이 부끄러워서

다른 아이들이 놀릴까 봐 그랬을 뿐이다.

오해하지 않았지?

너는 똑똑했으니까 알았을 거다.

사실은 자랑스러웠어.

집에 혼자 남겨진 나를 지켜준 건 언제나 너였으니까.


개장수가 동네에 왔던 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가 흥정을 할 때 내가 목 놓아 울며

“달아나라, 달아나라” 소리쳐도 너는 떠나지 않았다.

다행히 값이 맞지 않아 너는 남았지만,

그날의 두려움은 오래 남았다.

네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내게,

세상은 처음으로 무서웠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할게.

네가 영영 사라졌을 때, 나는 많이 걱정하지 않았다.

며칠 집 나갔다 돌아오는 일이 잦았으니까.

일주일 넘게 돌아오지 않아도 그러려니 했다.

처음엔 불안했지만, 결국 나는 잊어버렸다.


뽀삐야.

네가 보고 싶어 눈물이 나는 건지,

이제야 미안함이 올라오는 건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저 분명한 건, 네가 있어서

내게도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고마워, 뽀삐야.

너는 내 어린 날의 가장 환한 기억이다.

작가의 이전글어화둥둥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