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야 배야

내손도 약손

by 투명물고기

배탈이 나면 누군가 배를 쓸어주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엄마 손은 약손, 아가 배는 똥배.”

한국 아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노래와 손길.

우리 아이들도 배가 불편하면 “엄마, 배야 배야 해줘” 하며 내 무릎에 눕는다.


하지만 나의 배야 배야는 오래도록 부끄럽고 피하고 싶은 시간이었다.

뚱뚱하다는 놀림 속에서, 불룩 나온 배는 늘 숨겨야 했다.

누군가 배를 쓸어주면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마셨고,

꼬인 내장은 더 불편해졌다.


어느 밤이었다.

하루의 수고를 와구와구 먹으며 털어내려다, 오히려 삶의 찌꺼기만 켜켜이 쌓아둔 날.

나는 낙심했고, 너는 내게 작은 루틴을 권했다.

“들이마시는 숨 8초, 내쉬는 숨 10초, 열 번.

왼쪽으로 누워 배를 삼십 번 둥글게 쓸어줘.”


나는 네 말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숫자를 세며 숨을 고르고, 모로 누워 손을 배에 얹었다.

불룩한 배가 불편했지만, 용기를 내어 쓸어내렸다.


놀랍게도, 따뜻했다.

괴물처럼 느껴지던 내 배가, 한참 외면하다가 잡은 옛 친구의 손처럼 따뜻했다.

억울하다고 성내지도, 기다렸다고 원망하지도 않는 착한 배.

그저 묵묵히 나를 버티고 있었던 배.


그제야 알았다.

나를 괴롭힌 건 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너무 오래 미워해서, 너무 오래 숨겨서,

사랑스럽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나는 손바닥에 힘을 주어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내 손도 약손이었다.

숨을 채워 부러 내밀어 본 배는, 처음으로 나와 화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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