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직장인들이라면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졌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숨소리들, 발전적인 이야기보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하루하루들. 문득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좀 더 의미 있고, 재미있고, 발전적일 수는 없는 걸까?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데, 이대로 살아갈 앞날을 떠올리니 숨이 턱 막혀왔다.
평소 잘 따르던 선배에게 이런 고민을 내비쳤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가고 열정을 품으며 일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어딜 가도 똑같아"
돌아오는 답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구구절절 살을 붙여가며 여기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를 하나하나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닫혀버린 마음은 좀처럼 귀를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아 이 사람은 나랑은 다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짙어진다. 이내 선배가 짧은 한마디를 덧붙인다.
"방황할 수는 있는데, 너무 길어지면 안 돼"
순간 '방황'이라는 말이 뇌리를 비집고 콕 박혀온다. 남들은 묵묵히 잘 걸어가고 있는 대열에서 혼자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문득 쓸쓸함과 두려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 내가 30대가 되어서야 방황하고 있구나'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나니 기분이 괜히 싱숭생숭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하루하루 쌓여갈수록 회사생활에 대한 회의감은 커져만 갔다. 내가 진정으로 열정을 품고, 흥미를 가진 채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핸드폰과 노트북에 기록하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품고 실천에 옮기고 있는 사람들의 글과 영상을 찾아보고, 나의 가치관을 서서히 정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면, 빨리 다른 길을 찾아 걸어가 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한 책에서 우연히 '방황'에 대한 글을 접하게 됐다. 올바른 방향성을 갖기 위해서 방황은 꼭 겪어야 하는 과정 중 하나로, 방황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마주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좁혀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방황'에 대해 누군가는 빨리 매듭지어야 할 부정적인 현상으로 인식하는 반면에, 누군가는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기 위한 자양분 같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결국 어떤 과정이든 내가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가장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에게 있어 방황은 살면서 한 번은 겪어야 할 필수적인 예방 접종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방황 중이다. 사회가 정해준 틀 안에서 하나하나 단계를 깨나가며 살아온 30년을 뒤로하고, 이제는 삶의 방향키를 내가 쥐어보고자 한다. 아직 어느 쪽이 될지는 명확하게 모르겠다. 글을 쓰고 사진을 담는 작가에 전념할지도, 영상을 편집하는 일에 몰두할지도, 커피에 진심을 담아내는 일에 흥미를 키워갈지도, 또는 전혀 다른 새로운 앞날을 계획할지도.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길로 조금씩 방향을 틀어 볼 뿐이다.
삶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그 방향성이 잘못됐다면 먼 길을 다시 돌아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기에 충분히 방황한 뒤에 속도를 서서히 올려보려고 한다.
30대에 맞이한 방황의 끝엔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여전히 작은 걸음이라도 실행에 옮겨나가고 있고 이번 방황으로 인해 내 인생은 그저 그런 뻔한 앞날이 아닌,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기대와 새로운 계획들로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