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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May 28. 2024

혼자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_3

취향으로 채운 2박 3일의 기록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마지막은 늘 아쉽다. 전날 밤늦게까지 게스트하우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탓에 아침 11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개운하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정리를 하고 나오니, 사람들은 이미 체크아웃을 한 상태였다.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이렇게 스쳐가는 듯한 만남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텅 비어있는 숙소가 어딘가 공허하게 느껴졌다.


게스트하우스의 마지막 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방명록에 마지막 기록을 남겼다.


"아늑한 공간에서 좋은 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다 갑니다. 좋은 추억 감사해요!"



미처 인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카톡으로 인사를 남기고는 마지막 날의 일정을 위해 나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늦잠을 잔 탓에 오늘은 시리얼을 먹을 여유가 없다. 근처에 위치한 식당에서 비빔밥으로 요기를 하고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향했다.


전부터 궁금했던 카페 '고요새'. 고요하고 오롯한 나의 요새라는 뜻인데, 네모난 프레임으로 내다보이는 오션뷰가 너무 예뻐 보였다.


제주 해변이 내다보이는 카페 '고요새'


따사롭고 좋은 날씨. 너울지는 파도와 흔들리는 야자수를 바라보며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셨다.


다이어리를 꺼내 일기를 쓰는 사람도 있고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름처럼 고요하고 오롯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마지막 날이니 카페를 여러 군데 다녀오고 싶었다. 저녁 비행기를 예약한 덕에 다행히 시간도 여유가 있었다. 차 한 잔을 다 비우고는 다음 카페로 향했다.




구제주의 한적한 동네 골목에 자리한 카페 '공생'. 共生이라는 이름처럼 친절함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닌 핸드드립으로 내리는 브루잉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매장에서 로스팅도 직접 하시는 것 같았다.


제주 브루잉커피 전문점 '공생'


손으로 직접 한 잔, 한 잔 내리다 보니 기다림과 여유가 필요한 곳이다. 축구팀 '아스날'의 열렬한 팬인 사장님이 유니폼을 입고 정성껏 커피를 내려주신다.


마침 잔잔한 음악이 흘러 기다리는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요즘에는 주택을 카페로 개조하는 곳들이 많은데 이런 곳들은 특유의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삶의 여유를 찾기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그래서 이런 친근하고 포근한 공간들에 대한 갈증이 커져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두와 포도의 뉘앙스가 느껴지는 온두라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제주에 올 때마다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그렇게 한동안의 여유를 즐기고는 오늘의 마지막 카페로 향했다.





제주 용담에 위치한 카페 '미르담'. 미르는 용의 옛말로, '미르담'은 말 그대로 '용담'을 뜻한다.


여기에는 길에서 나고 자란 8마리의 귀여운 고양이들이 있다. 카페 수익금의 일부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사용될 만큼 고양이에게 진심인 카페다.


고양이가 있는 제주 카페 '미르담'


내부에 들어서면 몽실몽실 귀여운 고양이들이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여유를 부리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고양이 못지않게 사람들을 정말 좋아한다.


피스타치오라떼를 마시며 2박 3일간의 여행을 되돌아봤다.





사실 2주 전에 파리에 다녀오기도 했고, 이후에도 계속 감기로 고생을 했던 터라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은 건 아닐까' 하는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도 많은 걸 경험하고, 채우고 돌아간다.


이번 일정이 아니었다면 절대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 해안 도로를 달리며 생각에 잠기던 순간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 준 풍경과 공간들,

그리고 오로지 나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었던 2박 3일의 일정.


여행은 누구와 가는지, 어디에 가는지, 그리고 어떤 시기에 가는지에 따라 안고 돌아오는 추억과 여운이 달라진다.


홀로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나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깨닫기도 하고, 누구나 불안함과 삶에 대한 의문을 마음 한 켠에 안고 살아가며, 그럼에도 도전하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고, 결국 인생은 내가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언제,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을 또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통해 내면이 점점 채워져 감을 느낀다.

멀지 않은 시기에 또 새로운 추억과 생각들을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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