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도리 Jun 24. 2024

내가 파주를 좋아하는 이유

낭만의 도시 파주


얼마 전에 여자친구가 파주로 이사를 했다. 파주는 평소에도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출판단지가 자리하고 있어 문학적인 낭만이 흐르는 곳이자, 여유롭고 한적한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의 이사 덕분에 오랜만에 파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한적한 시골길 같은 풍경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책방 '사적인 서점'. 모든 국민들에게 담당 주치의가 있는 덴마크 문화에서 감명을 받아, 책으로 손님들의 인생을 보살펴주는 공간이다.


다소 거창해 보이기도 하지만 책과 사람들을 연결해주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16년부터 홍대에서 운영을 이어오다가 작년 7월에 이곳으로 터를 옮겼다.


파주 책방 '사적인 서점'


내부에 들어서면 곧게 뻗은 대나무가 있는 중정이 눈에 들어온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잎들이 춤을 추고, 고요함을 채워주는 선풍기 소리가 기분까지 시원하게 정화해 준다.



책에 진심인 자매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취향을 담은 다양한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직접 읽고 선정한 인생 책들, 이번주에 감명깊게 읽었던 책들, 언뜻 보기에도 흥미를 자극하는 문구들이 돋보인다.



안쪽에는 아늑한 분위기의 서재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책을 구매한 뒤 여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녹음 짙은 풍경을 바라보며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나를 돌아보고 내면을 채우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공간이 있을까.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구매하니 직접 제작한 커버로 포장을 해주셨다. 사장님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세상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 금세 드러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좋은 영감을 주는 공간을 운영하고 계신 것 같아 그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책도 샀겠다, 독서하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했다. 가다 보니 표지판에 '책향기로'라는 도로명이 보인다. 도로 이름이 책향기로라니, 운전하다가 뜻밖의 낭만에 빠져든다. 문학도시 파주와 참으로 잘 어울리는 네이밍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LP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 '콰이어트 라이트'. 요즘에는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LP카페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커피 한 잔에 곁들이는 분위기가 더욱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파주 카페 '콰이어트 라이트'


음악에 집중하기 좋은 테이블 배치로 일반적인 카페보다 더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작업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음악에 집중하는 사람들까지 저마다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턴테이블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트럼펫 연주자가 보인다. 선글라스를 낀 채로 바쁘게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탐이 난다.


한참을 구글링 하며 이 곰돌이를 찾기 위해 손품을 팔았지만 아쉽게도 끝내 찾지 못했다..또 봐요 곰돌군..



평온한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며 한동안의 독서를 즐겼다. 책을 볼 때마다 내면이 채워짐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영감과 기억이 금방 휘발된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영감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더 자주 책을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쪼록 이런 삶의 여유를 주는 공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녁때가 되어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 화덕피자 맛집으로 유명한 '아이노스'. 원통을 쌓아 올린듯한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푸릇한 조경이 풍성하게 자리하여 부모님과 오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빈티지한 원목 인테리어와 식물들, 넓은 공간, 경양식 메뉴가 있는 곳에 가면 왠지 늘 부모님이 떠오른다.


파주 맛집 '아이노스'


버섯이 듬뿍 올라간 풍기 피자와, 한우 갈비가 더해진 크림 파스타를 주문했다.


화덕에 구워내 담백하면서도 쫀득한 식감과 은은하게 채워지는 버섯의 풍미가 조화롭다. 꾸덕하고 매콤한 파스타는 육즙과 찰기 가득한 한우 갈비가 더해져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음식까지 맛있는 파주. 이러니 안 좋아할 수가 없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마당에 동물 친구들이 보인다. 식당에서 직접 키우시는 걸까, 닭처럼 보이긴 하는데 한껏 멋을 낸 헤어스타일이 의문을 품게 한다.


닭의 한 종류이려나, 여태 본 닭 중 베스트드레서가 아닐까 싶다.





한껏 채운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 아울렛에 들렀다. 여름에 입기 좋은 반바지를 사고 싶었지만 역시나 오늘도 빈손으로 돌아간다.


산책로가 잘 되어있는 아울렛의 한 켠에는 청보리처럼 푸르게 빛나는 풍경이 드리운다. 날로 뜨거워지는 여름 날씨지만,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점차 푸릇한 색채로 채워져서 기분이 좋다.



내가 파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문학과 낭만이 있는 곳, 여유로운 정취가 있는 곳, 맛있는 피자와 멋쟁이 닭이 있는 곳, 산책하기 좋은 거리가 있는 곳.


거창한 이유보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동안 파주에 더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_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