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도리 Jul 03. 2024

퇴사 후 3개월, 이제 슬슬..

또 하나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퇴사하고도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 날씨 좋은 봄에 퇴사해서 밖에만 나오면 기분이 좋았는데, 이제 무더위가 푹푹 찌기 시작하는 여름이 다가온다. 덕분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 많아진 것 같기도 하고(더위에 비까지 오니 나갈 엄두가 안 난다!) 브런치에 글을 포스팅하는 주기도 짧아진 것 같다.


오늘도 아침을 먹고 뭘 기록해 볼까 고민하다가 요즘의 근황을 적어보기로 했다. 이제는 퇴사자의 일상에 너무나도 익숙해졌다. 솔직한 심정을 밝히자면, 누가 매달 200만 원만 손에 쥐어준다면 당분간 이대로 쭉 살고 싶은 기분이랄까. 너무 염치없고 뻔뻔한 대답이지만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채워가는 일상이 만족스럽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 일을 시작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브런치에 글도 쓰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관리하고 있지만 조금 더 활동적이고 생산적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최근에 유튜브에서 '정김경숙'님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비영어권 출신으로는 최초로 구글 HQ의 임원이 되셨던 분인데, 하루아침에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어 이후에는 미국의 슈퍼마켓 '트레이더조'의 알바생부터 스타벅스 바리스타, 리프트 운전기사까지, 파트타임 N잡러로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살아온 이야기였다.


구글 임원에서 마트 알바생 신분이라니, 누구에게나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였을 것이다. 그녀 역시 출근 첫날, 마트의 문을 열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생각만 해오던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갔다.


놀랍게도 미국의 트레이더조 파트타이머 중에는 단순한 생계 목적이 아니라, 소비에 어떤 트렌드가 있는지 파악하고자 일하는 부업 마케터, 사람들이 어떤 식품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온 셰프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몸담고 있었다. 새삼 우리나라 정서와는 다른 아메리칸 마인드를 체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열려있는 사고와 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그녀 역시 1년 여의 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파트타임을 경험하며 중간관리자로 승급을 하기도 하고, 필드에서 약 1만여 명의 사람들을 마주하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삶을 체험했다. 그 과정을 통해 인생의 후반전을 '가슴 뛰는 일'로 계획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랐다고 한다.




그녀가 살아온 방식이 내가 꿈꾸는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사회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삶. 구글 임원 같은 화려한 이력은 없지만 내게도 마트의 문을 여는 것과 같은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영상을 보고선 바로 바리스타 채용 공고를 찾아봤다. 퇴사를 하고 바리스타로 일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오고 있던 일이었다. 영상을 보고 나니 일단 부딪쳐보고 싶었다. 지원하더라도 합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니 더더욱 부딪쳐 볼 수밖에.


막상 지원을 하려고 보니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정말 많다. 매장 위치부터 컨셉, 근무 시간까지 채용 공고마다 조건이 제각각이다. 이력서는 또 어떻게 쓸 것인가, 대기업 근무 이력과 나이를 보고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근무 이력을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


자기소개서에 나름의 정성을 담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원하게 됐는지, 그동안 커피를 배워온 이력과 함께 담백하게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완성된 이력서를 가지고 몇 군데에 지원을 완료했다.


나는 바리스타가 될 수 있을까?


어느 한 군데라도 나의 진심을 받아줄 만한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라며 애써 의연한 마음을 품었다. 내가 일하고 싶다 한들 받아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계획도 달라지겠지만, 또 다른 경험에 한 걸음 다가선 것 같아 스스로가 내심 기특했다.


전에 어떤 글에서 '인생은 평생 눈앞에 보이는 문을 여는 것과도 같다'는 표현을 본 적이 있는데, 요즘 들어 공감이 참 많이 된다. 어떤 문고리를 잡을지 고민도 되고, 한편으로는 그 뒤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되기도 한다.


오늘도 틈틈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려고 한다. 과연 나는 바리스타가 될 수 있을까,


부디 좋은 결과를 브런치에도 알릴 수 있게 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