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도리 Jul 10. 2024

복잡할수록 생각은 단순하게

단순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삶에는 다양한 선택의 순간들이 존재한다. 오늘 점심에 무얼 먹을지부터, 커피는 어떤 걸로 주문할지, 이번 주말엔 어디를 갈지, 나아가 어떤 방식의 삶을 살아갈 것인지.


나이가 들면 이런 선택의 순간들에 의연해질 줄 알았다. 편의점에서 과자를 고를 때도 한참을 고민하는 나로서는, 어른이 되면 모든 것들을 척척 결정해 나가는 멋진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30대 초반으로서 소회를 밝히자면 여전히 선택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지금도 편의점에서 과자를 고를 때면 썬칩을 먹을지 새로 나온 신상 과자를 먹어볼지 고민을 거듭한다.


30대가 되면서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도 쌓여 간다.


이를테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좇는 과정에서 현실과 어느 정도의 타협을 할 것인지와 같은 것들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당장의 생계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할 것인가, 둘 다 병행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로 타협을 할 것인가. 아마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의 고민거리이지 않을까 싶다.




퇴사를 하고 3개월 동안,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민한 적도 있었다. 앞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은데, 그렇다면 책임감을 위해서라도 지금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고민에 대해 최근에 다녀온 한 카페에서 말끔한 해답을 얻었다. 조금 늦은 나이에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되어 카페에서 일을 시작하고, 6년 만에 자신의 카페를 차리게 된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혼자 카페투어를 갈 때면 사장님들에게 카페를 열게 된 과정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듣곤 하는데, 유독 편안한 분위기의 사장님 덕분에 나의 고민까지 털어놓게 됐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현실과 어느 정도까지 타협을 해야 할지 늘 고민이에요.“


툭 던져놓은 나의 고민 앞에 사장님은 덤덤히 자신의 생각을 꺼내주셨다.


“이만큼 살아보니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만 남아요.”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의 사장님이 건네주신 말 한마디가 깊이 있게 스며든다.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아마 나 역시 나이가 들수록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이것저것 부딪치고 마음껏 도전해 보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퇴사를 한 이유, N잡을 꿈꾸는 이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들을 쌓고자 하는 이유. 이 모든 것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마음껏, 그러나 책임감 있게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고 싶다. 올바른 선택을 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열심히 부딪치고 깨져보기도 하면서 그 과정에 책임을 지고 성장하는 일일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던 생각의 실타래가 부드럽게 술술 풀려가는 기분이었다.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는 단순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볼 때, 매일이 더 아름답고 다채롭게 채워지지 않을까.


지금 이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을까? 나는 어떤 후회를 하고 싶지 않은가. 어떤 것을 남기고 싶은가. 모든 것을 역순으로 바라보니 시야를 가리고 있던 복잡한 장애물들이 하나씩 벗겨져가는 기분이었다.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 처음에 1번으로 고른 답안지를 3번으로 고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 고른 답이 왠지 고민을 거듭할수록 오답 같아 보이는 경험. 답안지를 제출하기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마지막 순간에 답을 고쳐본 경험들이 더러 있었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아마 대부분의 경우들이 처음에 고른 1번이 정답이었을 것이다. 잘 골라놓고 무엇을 위해 이토록 고민을 했던가, 스스로가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 삶의 정답일 것이다. 때로는 너무 많은 생각들이 쌓여 오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생각이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불필요한 과정과 생각들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하나 걷어낸 뒤 조금 단순하게 삶을 마주한다면 수많은 선택지들 앞에서 조금은 의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때에도 편의점 과자 진열대 앞에서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서사가 중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