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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Jul 16. 2024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한 이유

어차피 모든 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복싱계의 전설 타이슨이 남긴 주옥같은 명언이 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약간의 과장을 더한 표현이겠지만 계획과 현실의 괴리를 이토록 적나라하고 직관적으로 풀어낸 표현이 있을까 싶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전해주고 싶다. 어차피 모든 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니 당장 시작하는 편이 최선이다.


퇴사 후 3개월이 흐른 지금, 나는 퇴사 전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사진이 좋아서 시작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제는 사진보다 영상을 주로 올리게 됐고, 자연스레 영상 편집에 관심을 갖게 되어 프리랜서로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DM을 통해 광고 영상 제작을 의뢰받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우연히 한 커피 모임에 대해 알게 되었고, 마침 멤버 모집 공고가 열려 현재는 커피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커피에 대한 지식과 흥미를 쌓아가고 있지만, 전에는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개인 카페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며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오피스 상권에 자리한 카페에서 러시타임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정신없이 일하는 파트타이머가 됐다. 일은 고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매일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며 지낸다.


모든 게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당장 내일 벌어질 일도 예측이 불가능한데 앞으로의 삶을 온전한 나의 계획으로 만들어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계획과 다른 삶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은 기대감을 만들어준다. 필연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찾는 인간으로서 '예측불가능'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모든 행운 또한 예측불가능하게 찾아온다.




계획을 세운다는 건 어쩌면 시작점을 긋는 일이 아닐까. 계획을 통해 시작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을 완전하게 계획할 수는 없다. 그저 주어지는 환경에서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그렇기에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했는데 일이 적성에 안 맞으면 어떡하지?'와 같은 과정을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리스타로 취업했지만 사무 업무를 보는 스탭으로 일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고, 어쩌면 나의 재능을 기막힌 안목으로 꿰뚫어 본 손님으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혹시 아는가, 지금 이 손님이 나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기막힌 인연이 될지.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대충 살라는 말이 아니다. 행운이 찾아왔을 때 기회를 잡으려면 매 순간에 열정을 다하고 충실해야 한다. 흐리멍텅한 눈과 짜증 섞인 말투로 주문을 받는데 누군가 나의 재능을 궁금해할 리가 없다.


정리하자면 디테일하고 완벽한 계획에 집착하기보다, 가슴 뛰고 궁금한 일이 있으면 일단 시작해 보고 그 과정에 누구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 과정을 보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하루하루 열심히 부딪치고 고민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다.




퇴사 후 삶이 정말 많이 변했다. 그리고 지금은 소소한 수익들이 생기며 퇴사 직후보다 조금 안정적인 시기에 접어들었다. 사직서를 제출하며 3개월 후에 이런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막연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던 나의 일상을 조금씩 채워갈 수 있었던 건, 새로운 일들을 일단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가고 싶었던 카페와 여행도 마음껏 가고, 사람들도 마음껏 만나고, 컨텐츠도 마음껏 만들고, 글도 마음껏 쓰고, 새로운 수익원에 마음껏 도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 순간에 진심으로 임했다. 글 한 자를 적을 때도, 영상 한 컷을 편집할 때도. 나의 진심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도 언젠가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대문자 J에 빛나는 계획형 인간이다. 이런 나에게 불확실성으로 꽉 차있는 퇴사 후의 일상이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매일을 열심히 채워가며 느끼는 것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불확실성의 이면에는 기대와 행운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분명 어렵고 힘든 일들만큼이나, 좋은 일들 또한 예측불가능하게 펼쳐질 것이다. 그 순간을 기대하며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매일을 열심히 채워간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작은 기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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