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못했다. 대단한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할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그래도 바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연휴를 앞두고 왠지 글이 쓰고 싶어 져서 근황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퇴사를 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열심히 실천하며 살았다.
나름의 일상 루틴도 생겼다. 여전히 아침 7시 반이면 눈을 뜨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난 뒤 경제 뉴스를 읽는다. 아침을 먹고 콘텐츠를 편집한 뒤,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는 카페로 출근한다.
카페에서 일하며 느끼는 좋은 점은 뭐랄까,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느낌이다. 일상을 시작하기 전 예열을 하는 느낌이랄까. 바쁘게 돌아가는 카페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레 삶에 에너지가 도는 느낌이다.
그렇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오후엔 보통 SNS 계정에 업로드할 콘텐츠를 만들러 새로운 공간에 가거나, 촬영 프리랜서 일을 하러 가거나, 개인적인 업무를 보러 도서관에 간다. 저녁에는 운동을 하고 책을 보거나 콘텐츠를 편집한다.
이렇게 조금씩 새로운 삶의 루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잠시동안 지속할 임시적인 삶의 방식일 뿐,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도 당연히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연히 관심 있던 회사의 채용공고를 보게 됐다. 오랜만에 가슴 뛰는 일을 발견한 기분에 곧장 이력서를 정리하러 집 근처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퇴사 후 처음으로 이력서를 정리하는 순간이다.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는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관련된 것인데, 6년간의 나의 회사 생활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오로지 퇴사 이후 나의 경험과 연결되는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력서가 사실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덕분에 새하얀 백지에 이력서를 새로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쓰기 시작하니 퇴사 후에 쌓은 경험들이 생각보다 많다. SNS 계정 운영, 매거진 촬영 프리랜서, 바리스타와 브런치 작가. 모든 일들이 내가 좋아하고 흥미를 느껴서 시작한 것들이다. 그 모든 과정들이 다양한 곳에 기록으로 남아, 이제는 제법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 생겼다.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시작한 일들이 조금씩 결실로 쌓여 눈앞에 활자로 정리되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퇴사 이후의 삶이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했다.
문득 스티브 잡스가 남긴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이 떠올랐다. 매일 찍어내는 작은 점들이 모여 나만의 서사가 조금씩 완성된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내가 찍어온 점들은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을까, 앞으로는 어디로 연결되어 뿌리를 내려갈까.
여전히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또 다른 4개월이 지나 이력서를 정리하게 된다면, 그때도 지금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새로운 이력과 포트폴리오로 기록되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제출한 이력서는 또 다른 점을 찍을 기회로 연결될 수 있을까, 부디 좋은 소식을 알릴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