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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한 단을 감당하기 까지“

대파 한 단 손질법

by 삶은콩깍지


한 단을 감당하기 까지


파는 조금 넣기만 해도 맛과 향을 업그레이드해주는 식재료중 하나다. 국물음식에 들어가면 맛이 시원해지고 달달 볶아 기름을 내면 풍미가 좋아진다. 고깃집 사이드 메뉴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파채 무침.

난 대파 한단이 꽤 부담스러워 편해지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처음 음식을 해보려 했을 때 많은 요리 레시피에 파가 들어가서 놀랐다. 게다가 메인도 아닌 파는 한 줌 정도 들어갔는데, 이렇게 큰 파를 사서 한 줌만 쓴다니 그럼 남은 건 어쩌지 싶어 무척 당황스러웠다.




파 고르기



대가 어떤지

파는 푹푹 찌는 더운 날도 뼈를 애는 추운 날도 늘 시장 한편에 보인다. 어떤 날은 잎이 축 늘어져 반쯤 시들어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빠당빠당하게 날을 새우고 서있다.

아무래도 채소에 속하는 것이라 잎사귀로 싱싱함을 판단하게 되지만 파는 대 쪽을 좀 더 눈여겨보아야 한다. 물론 잎이 싱싱하면 파상태가 좋을 확률도 크다. 그렇다고 잎이 시들하거나 꺾여 있다고 꼭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대를 살짝 만져보자. 탄탄한가? 너무 무르지 않고 탄력이 느껴지는 것이 상태가 좋은 것이다.



손질 파냐 대파 냐 무엇을 살 것인가?

길쭉하게 뻗은 파 한 단을 보고 있자면 어쩔 줄 몰라 손질된 파를 종종 샀었다. 마트에는 대만 싹둑 모아 팔기도 하고 잎만 댕강댕강 모아 팔기도 한다. 편하다. 하지만 가끔 아쉽다. 파 한 단 사면 버릴 게 하나도 없다던 할머니 말씀이 가끔 떠오른다.

편안함을 조금(?) 포기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파뿌리로 국물을 낼 수 있다. 한단만 손질해도 보름 이상 길게는 한 달(얼마나 집에서 자주 해 먹나에 따라 다르겠지만) 집밥의 풍미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국물 맛이 죽이는 라면을 한 달 동안 먹을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자기 마음이지만 한 번쯤 해볼 만하다.




파 다듬기



사 오는 날 하는 게 제일

파는 사온 날 손질하는 게 가장 좋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잎은 시들 해 지고 냉장고 안에 있다 한들 무르는 걸 막을 수 없다. 탄탄하던 대가 딱딱해져 심이 생기기도 한다.

사 오자마자 묶었던 끈을 풀고 잎을 툭 자르면 파 특유에 매운 향과 함께 진액이 흐른다 정말 싱싱하다는 뜻이다.



세 부분 뿌리, 대 , 잎

대파를 물로 쓱 한번 씻어낸 다음 뿌리 위로 1센티정도 여유를 두고 한번 , 대에서 잎이 갈라지는 부분 위로 한번 싹둑 잘라준다. 그럼 대파는 흙이 묻어있는 뿌리, 하얀 대, 푸릇한 잎 세 부분으로 나뉜다. 칼로? 난 그냥 가위로 한다. 그건 편한 데로.

뿌리 부분을 모아 물에 넣어두고 가장 만만한 대 부분부터 다듬어보자.



뿌리 위로 허연 부분이 파대라고 할 수 있다. 길이는 우리 집 냉장고에 넣을 만한 적당한 길이면 된다. 짧은 게 편하면 한 번 더 잘라도 좋다. 그럼 끝. 표면에 마른 겉껍질이나 흙이 조금 있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너무 건조해지는 걸 막아주어서 좋다. 조리 전에 닦아내면 된다.



끝까지 싱싱하긴 어렵다. 꺽기거나 색이 변한 부분은 잘라주자. 누렇게 변한 부분은 먹을 수 없겠지만 꺾인 부분은 상태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

잎은 한번 더 흐르는 물에 씻어 깨끗하게 해 준다. 그런 다음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준다. 하나씩 하다가 지겨워 두세 개를 한 번에 잡고 가위질을 하면 금세 수북이 쌓인다. 대략 1센티 크기로 자르는데 조금 더 길어도 짧아도 크게 상관없다. 내 입에 들어갈 거니 편한 크기면 된다.



뿌리

물에 담가 둔 뿌리를 꺼내보면 흙이 여전히 잔뿌리에 얽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잔뿌리에 얽힌 흙은 생각보다 많고 표면도 평평하지 않다. 모든 흙이 완벽하게 사라진 그림 같은 하얀 뿌리를 목표로 한다면 너무 지친다. 다신 안 하게 될 지도……. 적당히~ 칫솔이나 요리용 솔로 흙을 살살 털어내자.

저 작은 뿌리로 물을 빨아들이며 대지에 흙을 부여잡고 자란 것이니 그 걸 털어내는 게 만만치 않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작은 뿌리에 축적된 힘까지 내께 되겠지. 사실 뿌리는 손이 좀 간다.



각자 위치로

뿌리와 잎은 냉동고로 대는 냉장고에 넣는다. 뿌리는 살짝 말려서 넣어도 좋지만 잎은 바로 넣어야 한다. 대는 수분이 조절될 수 있도록 면포나 키친타월에 두룩 말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된다. 냉장고 문이든 채소 칸이든 큰 차이는 없지만 문은 자주 여닫기 때문에 좀 더 빨리 마르는 느낌이 있었다.






파 응용



파 기름을 낸 크림 짜파게티

파 기름을 낸 다음 짜파게티를 끓이면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파와 기름이 만나면 풍미가 깊어지는데 물에 넣어 우러나오는 시원함 과는 또 다르다. 향긋하게 볶이는 파 내음이 자꾸 생각난다.

불이 너무 세면 파가 탈 수 있기 때문에 약한 불에서 살살 볶다가 건 수프와 분말수프를 넣고 볶는다. 물을 넣어도 좋지만 우유를 넣으면 고소해진다.



해먹당 간단 레시피

재료/

우유 한 컵(200ml), 파대 한 개, 들기름(집에 있는 어떤 기름도 좋다), 짜파게티 1개, 만두, 치즈


순서/

1. 잘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다.

2. 파를 넣고 볶아준다.

3. 짜파게티 건 수프와 분말수프를 넣고 볶는다.

4. 우유를 붓는다.

5. 우유가 살짝 끓어오르면, 치즈, 만두, 면 순으로 넣는다.

6. 면을 뒤적이면서 만두가 익으면 끝

*우유가 부족하면 중간에 보충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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