聿修園
A. 16
yulsuwon
산청율수원이 위치한 단계 한옥마을은 산청 황매산 줄기에서 내려오는 분지로,
단계천과 신등천이 합수되는 두물머리 지역에 위치하며, 명문 고택의 전통과 옛 담장의 멋스러움을 간직한 기품이 서려있는 마을이다.
순천 박씨 고헌 고택이 있던 자리에 지역성을 반영한 9채의 건물과 사랑마당, 안마당, 후정의 외부공간을
가지는 한옥스테이 시설로 계획하여 우리 것의 우수함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었다.
건축양식은 지역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의 실용을 더해 한옥의 가치를 부활시키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목표를 바탕으로 스스로 덕을 닦는 집, 율수원(聿修園)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율수원의 전체적인 배치와 구성은 지역의 전통을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주어진 장소와
마을의 구조 그리고 자연을 고려하여 각 건물의 형태와 영역이 결정되었다.
전체적으로 대문채, 바깥 사랑채, 목욕채와 안사랑채가 열린 구조의 사랑마당을 중심으로 배치되는 영역과, 사랑마당에 비해 위계가 높은 안마당 영역 그리고 사모정과 연못, 사주문을 포함한
후정의 영역으로 크게 구분된다.
각각의 마당은 폐쇄적이지 않도록 채와 채 사이의 사잇공간, 담장과 지붕 사이의 열린 공간을 통해 소통할 수 있고 장소가 지닌 고유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시각적, 공간적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율수원의 각각의 채는 하나의 집으로서 완결된 한옥이다. 각기 다른 기능과 공간 구성
그리고 가구 형식을 지녔다.
9채의 집들은 담장과 협문 그리고 마당을 통해서 하나의 집으로 향해 나간다.
부분과 전체가 통합되고, 그 사이에 형성된 외부공간과 동선이 다양한 장소를 만들어 낸다.
하나의 형태로서 읽히기보다는 장소와 결합된 공간으로 경험되며, 부분과 전체가 구분되기보다는 채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전체로 통합된 하나의 집으로 인식된다.
한옥이 추구해온 보편적 가치를 이어가는 율수원은 결국 9채의 집들이 만든 하나의 집이 되었고,
주변의 마을과 자연 사이에 조화롭게 뿌리를 내렸다.
2018.05.12 samganilmok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한옥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되어온 우리의 건축양식이자 형태이다.
외관의 특수성만으로 하나의 전형적 형태 이미지로 전락되거나, 단순히 과거의 전통으로
박제되어서는 안 된다.
한옥에는 여전히 문화적, 공간적, 건축적 행태 속에서 지속되고, 영속되며, 새롭게 해석되고
적용될 수 있는 유형, 무형의 가치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다만 현대 생활에 맞게 재조정되고, 기술적인 보완과 더불어 한옥의 세계가 전통의 보존을 뛰어넘어
좀 더 확장될 필요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현시대에 맞는 한옥을 재조명하는 것이 잊히고, 단절된 전통을 계승하고, 하나의 문화적 현상적 트렌드로 여기기 이전에 한옥의 본질적 의미와 가능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의 한옥을 신한옥 또는 생활한옥이라 말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한옥은 단지 우리 한옥이라 생각한다.
건축은 그 시대의 문화와 삶의 형태와 그리고 자연과 도시에 대한 관념이 반영된 결과물이지만,
그 세계는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중첩되고, 복원되고, 새롭게 변형되어, 더욱 확장되는 세계이다.
우리는 늘 세대와 세대가 이어진 채로 존재해나가고 있으며, 과거로부터 존재해 온 건축은
늘 현재의 배경이 되고 있으며, 우리 한옥은 여전히 우리 땅 우리 도시에서 그 가능성과 의미로
빛나고 있는 우리의 현대 건축이다.
- 권현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