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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간일목 May 18. 2018

17. 앵두집

A.17


cherry house








꿈을 담은 열여덟 장의 편지를 받다.


“..... 마당과 건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건축, 미래의 저희 집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계단에 걸터앉아 천창을 통해 내려오는 빛의 따뜻함을 느끼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저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기본적인 가구의 경우 집을 지을 때 구입하겠지만 살면서 하나하나 필요한 가구를 만들어 볼 생각이랍니다. 

삶의 패턴을 가장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집을 짓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삶을 바꿔야 할 시간입니다. 건강하고, 건전하게요......”


두 개의 열매가 하나의 줄기에 달린 앵두를 그려본다. 

하나의 줄기에 달린 두 개의 열매는 하나의 대지에 담긴 두 개의 집이 되고 적당히 떨어진 두 개의 집을 

오가며 좀 더 풍성하게 존재할 수 있는 앵두집을 생각해 본다.



덜어내다. 그리고 하나를 더 만들다.


건축주가 꿈꾸는 삶을 한정된 예산과 그에 맞는 건축면적으로는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건물의 전체면적 가운데서 내부 구성을 좀 더 짜임새 있게 만들고,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하여 

우선 10% 정도 면적을 덜어내자. 그리고 그 10%의 면적만큼의 예산을 가지고, 줄어든 면적의 배에 달하는 또 하나의 작은집을 만들어보자. 

건물의 에너지 성능과 디자인을 고려한 쾌적하고, 건강한 주거기능의 본채는 큰 앵두로 

그리고 최소한의 내부 마감으로 건축비를 최소화하여 건축주가 손수 가꾸어 나가는 또 하나의 집은 

작은 앵두로 부르자!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작은 앵두는 홈카페, 작업실, 게스트 공간 등으로 건축주의 꿈이 자라나는 또 하나의 다목적 공간이 된다. 

건강한 주거기능의 큰 앵두와 다목적으로 쓰일 작은 앵두는 하나의 대지 안에서 끊임없이 서로 반응하며 외부공간과 함께 다양하게 관계를 맺으며 건축주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공간을 나누고 생활을 연결하다.


소유 가능한 합리적인 전체 면적 중에서 생활의 공간은 필요한 만큼 나누되 기능은 한정되지 않고 

다양하게 쓰여지면 좋겠다. 

단순히 정해진 목적을 위한 기능보다는 다양하게 연결되고, 새롭게 사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식당이 거실이 되고, 주방과 뒷마당이 자연스럽게 통합되고, 게스트룸과 식당이 하나가 되기도 하고, 

아이방과 독서공간 그리고 가족실이 적당히 구분되면서도 서로서로 연결되어 쓰일 수 있도록, 

공간의 통합과 구분이 다양한 변화와 생활을 연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연의 한 조각을 맞추다.


앵두를 그리고 앵두집이라 이름을 붙이며 설계가 시작되던 무렵 건축주 부부는 첫 아이를 임신하였고, 

아이의 태명은 자연스레 앵두가 되었다. 

건물이 완공될 즈음 앵두가 태어났다. 

이후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은 앵두집 바로 옆에 있던 공원의 이름이 앵두공원이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우연의 겹침이다. 

이사 후 건축주는 앵두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인연과 우연 그 사이에 삶이 존재하고, 

우리는 우리의 이웃과 함께 따뜻한 우연의 한 조각을 맞추어 나간다.










2018.05.18 samganilmok

건축사사무소삼간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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