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2
beanpole house
대부분의 설계의뢰는 대지를 매입한 하고나서, 삼간일목의 이전 작업들을 살펴 본 후 전화나 문의 메일 그리고 사무실에서 서로 대화를 나눈 뒤 시작 된다. 후암동 키다리집의 경우는 특히나 성북동 주택 (하얀 여름)의 공간 활용이나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대지의 크기나 형상상이 무척이나 협소하고 까다로운 조건이어서, 협소주택의 특성상 본격적인 설계 작업 이전에 사전 검토 및 기본계획을 먼저 진행하였고, 그 후 가능성을 확신하고서는 본격적인 설계업무가 진행 되었다.
1차 계획안은 기초적인 자료를 통한 기본적인 구성과 볼륨 그리고 면적 등을 파악한 건축가의 주체적 해석이 강한 그야 말로 초기 계획안 이었지만, 본 설계는 좀 더 구체적인 건축주의 요구 사항과,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더욱 합리적이고, 실천적인 구성이어야 한다.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건축주가 정리해서 보내준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설계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점과 생각을 간단히 적어서 보내드립니다. 자세한건 설계가 진행되면서 차차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복잡하지 않고 간결한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저는 삶의 공간은 살면서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복잡하지 않은 집이면 좋겠습니다.
2. 좀 큰 창문이나 발코니 등을 통해 주변과 연결된 느낌을 가졌으면 합니다.
작은 공간으로 인해 느껴질 수 있는 답답함 같은 것을 창을 통해서 최소화하고 싶습니다.
3. 계단 아래의 부분이나 모서리 등 공간을 알차게 활용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1층의 층고 조절을 통해서 상가로서의 활용성도 강화하고 싶습니다.
후암동은 내가 좋아하는 동네이다. 그리고 기다리집의 설계가 시작되었을 때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후암동천이라는 집의 설계가 완성되었을 시점이었다.
대지를 처음 보았을 때 너무나 좁은 땅이어서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좁은 골목에 오래된 동네, 북쪽으로는 남산타워가 살짝 보이고, 남쪽으로는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이전에 작업했던 가장 작은 협소주택(삼단 고음집)의 대지 면적이 그래도 14평 정도였는데, 이 땅은 공부상면적은 12평이지만, 도로 확폭과 도로 가각전제를 거치면, 건축 가능한 대지 면적은 9평이었다. 건폐율 60%를 적용하면 가용한 건축면적은 5평 남짓하다.
다행이 이 건물은 1인이 거주하는 집15평과 추후 가게 운영을 위한 4.5평정도의 1층 상가를 포함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어려움은 예상되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한 설렘은 충분했다.
일반적인 가족구성의 공간과는 조금 다른 구성으로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이 오픈될 수 있기에 간결하지만 효율적이고 융통성 있는 공간구성과 협소주택 특유의 세밀한 공간 활용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초(超)협소주택이라 할 만한 키다리 집은 주변 건물과의 관계, 대지의 형상과 고저차 그리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갖가지 공사여건을 고려하면 단순히 공사비의 문제를 떠나서 건축주와 건축가 그리고 시공자의 도전이 함께 요구 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건축주의 삶과 취향 그리고 생활 방식을 반영하며, 건축가의 경험과 새로운 해석이 덧붙여져서 설계는 완성될 수 있지만 시공단계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거칠 수밖에 없다. 너무나 협소해서 여러 공정이 동시에 이루어지기가 힘들었고, 늘어난 공사기간과 현장관리도 무척 힘들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늘 건축주는 항상 “괜찮습니다.”, “문제되지 않아요.” 라는 말이 있었기에 설계와 시공을 거쳐 키다리 집은 후암동 골목 사이에 무사히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집의 구성은 수평적으로 펼쳐진 공간과 동선의 연결을 위한 복도 및 공용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키다리 집은 층별 면적의 한계로 인해 공용과 전용의 구분이 없으며 계단이 집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주요 공간이어야 했고, 가급적이면 가볍고 층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계획되어야 했다. 남측에 위치한 계단공간은 이동이 많은 수직 복도의 기능을 하며 내부공간과 도시의 전망을 연결해준다. 결국 수평적으로 펼쳐진 공간 구성은 좁은 땅의 키다리 집에서는 계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다층의 수직적 공간구성과 형태로 전환되었다.
1층에는 작은 가게를 구성하였고, 대지의 고저차를 이용해서 주택 내부 계단 아래공간은 층고를 확보한 화장실을 구성하였다. 대지의 높은 부분에 형성된 주택 현관을 들어서서 한 층을 오르면 2층에는 작은 거실과 식당주방이 있다. 그리고 남측에 형성된 계단은 4층까지 이어져 있으며, 3층에는 침실과 화장실 그리고 4층에는 정북일조로 인해 셋백(setback)된 공간을 활용한 작은 테라스와 서재가 있다. 그리고 북측 모서리부분을 활용하여 책장을 겸하는 돌음계단을 설치하여 옥상테라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공간이 작은 것과 공간이 좁은 것은 좀 다른 의미이다. 작지만 연결되어 있어 확장감을 줄 때가 있고, 공간은 크지만 왠지 모르게 갇혀있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공간의 지각은 단순한 물리적 크기 뿐 아니라 공간이 품고 있는 다양함과 연결된 심리적인 크기가 반영되어야 한다. 후암동 키다리 집은 일반주택의 수평적인 구성이, 간결하지만 다층의 수직적 구성으로 치환되어있다.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두 개의 테라스와 창을 통해서 그리고 내부 공간의 핵심 요소인 계단공간을 통해서 공간과 풍경이 연결되어있다. 분명 협소하며, 불편함이 함께 하겠지만 삶의 방식과 태도에 따라 공간은 적절히 비워지고 또 채워질 것이다. 오래된 동네에 또 하나의 새로운 배경으로 조화를 이루며,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이 더욱 알차게 확장될 수 있는 집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글. 권현효
도로에서 바라본 키다리 집 모습이다. 외벽은 현무암으로 마감하였다.
1층 층고를 최대한 확보하여 상가의 활용성을 강화하였다.
1층 층고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대지 높은 부분에 현관을 두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2층은 작은 거실과 식당 주방으로 구성되었다.
공간이 협소하여 빌트인을 활용한 최소한의 주방가구로 구성되었고, 마루는 헤링본 타입으로 시공했다.
주방 식당을 지나 캔틸레버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3층은 침실과 화장실로 구성되었다.
마블 타일로 마감된 2층 화장실의 모습이다.
2층에서 4층까지 복도의 기능을 하는 계단의 모습이다.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캔틸레버 계단으로 계획하였다.
정북일조사선으로 인해 셋백된 공간을 활용하여 작은 테라스를 구성하였다
책장을 겸하는 돌음계단을 통해 옥상 테라스를 이용할 수 있다.
모서리 창을 통해 도시 풍경 보이는 서재공간이다.
서재에서 옥탑 돌음계단 상부를 바라본 모습이다.
옥상 테라스에서 바라본 옥탑의 모습이다
멋진 도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옥상이다. 바닥은 디딤석 사이에 자갈을 채워 조성했다.
책임건축가 : 권현효
책임디자이너 : 황희정, 최재영
건물위치 : 서울 용산구 후암동
용 도 :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 31.60 m2
건축면적 : 17.05 m2
연면적 :62.97 m2
규 모 : 지상4층
건폐율 : 53.95%
용적률 :199.27%
구 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외장마감재 : 현무암, 로이삼중유리
완공연도 : 2019.01.
20190530
Samganilmok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2010년 봄에 설립된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三間一木)은 “삼간(三間)의 집에 나무 한 그루(一木) 벗 삼아 소박한 가운 데 풍성하게 존재할 수 있는 건축”을 뜻하며, 그러한 장소와 공간을 만들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건축 작업과 함께 건축의 정량적 해석과 건강함을 바탕으로 하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와 오래된 새로움이 여전히 숨 쉬고 있는 한옥(韓屋) 작업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현대건축의 적합성과 고유성 그리고 확장성에 대해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삼간일목의 건축이 다양한 장소에서 늘 건강한 뿌리를 내리고 오래도록 따뜻한 여백이 될 수 있기를 꿈꾸며, 작은 발걸음을 몫몫이 내딛고 있다. www.sgi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