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1
jj house
하나의 집은 늘 새로운 대지와 새로운 의뢰인 그리고 그들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바탕을 만드는 일로 이어진다. jj house의 땅은 연희동의 주택가 어느 좁은 골목에 면해있었고 대지 동쪽으로 멀리 안산의 모습이 조금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설계의 시작은 늘 현장에서 느끼는 대지의 느낌들과 조건들, 클라이언트와 나눈 이야기들 그리고 본격적인 설계에 앞서 직접 정리해서 보내준 페이퍼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클라이언트의 바람을 읽어가는 동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단어들은 휴식, 빛, 책 그리고 연결 이었다. 또한 집안 곳곳에 책을 품을 수 있는 아늑한 공간, 봄가을 푸른 하늘을 이고 낮잠 잘만한 곳 그리고 밖으로 연결된 툇마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jj house는 남동쪽에 형성된 안마당을 중심으로, 3개의 주요 공간 조닝과 함께 대지레벨과 공간의 높이를 활용한 3개의 간결한 매스가 결합된 담백한 형태로 완성되었다. 내부의 공간과 공간은 다양한 레벨과 시각적 오픈을 통해 이어져 있으며, 주요공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외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진입도로에 면한 지하1층 현관에서 한 개 층의 계단을 오르면 좌측에 응접실과 서재 겸 손님방이 있고, 몇 개의 계단을 조금 더 오르면 우측으로 식당과 주방이 어어 진다. 1층 응접실 앞의 툇마루 공간은 안마당으로 연결되고, 주방과 식당에서는 각각 앞마당과, 서비스 마당으로 이어진다.
두 개의 천창을 가진 2층 높이의 오픈 공간을 따라 연결된 메인계단을 오르면 경사지붕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2층 메인 거실에 도착한다. 이 공간은 휴식과 2층 서재 공간을 동시에 제공하며 열림과 닫힘을 조절하며 부부의 침실과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서비스 공간인 드레스 룸, 세탁 공간, 파우더 룸, 욕실 그리고 화장실은 순환동선을 가지며 거실과 부부침실에서 동시에 접근이 가능하다.
맞은편 주택의 시선을 가리면서도 서쪽으로는 1층 안마당이 그리고 동쪽으로는 멀리 안산을 볼 수 있는 숨겨진 듯 열린 외부테라스는 하늘을 이고 마음껏 쉴 수 있는 중요한 장소로 2층 내부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
지난겨울에 완공된 jj house는 올해 입주 후 첫 봄을 맞았다. 그리고 마당에 벚꽃이 피면 놀러 가겠다는 약속을 몇 일전에 겨우 지켰다. 밝게 웃으며 현관문을 열어주시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마음으로 즐겁게 현관을 들어 썼다. 그간 몇 번의 집들이를 했지만 차마 더는 자랑하기 쑥스러운 이야기들을 건축가에게 아이마냥 실컷 쏟아내 주셨다.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 뒤에는 역시나 아쉽고 부족한 부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밝은 미소와 즐거운 표정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늘 외부공간이 없는 단층의 수평적 공간(아파트,오피스텔)에서 사시다가 자연이 함께하는 외부 공간, 그리고 공간의 높이와 장소가 다른 다채로운 공간에서 살면서 느끼게 된 감각의 풍성함과 새로운 생활방식이 가져다주는 즐거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을 나누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무엇보다 “원래 집에서 요리를 잘 안하는데. 요즘 요리 하는 게 너무 즐거워졌어요!”였다.
며칠 지나면 마당의 벚꽃이 질 것 같았다. 하지만 좀 있으면 그 옆에 있는 영산홍이 피게 될 것이고 또 그 옆에 라일락이 피게 될 것이다. 부부의 바람 데로 편안함을 이어나가는 집이 되기를 응원하며 jj house를 나섰다. 도로 앞까지 배웅하시며 꼭 또 오시라는 말씀에 나는 또 약속을 하고 말았다.
책임건축가 : 권현효
책임디자이너 : 김정명
건물위치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용 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205.56 m2
건축면적 : 100.54 m2
연면적 : 207.14 m2
규 모 : 지하1층, 지상2층
건폐율 : 48.91%
용적률 : 78.44%
구 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외장마감재 : 스터코(외단열시스템), 벽돌타일, 로이삼중유리
완공연도 : 2018.12.
20190416
Samganilmok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2010년 봄에 설립된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三間一木)은 “삼간(三間)의 집에 나무 한 그루(一木) 벗 삼아 소박한 가운 데 풍성하게 존재할 수 있는 건축”을 뜻하며, 그러한 장소와 공간을 만들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건축 작업과 함께 건축의 정량적 해석과 건강함을 바탕으로 하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와 오래된 새로움이 여전히 숨 쉬고 있는 한옥(韓屋) 작업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현대건축의 적합성과 고유성 그리고 확장성에 대해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삼간일목의 건축이 다양한 장소에서 늘 건강한 뿌리를 내리고 오래도록 따뜻한 여백이 될 수 있기를 꿈꾸며, 작은 발걸음을 몫몫이 내딛고 있다. www.sgim.co.kr